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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공식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단독] 김진욱·여운국 겨눴다…공수처 떠나는 부장검사 작심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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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21년 9월 3일 김성문 당시 공수처 수사2부장이 ‘공수처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해직교사 특혜채용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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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문(사법연수원 29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부장검사가 22일 공수처를 사직하며 수뇌부를 비판했다.

검찰 출신인 김 부장은 지난 19일 공수처 구성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공수처 근무기간은 공직생활 중 몸은 가장 편했던 반면, 마음은 가장 불편했던 시기였다”며 “많은 현안에 대해 법원 출신 간부들과는 다른 의견을 개진해왔던 것 같다”고 밝혔다. 판사 출신인 김진욱 공수처장과 여운국 차장 등 수뇌부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김 부장은 동의할 수 없었던 수뇌부 발언으로 “검찰은 그런 방식으로 수사 하는데 왜 우리는 안된다고 하느냐”,“검찰이 일부 언론과 짜고 공수처를 죽이려고 한다”,“기존 형사사법체계 틀을 존중할 필요 없다” 등이라고 했다. 또 “공수처 이외의 다른 기관을 무시 또는 적대시하는 듯한 태도를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아울러 ‘그럴듯한 수사 성과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인식에 대해서도 김 부장은 “동의하기 어려웠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여름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들이 잇따라 사직 의사를 밝혔을 당시 김 부장은 “진솔한 토론을 통해 기존 업무를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떠나는 사람들이 무책임하다”는 얘기만 나왔다고 한다. 김 부장은 그 무렵부터 사직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비판 기사 나오면 자신 살펴봐야…내부 제보자 탓 안 돼”



공수처에 대한 비판 기사가 나올 때 공수처 수뇌부가 보인 반응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김 부장은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공직자는 공적인 자리 뿐만 아니라 사적 자리에서도 항상 언행에 신중해야 하고, 자신의 언행에 관한 비판적인 보도가 있다면 먼저 자신의 언행이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봐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부의 일을 외부에 알린 사람을 탓할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 부장은 2017년 2월 서울서부지검 공판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 이후 변호사로 활동하다 2021년 4월 공수처 부장검사로 임용됐다. 같은 해 9월엔 수사2부장으로서 공수처의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해직교사 특혜채용 의혹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는 성과도 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인권수사정책관으로 사실상 좌천되면서 공수처 안팎에서 “수뇌부에 쓴소리를 해서 미운털이 박혔다”는 얘기가 나왔다.

■ 공수처를 떠나면서

2017년부터 4년 간의 변호사 업무를 접고 다시 검사가 되기로 마음먹고 2021. 4. 중순 경 공수처로 처음 출근할 때는 검찰에서의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신설기관인 공수처가 시행착오를 덜 겪으면서 형사사법체계의 한 부분으로 부드럽게 안착하도록 기여하겠다는 포부, 수사기관의 좋지 않은 관행에서 자유로울 것으로 생각되는 지휘부와 다양한 직역에서 다양한 경험을 가진 검사 및 수사관들과 합심해서 노력한다면 단기적으로는 가시적인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새로운 수사기관을 만들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공수처에 합류한 다른 분들도 모두 무엇인가 유의미한 일을 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2년 간 13명의 1기 검사중에서 7명이 이미 공수처를 떠났고, 만 2년 만에 사직하는 저와 박 검사 그리고 사의를 밝히고 있는 다른 한 명을 더 포함하면 겨우 3명의 검사만이 남게 될 것입니다. 2021. 10. 말 경 합류한 7명의 2기 검사 중 2명과 적지 않은 수의 수사관들도 떠나갔습니다.

