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정상과 유럽연합(EU) 수장들이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원탁에 둘러앉은 모습. 일본 외무성 제공.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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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배로 늘어난 北 규탄
22일 중앙일보가 2021~2023년 발표된 G7 정상 코뮤니케의 북한과 관련된 단락의 분량을 비교한 결과 영문 기준으로 2021년(영국 콘월) 680자 → 2022년(독일 엘마우) 885자 → 2023년(일본 히로시마) 1342자로 증가했다. G7 코뮤니케 문안 조율은 매해 의장국이 맡지만, 사실상 미국의 입장이 가장 강하게 반영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이행과 관련한 표현도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앞선 코뮤니케는 "유엔 안보리 결의와 제재 조치를 모든 국가가 충실히 이행하기를 촉구한다"(2021년 영국 콘월),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모든 국가가 충실하고 효율적으로 이행하고, 제재 회피 활동을 경계할 것을 촉구한다"(2022년 독일 엘마우)는 문구로 기존 제재 이행에 초점을 뒀다. 2021년에 비해 지난해에 달라진 점은 제재 회피 활동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하는 문구가 추가됐다는 정도였다.
그러다 올해 일본 히로시마 코뮤니케에선 해당 문구가 "북한의 무모한 행위는 신속하고 단합되며 강력한 국제적 대응에 직면할 것", "이 경우 반드시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중대한 추가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는 표현으로 강화됐다. 기존 제재 이행 촉구를 넘어 추가 제재 추진 의지까지 나타낸 셈이다. 또 "북한의 무모한 행위"와 관련해선 7차 핵실험, 정찰위성 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상각도 발사 등 북한의 직·간접적으로 예고한 중대 도발을 사실상 적시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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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IA도 CVID급으로 강화
코뮤니케는 3년 연속으로 북한 비핵화 원칙으로 CVIA(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포기)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런데 같은 개념을 쓰면서도 그 대상과 의지를 표명하는 방식이 보다 구체화했다. 2021년과 지난해 코뮤니케에서 CVIA의 대상으로 다소 포괄적 개념인 '불법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명시했다. 그러다 올해 코뮤니케는 CVIA의 대상으로 '핵무기', '기존 핵 프로그램'까지 추가했다. 북핵 능력 고도화를 보다 구체적인 표현으로 경계한 거란 해석이 나온다.
코뮤니케가 쓰고 있는 CVIA는 2019년까지 G7 공동성명에 쓰이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의 'D'(비핵화·Denuclearization)의 요소를 'A'(포기·Abandonment)로 대체한 개념이다. CVIA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첫해인 2021년 G7부터 쓰이기 시작했는데, CVID에 비해 북한의 자발성을 존중하는 뉘앙스가 있어 6자 회담 시절 북한도 CVID의 대체 개념으로 수용한 적 있다.
올해 코뮤니케에서도 CVIA라는 용어를 유지했지만, 대상을 보다 포괄적으로 설정하고 "북한의 CVIA 목표에 대한 꺾이지 않는 공약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하면서, G7의 북한 비핵화 의지를 CVID급으로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지난 20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북한이 전례 없는 빈도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을 규탄했다. 코뮤니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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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라든 대화 촉구
반면 북한에 대화를 촉구하는 표현은 비중이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첫해이자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였던 2021년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 코뮤니케에는 대북 대화와 관련 "(G7 정상은) 모든 관련국과 조율을 통해 기꺼이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을 환영하며 북한이 대화에 관여하고 응하기를 촉구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다 이듬해인 지난해 독일 엘마우 코뮤니케에선 해당 문구가 "북한이 외교에 관여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재개하길 촉구한다"는 정도로 다소 간략해졌다.
이번 일본 히로시마 코뮤니케에는 해당 문구가 "북한이 한ㆍ미ㆍ일의 반복되는 대화 제의를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으로 변화됐다. '외교'에 대한 언급이 없었을 뿐 아니라, 과거엔 G7 정상이 함께 북한에 대화를 촉구하는 듯한 문구였다면 이번엔 "한ㆍ미ㆍ일이 대화를 제의하니 수용하라"며 대화의 주체를 사실상 한·미·일로 구체화했다.
지난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와 함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시험발사를 참관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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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번 코뮤니케는 북한을 줄곧 'North Korea'로 명시하고 있다. 2021년과 지난해 코뮤니케에서 북한을 정식 국호인 'DPRK'로 칭한 것과 대조된다. 두 용어는 대북 기조에 따라 혼용되는데 전자의 경우 북한을 국가로서 존중하는 의미가 다소 퇴색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불법 행위를 지속하는 북한을 완전한 정상 국가로 보기 어렵다는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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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없는 세상'도 北 조준
한편 G7 최초의 '핵 군축' 관련 공동 성명으로 지난 19일 발표된 '히로시마 비전'도 북한을 정조준하고 있다. 여기엔 코뮤니케의 CVIA 목표가 그대로 담겼고, 특히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핵보유국의 지위를 절대 가질 수 없다" 등의 직접적 표현도 포함돼 있다.
다만 '핵 없는 세상'은 이미 멀어졌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인 가운데 일각에선 성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실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북핵 위협 등에 직면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조차도 출범 전부터 공언했던 '핵 선제 불사용'(NFU)과 '단일 목적'(Sole Purpose) 원칙을 자국의 핵태세검토보고서(NPR) 등에 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히로시마 선언'은 실질적인 의미보다 공공연히 NPT 체제를 위협하는 러시아와 북한, 더 나아가 중국의 핵 무력 증강을 견제하는 상징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핵무력 강화로 미국 중심의 핵 질서를 위협하는 상황을 사실상 묵인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도 한꺼번에 묶어 경고하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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