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본부세관은 지난달 중국에서 초소형 카메라가 부착된 촬영장비 등 4903점을 밀수한 업체 2곳을 적발했다. 일상용품으로 위장된 이들 장비에는 1㎜ 렌즈가 부착돼 불법촬영 범죄 악용소지가 크다. [사진 부산본부세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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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렌즈 심은 시계ㆍ면도기… 진화한 초소형 카메라
“이 탁상시계와 볼펜·면도기 또한 촬영 장비입니다. 일상 용품으로 위장한 데다 1㎜ 크기 초소형 렌즈가 부착돼 (몰카범죄에 악용돼도) 알아보기 어렵죠.”
중국에서 제작, 밀수된 초소형 카메라 등 장비 수천점을 최근 적발한 부산본부세관이 압수 물품 공개 당시 한 설명이다. 부산본부세관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들 장비를 밀수한 국내 업체는 2곳.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이 같은 초소형 카메라와 녹음기 등 장비 4903점을 국내로 몰래 들여왔다.
밀수 장비는 스마트폰과 연동해 실시간 원격제어가 가능하다. 위장하기 쉽도록 옷에 붙일 수 있게 제작된 초소형 카메라는 얼마든지 불법촬영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 밀수 업체가 들여온 장비 중 상당수가 팔리거나 유통돼 이번에 압수된 건 255점뿐이었다. 부산세관 측은 “판매된 물품에 대한 파기 및 판매중지 등을 중앙전파관리소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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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샤워실에 교무실까지 몰카 ‘위험지대’
초소형 카메라 탐지장비를 이용해 교내 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 설치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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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범죄는 이미 만연해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11월 부산의 한 고교 여자 화장실에서 불법촬영 장비를 설치한 재학생 A군이 적발됐다. 계단에서 같은 학교 여학생의 신체 특정 부위를 몰래 찍으려다 발각된 A군은 소지품에서 소형 카메라가 나오자 “여자 화장실에 설치했다가 떼어낸 것”이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앞서 10월엔 광주광역시에 있는 초등·중학교 4곳의 화장실과 샤워실, 교무실에까지 몰카 장비를 설치해 불법촬영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컴퓨터 업체 직원 B씨(20대)가 입건됐다. 대검찰청 ‘2021 범죄분석’ 통계를 보면 불법촬영 범죄는 2011년 1565건에서 2020년 5162건으로 10년 새 3배 이상 급증했다.
전국 불법촬영 범죄 발생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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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막이 막아라” 지자체 대책 부심
교육 현장인 학교에서마저 불법촬영 사건이 잇따르자 광역ㆍ기초자치단체가 대책을 내놓고 있다. 부산시의회에서는 국민의힘 신정철 시의원이 발의한 ‘부산시교육청 화장실 불법 촬영 예방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 지난 5일 원안 가결됐다.
개정안엔 교내 화장실은 물론 샤워실과 탈의실 등 불법촬영이 일어날 수 있는 장소도 예방 사업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새로 지어지는 화장실 칸막이는 불법촬영 장비를 들이밀 수 없도록 상ㆍ하단부의 틈을 3㎜ 이하로 맞춰야 한다. 이미 설치된 화장실의 경우엔 칸막이 위아래를 가로막는 스크린을 설치해 불법촬영을 차단하게 했다. 신 의원은 “화장실에서의 불법 촬영은 보통 바로 옆 칸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칸막이 틈새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개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서울 서대문·성동구와 울산시, 경기도 과천시에서도 유사한 조례가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다. 이들 조례는 학교 이외에도 공중화장실과 탈의실, 수유실 등 불법촬영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장소를 대상으로 지자체가 상시점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몰래 설치된 불법카메라 등을 탐지할 수 있는 장비도 대여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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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처벌 강화 병행해야 ‘몰카’ 잡는다”
하지만 이 같은 예방책만으로 불법촬영 범죄를 막기 역부족이란 진단도 있다. 전문가는 지자체 조례 등 예방책에 발맞춰 초소형 카메라 관리 구조를 다듬고 불법촬영 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등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승재현 한국형사ㆍ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악용 소지가 큰 초소형 카메라는 일련번호를 매기고 구매자를 추적할 수 있게 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위험한 화학물질은 물론 농약을 살 때도 이미 이런 체계가 적용되고 있다. 국내 생산 초소형 카메라에 대해서라도 이를 적용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승 박사는 “반복적으로, 다수의 대상을 촬영한 게 확인되면 (피해자의) 얼굴 등이 특정되지 않더라도 벌금형보다 강한 처벌을 해야 한다”며 “사진 유포 등 2차 피해 고통을 감안하면 성범죄처벌법이 규정하는 범죄자 신상공개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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