2021년 상반기 서울교육청 사건을 수사하던 기간을 제외하면, 공수처 근무기간은 저의 공직생활 중 몸은 가장 편했던 반면 마음은 가장 불편한 시기였습니다. 검찰에 근무할 때도 업무부담이나 상급자와의 이견 또는 지휘부의 방침에 대한 불만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지는 않았지만, 공수처에 근무하는 동안은 주로 ‘공수처가 나아갈 방향’에 관한 고민으로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공수처 부임 이후 사건사무규칙 제정과 개정 방향부터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 정립, 어떤 사건을 입건하고 어떻게 수사해서 어떻게 처분할 것인지 여부, 비판적인 언론과 국회를 보는 시각과 대응 방향, 수사 관련 위원회 운영방안, 인사와 직제 및 예산 등 조직운영 방향, 사건 평정과 업무평가의 필요성 등 많은 현안에 대해서 법원 출신 간부들과는 다른 의견을 개진해 왔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법 상 허용된 명확한 권한만을 행사하고, 허용된 권한이라도 절제해서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에서 많은 현안에 대하여 다른 의견을 개진하면서 구성원들간의 토론을 거쳐서 합리적 결론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했고, 공수처에 관한 위헌론자들의 우려를 염두에 두면서 업무에 임하자는 취지에서 2021. 6. 초순에는 공수처에 관한 헌법재판소 결정문의 합헌론과 위헌론의 논거를 정리해서 모든 검사들에게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공수처 법안에서 인정된 권한을 대폭 수정한 법무부의 공수처안 때문에 공수처의 권한이 많이 축소되었다. 공수처는 수사기관들의 컨트롤타워로 설계되었고, 공수처는 기존 형사사법체계와 이질적인 기관이므로 공수처의 업무 권한을 굳이 기존 형사사법체계 틀 속에서 조화롭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 검찰은 그런 방법으로 수사를 하는데, 왜 우리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하느냐. 검찰이 일부 언론과 짜고 공수처를 죽이려고 한다’는 등의 말들이 수시로 오가는 간부회의 분위기에서 저의 다른 의견이 받아들여질 여지는 많지 않았습니다.

법무부 산하 위원회에 불과한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공수처 법안의 내용이 어떠했든 간에, 공수처법은 2019. 4.경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합의로 발의되어 패스트트랙을 거쳐 제정된 법이고, 공수처가 그 법에 따라 설립된 이상 실정법에 따라서 권한을 행사하고 업무를 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공수처 법안에 있던 권한이 많이 축소되는 바람에 제대로 된 수사를 하기 어렵다는 말은 납득하기가 어려웠고, 기존 형사사법체계의 틀을 존중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나 다른 기관을 무시 또는 적대시하는 듯한 태도는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검사들과 수사관들이 잇달아 사직의사를 밝히던 2022. 여름경 ‘동요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들을 안정시키고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진솔한 토론을 통해서 기존 업무에 관하여 점검과 평가를 하고, 개선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제안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임기를 마치지 않고 사직하는 사람들이 무책임하다’는 취지로 비난하는 말이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부터는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던 간부들의 목요 티타임도 없어졌고, 그 무렵부터 사직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평소에도 ‘내부총질’이라는 단어는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야 할 대표적인 혐오 표현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공수처의 업무방향에 비판적인 저의 태도에 대해서 ‘내부총질’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 의견이 모두 옳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내부의 비판적인 의견을 외면하고 기존 업무에 대한 점검과 평가를 하지 않는 조직은 건강한 조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공수처와 같이 다양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신설 조직에서는 구성원들 사이에서 ‘공수처가 기본적으로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정도의 최소한의 가치적 공감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 사이에 이견이 있는 부분에 관해서는 진지한 토론과 설득을 통하여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결과에 대해서는 주된 의사결정권자들이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사기관인 공수처가 수사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일시적으로만 존속하는 특검이 아니라 상설 행정기관인 공수처에서 그럴듯한 수사 성과만이 모든 문제점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인식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현행 공수처법이 수사대상 범죄를 아주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급하게 수사 성과만을 강조하면 오히려 많은 다른 문제점을 초래할 수도 있고, 실제로 이런저런 문제점에 관한 말들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피고인과 변호인, 검찰과 함께 절차를 진행하는 재판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되는 일이 많지 않지만, 밀행성을 본질로 하는 수사는 수사기관 스스로 모든 절차를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만 방심하면 절차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절차적인 문제가 생긴 경우에는 수사가 좌절되거나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수처에 관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보안이 취약하다고들 하는데, 수사 또는 이에 준하는 업무 관련 기밀사항이 유출된 것이 아니라 공수처 내부의 분위기나 기밀과 무관한 일에 관한 보도를 보안과 결부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 공직자는 공적인 자리 뿐만 아니라 사적 자리에서도 항상 언행을 신중하게 해야 하고, 자신의 언행에 관한 비판적인 보도가 있다면 먼저 자신의 언행이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지, 내부의 일을 외부에 알린 사람을 탓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학 시절 형법총론 교재에서 ‘검사는 지구상에서 가장 객관적인 관청이다’는 말을 접하고는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었고, 검찰과 공수처에서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에는 그 말을 잊지 않으려고 나름은 노력했지만, 이제는 검사라는 직역과 영원히 작별하고자 합니다.

더 이상은 공수처에 기여할 바가 없다고 생각되어서 저는 떠나지만, 공수처가 국민의 신뢰를 받는 수사기관으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공수처 구성원 여러분들의 건승과 행복을 기원하고, 응원하겠습니다.

2023. 5. 19. 김성문 올림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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