장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열어
“북한 계속 압박하면 대화 나올 것”
고위 당국자 “지금은 제재의 시간”
“중국 역할 중요” 한·중 대화 기대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가진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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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지난 1년간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 “무엇보다 북한의 눈치를 보지 않고 북한에 할 말은 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게 하는 원칙 있는 남북관계를 정립했다”고 자평했다. 북한 핵 개발과 한·미 군사적 대응이 맞물려 고조된 한반도 ‘강 대 강’ 긴장의 책임을 전적으로 북한에 돌렸다.
권 장관은 22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핵 위협과 도발이 계속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무척 아쉽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 장관은 “이 자리를 빌려서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히는데 우리는 북한에 대해 적대 의사가 없으며 힘에 의한 현상 변경도 추구하고 있지 않다”며 “북한이 우려하는 그 어떤 문제도 대화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2년 4월 집권 후 첫 육성 연설에서 “다시는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언급하며 “김 위원장은 도발과 단절이 아니라 민생과 협력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 장관은 북한의 핵 개발을 억제해 단념시키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낸다는 윤석열 정부의 ‘3D’ 원칙이 기대대로 작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3D는 핵 억제(Deterrence), 핵 단념(Dissuasion), 대화(Dialogue)를 말한다. 그는 “억제와 단념 부분에서 계속 압박할 경우 (북한이) 언젠가는 대화로 나올 수 있다고 긍정적·희망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윤석열 정부의 ‘강 대 강’ 대북정책 기조 아래 통일부가 남북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에 선을 그었다. 이 고위 당국자는 “남북관계는 긴 안목으로 가져가야 하며 오히려 더 (관계가) 후퇴할 수 있는 전진은 의미가 없다”며 “잠깐 멈춰있는 한이 있어도 남북관계에서 원칙적인 절차를 확립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크고 직관적으로 생각해보면 강 대 강 책임은 북한 쪽에 있다”고 강조했다.
현시점에서 북한과의 대화보다는 대북 압박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는 건 안타까운 측면이 있지만 제재를 통해 생각을 바꾸고 대화로 나올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지난해 (장관) 청문회 때 ‘지금은 제재의 시간’이라고 했는데 아직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가 북한을 대화로 끌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김정은도 나름대로 현실적으로 생각하기에 도발이 됐건 어떤 행동을 함으로써 얻을 이익을 계산할 수밖에 없다”며 “그 과정에서 한·미·일이 물 샐 틈, 빛 샐 틈 없는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면 북한의 현실적 도발을 막을 수 있고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도 내비쳤다. 고위 당국자는 “한·중 관계에서 교류나 접촉이 원활치 못한 부분은 중국 내부 사정 탓이 크다. 코로나19 때문에 봉쇄가 심했고 (시진핑 국가주석 3연임 등) 중국의 거버넌스(통치체제) 관련 큰 변화가 있지 않았나”라며 “남북관계에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기에 한·중 간 협력을 위한 대화가 본격적으로 재개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과 중국이 갈등 상황에서도 경제적 상황에서는 협력의 여지가 있듯이 안보 분야에서도 한반도에서 서로 뜻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북한 핵실험 등을 통해 핵이 확산되는 것을 중국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단행할 경우 기존의 남북 합의를 파기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우리가 감내할 수 없는 도발을 한다고 판단된다면 9·19 군사합의를 포함해 북한이 폐기·파기하다시피 한 합의에 대해 심각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 도발 직후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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