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What] 인도로 몰리는 글로벌 기업
2020~2022년 기준 FDI 420억弗
美 시스코 현지공장 설립 결정 등
반도체·車·풍력 업체 잇단 진출
中 추월한 인구는 매력적이지만
낙후된 인프라·교육 등은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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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중국이 ‘세계의 공장 작업장’ 타이틀을 두고 라이벌을 만났다.”
전 세계 주요 제조 업체들 사이에서 최근 인도에 생산 기지를 신설하거나 넓히는 등 투자를 확대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데 대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이같이 논평했다. 글로벌 업체들이 안팎의 지정학적 문제로 바람 잘 날 없는 중국의 위험을 분산할 백업 지대로 인도를 주목하고 있다. 이른바 ‘차이나 플러스원’ 전략이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중국을 추월했다고 추정될 만큼 많은 인구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도시화와 인프라, 교육 수준 등이 미진한 데다 제조업 발전 속도도 더뎌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많다.
KT 라마 라오 인도 텔링가나주 정보기술(IT)·산업장관은 15일(현지 시간) 트위터에서 대만 폭스콘이 관내 콩가르칼라안시에 5억 달러(약 6693억 원) 이상을 투자해 새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라오 장관은 폭스콘의 투자로 직접적 일자리 2만 5000개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폭스콘은 대표적인 애플의 하청 생산 업체로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폭스콘의 이번 투자도 애플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인도를 찾아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으며 애플은 인도의 시장성에 주목하며 뭄바이에 애플스토어를 여는 등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폭스콘은 앞서 이달 9일 런던 증시 공시를 통해 인도 카르나타카주 벵갈루루시 외곽 데바나할리에서 약 480억 원에 120만㎡ 규모의 토지를 매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폭스콘이 7억 달러(약 9383억 원)를 투자해 인도에 새 공장을 만들 계획이라고 3월 보도한 바 있다. 또 다른 협력사인 대만 페가트론은 지난해 9월 남부 첸나이에 1억 5000만 달러를 들여 공장을 세운 데 이어 제2공장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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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만이 아니다.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모디 정부가 2020년부터 현지 제조업 진흥을 위해 추진해온 재정적 인센티브 정책으로 여러 업체로부터 투자 약속을 받았다고 전했다. 인도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도 2020~2022년 평균 420억 달러에 이르는 등 최근 10년 사이 두 배로 늘었다. 일본 자동차 업체 스즈키도 인도에 자회사를 세워 현지 공장에 7년간 1800억 루피(약 2조 9358억 원)를 투자한다고 지난해 밝힌 바 있다. 인도 자동차 산업은 2년 연속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해 인도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으로 발돋움했다. 미국 반도체 업체 시스코는 10일 인도 현지에 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앞으로 몇 년간 수출 및 내수를 통해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풍력 터빈, 블레이드 제조사 중 하나인 덴마크 베스타스는 2021년부터 남부 스리페룸부두르에 공장 두 개를 건설해 글로벌 생산 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제조 업체들의 인도 러시를 두고 WSJ는 “여러 이유로 중국의 백업 지대를 찾는 것이 목적”이라고 해석했다. 인건비 상승과 자국 업체에 기술을 이전하라는 정부의 압력, 미중 무역갈등,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봉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압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다. 특히 미중 갈등이 인도에 좋은 기회가 됐다. 산제이 쿠마르 모한티 뭄바이국제인구과학연구소 교수는 “인도의 정치적·민주적 체제가 중국보다 글로벌 투자에 더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대체지로서 인도의 조건은 좋은 편이다. 유엔 경제사회국은 지난달 말 기준 인도 인구가 14억 2500만 명으로 중국 본토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AP통신은 “인도는 세계에서 젊은 인구가 가장 많이 있고 출산율이 높으며 유아 사망률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인도에 중국의 경제 궤적을 복제할 수 있는 잠재력이 된다”고 전했다.
다만 인도의 성장을 위해 해결해야 할 장애물도 많다. WSJ는 인도 현지에 진출한 대만 무역진흥기관 관계자를 인용해 “인도에 공장을 지으려면 토지 확보와 인허가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해외 엔지니어용 비자 발급도 오래 걸린다”고 지적했다. 또 장거리 이주를 꺼리는 인도 생활문화의 영향으로 제조업 생산 기지의 노동력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도가 성장하려면 도시화, 인프라, 인적 자원 개발, 급속한 제조업 발전이 수십 년 동안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도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의 비중은 2021년 기준 14%로 27.44%에 이르는 중국의 절반 수준이다. 항공·항만·인터넷·전기 등 인프라 보급률도 중국에 뒤처지며 교육 수준도 낮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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