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발단은 5·18 부상자회·공로자회가 지난 2월 특전사동지회를 초청하면서 시작됐다. 이 두 단체는 지역사회 반대에도 불구하고 특전사동지회를 초청해 대국민공동선언이라는 화합행사를 강행했다.
두 단체는 5·18 가해자의 고백과 진상규명을 위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이유를 들며 아직 정서적으로 용서를 하지 않는 지역사회에 특전사동지회를 초청한 것이다. 이후 지역사회는 대책위를 구성해 가해자의 사과가 먼저해야 한다며 대국민공동선언 폐기를 요구했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가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5·18 정신 헌법 전문수록'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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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갈등이 이번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그대로 영향을 미쳤다. 5·18 시민행사의 꽃으로 불리는 전야 행사마저 5·18 두 단체가 참여하지 않은 상황으로 이어졌다.
두 단체는 광주시와도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두 단체가 그동안 위탁 운영해왔던 5·18교육관 운영자에서 올해 탈락한 게 화근이다. 5·18교육관은 광주시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올해 광주시의 위탁운영자 공모에 이 두 단체가 두 차례나 응모했지만 모두 탈락했다.
이 두 단체는 강기정 광주시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강 시장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두 단체 회장은 강 시장이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반발하면서 강 시장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 두 단체는 5·18 기념일을 하루 앞둔 지난 17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마주친 강 시장을 향해 “시정을 똑바로 하라”며 고성을 질렀다. 18일 기념식이 열리는 날에는 국립 5·18민주묘지 가는 도로변에
강 시장을 비난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청와대 정무수석 당시 빚어진 라임사태까지 현수막에 내걸어 강 시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강 시장측이 강 시장을 비난하는 현수막을 직접 떼어내다 단체 회원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두 단체는 5·18을 추모하는 기념일을 보낸 뒤 본격적으로 강 시장과 광주시청에 항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들의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5·18 부상자회·공로자회는 지역시민사회와도 갈등하고 있다.
광주시의회 젊은 시의원들도 최근 본회의 '릴레이 5분 발언'을 통해 "5·18은 개인이나 특정 조직의 것이 아니다"며 5·18 두 단체를 향해 쓴소리를 내놓기도 했다.
두 단체는 같은 5·18 공법단체인 유족회와도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유족회는 특전사동지회와의 화합 행사를 반대하고 두 단체와 달리 독자 노선을 걸어왔다. 그러나 두 단체는 5·18 기념식을 마친 뒤 배포할 공동 입장문에 ‘43년만에 국민 통합을 위해 가해자와 피해자가 사죄·용서·화해 선언을 했다’는 내용을 넣었다가 유족회 강한 반발을 샀다.
유족회는 해당 문구를 삭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유족회 이름이 빠진 채 입장문이 배포됐다.
지난 17일 유족회가 주관한 제사 형식의 추모제에서 당초 아헌·종헌을 맡아온 두 단체 회장 대신 유족회 관계자가 제례를 진행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5·18 기념행사에 참석한 시민 박모(57) 씨는 “대동 정신을 실천한 오월 영령들 앞에 부끄러운 순간들”이라며 “무엇이 5·18을 위한 길인지 각자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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