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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물가와 GDP

멈출 줄 모르는 물가 상승에 ‘불황형 짠물 소비’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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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달 1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편의점에서 고객이 도시락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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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씨(31)는 얼마 전 스마트폰에 편의점 앱을 깔았다. 먹거리 물가가 급증한 탓에 편의점 커피와 도시락을 찾는 일이 잦아져서, 앱을 이용하면 할인혜택 등을 볼 수 있어서다. 빵집이나 카페에서 결제할 때도 통신사 멤버십 할인을 잊지 않는다. 귀찮다는 이유로 몇백원 할인을 건너뛸 때도 많았지만, 지금은 월급과 물가를 고려하면 한 푼이 아쉽다.

A씨는 “배달을 시키거나 나가서 먹을까 하다가도 요새 돈을 많이 쓴 것 같으면 라면을 먹을 때가 더러 있다”며 “물가가 오르는 게 피부로 와닿다 보니 자연스럽게 절약하게 된다”고 말했다.

불경기와 물가 상승 영향으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루거나 최대한 알뜰하게 사려고 하는 ‘불황형 소비’가 지속되고 있다.

17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을 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짜장면의 평균 외식비는 7000원(6915원), 삼겹살 200g은 2만원(1만9236원)에 근접했다. 냉면, 비빔밥, 김치찌개 백반, 삼겹살, 자장면, 삼계탕, 칼국수, 김밥 등 8개 조사 품목에서 1만원으로 먹을 수 있는 건 김치찌개 백반과 자장면, 칼국수, 김밥 등 4가지 뿐이었다. ‘점심값 1만원’ 시대에 구내식당을 찾거나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농심·오뚜기·삼양식품 등 라면업계 ‘빅3’가 1분기 나란히 호실적을 기록한 배경에도 ‘짠물 소비’가 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도 가볍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라면은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잘 팔리는 대표적 품목이다.

이런 분위기에 NHN데이터의 ‘2023 상반기 앱 트렌드 리포트’를 보면 지난달 기준 해외직구 앱과 중고품 쇼핑 앱 설치 수는 작년 10월보다 각각 24.6%, 14.2% 늘었다. 종합쇼핑 앱의 상승률(6.9%)을 훨씬 웃돈다. 설치 수 증가율이 높은 쇼핑 앱 8개 중 5개는 공동구매 앱이었다.

식품·배달 카테고리에선 저가 커피 브랜드 앱 이용이 늘었다. 편의점 앱은 6개월간 증가율이 25.6%에 달했다. NHN데이터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속에서 편의점들이 저렴한 도시락을 출시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유통업계에선 고객 다수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실속 마케팅’이 활발하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은 2개 이상 구매하면 상품권이나 적립금을 주는 골드키위 홈쇼핑 방송을 진행했더니 여러 개를 구매한 고객이 직전보다 160% 늘었다고 전했다. 업체 관계자는 “대형 경품보다는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생필품이나 적립금을 혜택으로 증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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