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인구학) 명예교수가 17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주최로 열린 '저출산 위기와 한국의 미래 : 국제적 시각에서 살펴보는 현실과 전망'을 주제로 열리는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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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라 교만하게 들릴지 몰라도 한국다운 것이 변해야 합니다.”
인구학자인 데이비드 콜먼(77)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17일 한국의 초저출산 문제 타개를 위해 내놓은 해법이다. 콜먼 교수는 17년 전인 2006년 유엔 인구포럼에서 한국의 저출산 현상이 지속하면 한국이 지구 위에서 사라지는 ‘1호 인구소멸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당시 ‘코리아 신드롬’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세계적인 석학이다.
이날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주최로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학술행사 주제발표와 국내 언론 인터뷰를 가진 그는 ‘한국다운 것’으로 결혼, 과한 노동(Workism), 교육열을 꼽으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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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석학 “한국 저출산? 한국다운 것 변해야 한다”
콜먼 교수의 진단대로라면 한국은 720여년 후인 2750년 국가소멸 위험에 놓인다. 일본은 3000년쯤 일본인 모두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는 “오래전 한국을 1호 소멸국가로 말한 전망은 ‘윌(Will·~할 것이다)’이 아니라 ‘이프(If·~라면)’, 즉 가정이었기에 지금도 유효하다”며 “합계 출산율은 그때보다 훨씬 더 악화(1.13명→0.78명)했고, 한국이 이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만큼 감소세가 지속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콜먼 교수에 따르면 저출산 문제는 출산율이 낮거나 높은 국가의 특성을 문화적으로 살펴보며 접근해야 한다. 인구 감소가 세계적 현상이지만 한국과 같은 동아시아 국가는 가부장적인 사회 문화와 과도한 업무 강도 등이 맞물려 서구보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콜먼 교수는 “아무것도 없던 한국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여성의 교육·사회진출이 확대됐으나 가사노동 부담을 가중하는 가부장제와 가족 중심주의는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 격차가 줄어들고 있지만 임금 격차가 여전히 크고, 과도한 업무 시간과 입시 과열 등 교육 환경도 출산율이 낮은 배경”이라며 “이런 여성들에게 더는 결혼이 매력적인 삶의 방식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스웨덴 같은 북유럽이나 영어권 국가는 ▶점진적 경제 성장 ▶직업·노동의 유연성 ▶대규모 이민자 수용 ▶비혼·동거 출산 일반화 ▶일과 삶의 균형 등이 특징인데, 이와 상반된 동아시아의 사회·문화적 환경이 출산을 저해한다고 봤다. 때문에 국가가 이런 방해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콜먼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 등 과중한 업무 부담 개선 ▶고용 안정화 ▶직장의 보육 지원 확대 등을 예로 들면서 “기업이 선호하지 않는 방법 속에 해법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 “입시 과열 역시 저출산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라며 “사교육 억제 목적의 과세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높은 출산율을 보이는 덴마크·프랑스·미국·노르웨이·영국 등은 어떨까. 콜먼 교수에 따르면 이들 나라는 출산율이 1.6명 이하로 떨어진 적 없다고 한다. 그는 “특히 프랑스는 1939년 이후 여당·야당 상관없이 일관적인 정책을 수립했다. 변동적인 출산율이 나오는 국가와 다른 모습”이라며 “프랑스처럼 대통령이 누가 되든지 내 가족 지원은 이어진다는 신뢰가 국민에게 깔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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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출산 개방해야 개선”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인구학) 명예교수가 17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주최로 열린 '저출산 위기와 한국의 미래 : 국제적 시각에서 살펴보는 현실과 전망'을 주제로 열리는 심포지엄에 참석해 주제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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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확실하지 않다. 답을 알았으면 노벨상을 받았을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가 확실하게 안다고 한 것은 하나였다. “지금처럼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부족하고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콜먼 교수는 ‘출산 선진국’의 출산 30% 이상이 비혼 출산(2009년 기준)인 것을 예로 들면서 “그 어떤 국가도 비혼 출산이 아니었다면 1.6 이상의 높은 출산율을 달성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도덕과 비도덕적 문제가 아니라 너그러운 관점으로 결혼 전 동거 등을 바라보고 상식다운 것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해야 한다”며 “비혼 출산이 한국처럼 극단적으로 낮다면 많은 나라의 출산율은 1.0~1.3 사이를 맴돌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이라는 정의를 사회적으로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콜먼 교수는 저출산 문제 개선책으로 거론되는 이민 정책은 한국에서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인구 규모를 유지하거나 인구 수 자체를 늘리려면 이민자 유입이 도움될 수 있으나 출산율이 계속 낮게 유지되면 생산 가능 인구도 그대로이기 때문에 저출산·고령화 구조를 해결하진 못할 것”이라며 “이민자가 많이 들어와 그 후손을 낳아도 생산 가능 인구에 편입되기까지 20년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다만 “돌봄 노동을 중심으로 한 제한적 이민을 허용한다면 여성의 가사나 육아 등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출산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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