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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금)

이슈 미술의 세계

'전주 숨은 명소' 한옥마을 옆 서학동 예술마을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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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동사진미술관·서학예술마을도서관 등 쉼과 문화 엮인 여행객 쉼터

작가 개인 작업실, 책방, 화가 운영 커피방 등 아기자기한 골목길이 매력

연합뉴스

서학동 예술마을 터줏대감 '서학동사진미술관'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연간 1천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는 전주 한옥마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전주 한옥마을과 전주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학동 예술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한옥마을이 점차 인기를 얻으면서 자리를 뺏긴 예술가들이 10여 년 전부터 전주천 건너편 서학동에 모여들며 자연스레 예술촌이 형성됐다.

서학동 예술마을은 한복을 차려입은 관광객으로 붐비는 한옥마을과 달리 차분하고 예술적인 분위기가 매력적인 '전주의 숨은 명소'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탓인지 한옥마을 끝자락에 자리한 남부시장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데도 크게 붐비지 않는다.

최근에는 서학동의 매력이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점차 예술을 좋아하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특히 이 곳은 회화와 조각 등 작가 개인 작업실과 책방, 화가가 운영하는 커피방 등 색깔있고 아기자기한 공간들로 꾸며져 여행객들에게는 사진 촬영 장소로도 인기다.

서학동 예술마을을 10년 넘게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은 서학동사진미술관이다.

국내 사진작가와 동호인들 사이에서 '성지'(聖地)로 불리는 서학동사진미술관은 2013년 3월 '우리동네'라는 전시를 시작으로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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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동사진미술관 가는 골몰길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서학동사진미술관은 위치부터가 예술 그 자체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빠져나와 걸음을 재촉해 전주교대부설초등학교 주차장을 지나면 서학동사진미술관이 있는 골목 입구에 도착한다.

유명 드라마인 '응답하라 시리즈'에나 나올 법한 1990년대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서학동사진미술관'이라 쓰인 흰색 간판이 보인다.

가정집 마당같이 생긴 안뜰을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전시 공간이 펼쳐진다.

전시장은 물론 테이블과 의자, 책장과 책까지 하나하나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서학동사진미술관을 10년간 운영한 김지연(74) 관장은 우연히 서학동에 들렀다가 예술가 지인들의 권유로 주택을 매입해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꾸몄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인 김 관장은 2006년부터 전북 진안 산간마을에 공동체박물관인 '계남정미소'를 세워 근대유산과 마을 공동체문화를 접목한 문화공간으로 주목받았던 예술계의 유명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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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동사진미술관 전시실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김 관장은 "계남정미소를 혼자 운영하다 보니 너무 지쳐서 잠시 일을 쉬던 차에 서학동을 방문했다가 덜컥 이 공간을 구매하게 됐다"면서 "그 뒤로 사비를 털어 이곳을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벌써 10년이 지났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서학동사진미술관을 열게 된 계기에 관해 묻자 "가장 큰 동기는 사진계나 문화계에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었다. 또 전주에 문화적 토양을 제공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고 답했다.

지난 10년간 이곳에서 초대전을 한 작가만 80여명에 달한다.

화가이자 소설가이자 사진 이론가인 존 버거(1926~2017)의 전시부터 노순택, 조춘만, 임안나, 성남훈, 강홍구, 김장섭, 박하선 등 국내 내놓으라 하는 사진작가들 대부분은 서학동사진미술관에 작품을 걸었다.

김 관장이 힘겹게 운영하던 서학동사진미술관은 지난해 문을 닫을 위기를 맞기도 했다.

무엇보다 재정적인 어려움과 혼자서 운영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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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동사진미술관 김지연 관장(오른쪽)과 이일순 대표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김 관장은 "우리 사진관의 전시는 대부분 초대전이고, 초기에는 작품 운송비와 홍보물 제작, 행사 진행비, 기념품 제작까지 모든 비용을 지원했다"면서 "이제 나이가 들어 체력적인 부담도 있고, 사진관의 햇수가 차면서 점점 운영도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폐관 위기에 처한 서학동사진미술관을 다시 되살린 것은 지역 작가이자 현재 운영을 맡은 이일순 대표였다.

이 대표는 서학동사진미술관을 살리기 위해 사비로만 운영되던 이곳을 대관시설로 바꿨다.

대관 업무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름도 '서학동사진관'에서 '서학동사진미술관'으로 바꿔 달았다.

다행히도 입소문이 나면서 서학동사진미술관의 올해 대관 예약은 꽉꽉 들어찼다.

이 대표는 "김 관장님이 일궈 놓은 좋은 공간이 문을 닫는 게 안타까워 이런 일을 해본 적도 없이 무작정 나서게 됐다"면서 "서학동사진미술관이 골목을 지나는 행인이나 여행객, 지역주민 누구나 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되도록 꾸려 나갈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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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예술마을도서관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아기자기한 매력이 가득한 서학동사진미술관을 나와 전주교대부설초등학교 방향으로 발길을 돌리면 서학동 예술마을의 또 다른 명소인 서학예술마을도서관이 눈에 들어온다.

전주시에서 운영하는 서학예술마을도서관은 지난해 6월 문을 연 신생 도서관이다.

'책의 도시'로 알려진 전주 도심에는 예쁜 도서관이 많지만, 서학예술마을도서관은 그중에서도 막내로서 귀여운 매력을 뽐낸다.

팽나무동과 담쟁이동 2층 건물 두 개를 개조해 만든 도서관에는 사진·음악·미술·연극 등 예술 분야의 책 2천300여권과 지역 작가들의 작품 60여점이 전시돼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인 세바스치앙 살가두와 포토저널리즘의 전설인 스티브 맥커리의 사진집 등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아트북이 비치된 서가도 서학예술마을도서관의 큰 매력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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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예술마을도서관 정원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카페 같은 분위기로 꾸며진 팽나무동 1층은 큰 통창을 통해 수령 200년 된 팽나무가 자리한 아름다운 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

두 개 동이 난간으로 이어진 2층 독서 공간은 편안하게 책을 보거나 쉴 수 있도록 좌식 스타일로 꾸며져 있다.

한옥마을을 둘러보다 지친 여행객들이 땀을 식히고, 쉬어가기에는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강소영 전주시 특성화도서관팀장은 "서학예술마을도서관은 여행객과 시민 모두가 편안하게 책을 읽고 쉴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라며 "담쟁이덩굴과 팽나무가 어우러진 야외 정원과 갤러리도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소중한 공간이 돼 줄 것"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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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예술마을도서관 2층 독서공간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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