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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과학을읽다]치매 막는 희귀 돌연변이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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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치매 원인-치료법 통설 뒤흔들어

새로운 치료법 개발 계기 될 수도

과학자들이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악화의 원인과 치료법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단서를 찾아냈다. 1200명의 가족 유전 조기 발병 환자 사례들을 연구하다가 딱 1명의 예외 사례를 발견했는데, 그가 가진 희귀 돌연변이 유전자를 통해 그동안의 치매 연구가 보여줬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을 본 것이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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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안티오키아대 연구팀은 지난 1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이같은 내용의 연구 논문을 실었다. 연구팀은 45~50세 사이 치매 조기 발병을 유발하는 '파이사(paisa) 변이'를 가진 약 1200명의 콜롬비아 주민들의 유전자와 병력을 분석했다. 그러던 중 놀랍게도 이 유전자 변이를 갖고도 67세까지 경증의 인지 장애만 있을 뿐 정상 상태를 유지한 한 명을 발견했다. 그의 뇌 검사 결과 치매 원인 물질로 알려진 아밀로이드ㆍ타우 단백질의 농도는 다른 중증 치매 환자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반면 기억과 탐색 능력과 관련이 있는 뇌의 내후각 피질 부분의 타우 단백질 농도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특히 그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정신분열증ㆍ자폐증을 포함한 뇌 장애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던 릴린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직까지 릴린 단백질이 치매와 관련돼 어떤 작용을 하는 지는 거의 밝혀진 바가 없었다. 이에 쥐를 상대로 같은 변이를 만들어 실험을 했더니 더욱더 놀라운 사실이 확인됐다. 돌연변이가 일어난 릴린 단백질은 타우 단백질을 화학적으로 변형시켜 뇌세포에 달라붙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 관찰된 것이다.

세부 관찰 결과 돌연변이가 일어난 릴린 단백질은 파이사 변이가 없는 사람들에게서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키는 것과 관련된 APOE 단백질과 동일한 수용체에 결합한다. 연구팀은 앞서 2019년 평균보다 30년 더 늦게 치매가 발병한 파이사 변이 소유 여성의 유전자를 분석해보니 APOE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여성의 뇌에서도 매우 많은 양의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세포에 침전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었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에 대한 기존의 통설을 흔들고 있다. 최근 알츠하이머 치매 연구자들은 병증이 주로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세포를 죽여 발생한다고 여겨 치료 타깃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밀로이드 타깃 치매 치료제들은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허가를 받았더라도 인지 능력 감소 속도를 일정하게 완화시키는 정도의 효과밖에 보이지 못하고 있다.

야동 후앙 미 샌프란시스코 소재 글래드스턴 연구소 뇌신경학 연구원은 "해당 환자가 뇌세포 속 아밀로이드 단백질 침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오래 정신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사실은 좀 더 복합적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면서 "알츠하이머 치매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고 아밀로이드 단백질은 그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새로운 치매 치료제 발굴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전 연구와 종합해 보면 릴린 단백질을 강화하거나 APOE 단백질을 약화할 경우 치매로부터 뇌를 방어할 수 있다는 가설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릴린 또는 APOE 단백질 표적 치료제의 경우 콜롬비아에서 발견된 대규모 가족 유전 조기 발병 사례보다는 더 진전 속도가 느리고 증세가 완만한 산발적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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