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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금)

이슈 미술의 세계

냉랭했던 뉴욕 경매…앙리 루소는 기록 다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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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19일 뉴욕 경매 위크
크리스티 1조2231억원 매출
앙리 루소 작가 신기록 경신
소더비는 8385억원 낙찰총액
마그리트·클림트 등 고가 낙찰


매일경제

16일 밤 소더비 뉴욕 이브닝 세일에서 올리버 바커가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소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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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불안의 영향으로 미술 시장의 그늘이 짙어진 가운데, 올해 상반기 최대 규모로 열린 5월 뉴욕 경매 위크가 기대에 못미치는(Underscores)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앙리 루소, 세실리 브라운, 장 미셸 바스키아, 구스타브 클립트 등의 승자도 남겼지만, 나라 요시토모와 같은 패자도 배출했다.

크리스티는 5월 11일부터 18일까지 열린 한주 동안의 미술품 경매에서 총 9억2219만달러(1조2231억원·이하 수수료 포함)의 낙찰총액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폴 앨런 컬렉션 등 소장가들의 특별 경매가 신기록 행진을 펼치면서 5월 차례로 마련된 S.I. 뉴하우스(S.I. Newhouse), 제럴드 파인버그(Gerald Fineberg), 폴 G 앨런(Paul G. Allen) 등의 컬렉션 경매는 시장을 반등을 이끌 수 있을지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11일 열린 S.I. 뉴하우스 경매는 프랜시스 베이컨, 조지 콘도, 로이 릭턴슈타인 등의 대작을 대거 출품했음에도 1억7779만달러(2358억원)을 판매하는 데 그쳤다. 이는 추정가 하단의 105.6% 수준의 매출이다. 이날 프랜시스 베이컨의 ‘초상’이 3462만달러(459억원)을 찍으며 최고가로 낙찰됐다. 윌렘 드 쿠닝의 초기 추상화 ‘Orestes’도 3088만달러(410억원)에 낙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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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루소 ‘플라맹고’ [크리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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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밤 열린 20세기 이브닝 경매는 낙찰률 81.5%를 기록했고, 추정가 하단에 근접한 매출총액을 거뒀지만 화제작은 여러점 탄생했다. 앙리 루소는 이날의 주인공이었다. 작고한 해인 1910년 그려진 ‘플라맹고(Les Flamants)’가 무려 8분간이나 경합을 벌인 끝에 4353만달러(578억원)의 작가 기록을 갈아치우는 낙찰가를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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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키아의 ‘El Gran Espectaculo (The Nile)’ [크리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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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밤 열린 21세기 이브닝 경매는 상대적으로 견조했다. 추정가 하단의 123%의 매출을 이끌었고 낙찰률은 93%였다. 바스키아가 1983년 그린 대작 ‘El Gran Espectaculo (The Nile)’은 3명의 응찰자가 열띤 경합을 벌인 끝에 6711만달러(892억원)낙찰됐다. 작가의 전성기에 그려진 작품으로 1992년 휘트니미술관과 2006년 브루클린미술관 회고전에 전시된 작품이다. 대표적인 도상인 해골이 다채롭게 등장하고 고대 신화의 문구가 새겨진 이 작품은 바스키아의 네번째로 높은 경매가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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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리 브라운의 ‘무제’ [크리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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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된 작품의 절반 이상이 여성작가였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열고 있는 세실리 브라운의 2013년작 ‘무제(The Beautiful and Damned)’가 이날 두번째로 높은 가격인 670만달러(89억원)에 낙찰외며 작가의 경매가 신기록을 다시 썼다. 구사마 야요이도 노란색 회화 ‘호박’이 489만달러(65억원)에 팔려 높은 인기를 이어갔다. 떠오르는 스타인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수상작가 시몬 리의 조각 ‘Stick’도 271만달러(36억원)에 팔리며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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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 ‘빛의 제곡’ [소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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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더비는 16일부터 18일까지 4차례에 걸쳐 열린 이브닝 경매에서 총 6억3142만달러(8385억원)를 벌어들였다. 16일 밤에는 작년 작고한 음악 사업가 모 오스틴 컬렉션 경매가 가장 먼저 열렸다. 윌렘 드 쿠닝의 종이 작품 한 점을 제외하고 모든 작품이 팔렸지만, 가격 경쟁이 치열하진 않았다. 파블로 피카소, 조안 미첼 등의 거장도 추정가 하단을 밑돌았다. 미술품 딜러 레이 워터하우스는 “경매를 진행한 카리스마 넘치는 올리버 바커가 평소처럼 방을 지배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허용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르네 마그리트의 대표작 중 하나인 1951년작 ‘빛의 제국’이 4227만달러(561억원)에 팔리며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 소설에서 제목을 따온 이 연작은 부서진 창문을 통해 빛이 스며나오는 초현실적인 도상으로 17점의 연작 중 하나로 이날 작가의 두번째 경매가 기록을 세웠다.

같은 날 연이어 열린 근대 미술 이브닝 경매는 53점의 작품이 출품되어 낙찰률 84%의 비교적 견조한 판매를 이뤄냈다. 구스타브 클림트의 반짝이며 부서지는 해변을 그린 희귀한 풍경화 ‘Insel im Attersee’(1901~1902)이 5319만달러(706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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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브 클림트 ‘Insel im Atter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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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의 마지막 밤인 18일에는 초현대미술 경매인 ‘더 나우’와 동시대 미술 이브닝 경매가 나란히 열렸다. 동시대 미술 시장의 냉각은 이날 표면위로 드러났다. 이날 ‘더 나우’의 표지작품이었던 ‘아시아 시장의 대장주’ 나라 요시토모의 ‘Haze Days’(1998)는 1200만~1800만달러에 출품되었다가 경매 직전 응찰자를 찾지 못해 판매가 취소되며 충격을 안겼다. 낙찰총액 3714만달러(493억원)는 추정가인 5200만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였다.

이어진 동시대 미술 경매에서는 대작 몇점이 경매를 이끌었다.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은 루이스 부르주아의 대형 조각 ‘거미’로 추정가 하단을 살짝 넘는 3280만달러(436억원)에 낙찰됐다. 바스키아의 ‘Now’s the Time’(1985)가 뒤를 이어 2863만달러(380억원)에 낙찰되며 거장들이 저조했던 이 날 경매의 체면을 살렸다.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시장은 냉정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더비의 수석 부사장 데이비드 갤퍼린은 “시장의 옥석가리기가 두드러졌다”라고 총평을 했다. 뉴욕의 미술 고문 에리카 사무엘스는 “20세기와 21세기 미술이 분야별로 붕괴와 확장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평했다. 차갑고 이성적인 돈의 흐름이 시장의 양극화를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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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부르주아 ‘거미’ [소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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