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심판론 53.4% 야당 심판론 47.8% 팽팽
정부 여당 동시 심판 필요 23.8% 달해
이들 마음 사로잡는 쪽이 선거 승리할 듯
내년 총선에서의 정부·여당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 비율. 그래픽=김문중 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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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총선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는 '정부·여당 심판론'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동시에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야당 심판론' 역시 절반에 육박했다. 여야 모두에게 보내는 민심의 경고다. 이로써 상대편에 대한 심판 정서에 기대는 전략만으로는 선거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4분의 1에 육박하는 '여야 동시 심판론자'의 마음을 누가 먼저 사로잡느냐가 선거 승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 취임 1년 만에 과반 넘은 정권 심판론
9일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윤 대통령 취임 1주년 여론조사 결과 '내년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심판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 비율은 53.4%였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0.7%, 모름·무응답은 5.9%였다.
연령별로 30, 40, 50대에서 공감 비율이 50%를 넘었고, 18~29세(44.1%)와 60세 이상(46.9%)에서는 이보다 낮았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39.5%)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공감 비율이 50%를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까지만 해도 현 정부·여당을 밀어줬던 유권자의 4분의 1 이상이 불과 1년여 만에 정권 심판 쪽으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찍었던 응답자 중 28.9%,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에 표를 줬던 사람 중 26.9%가 각각 정부·여당 심판론에 공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여의도연구원 주최로 열린 윤석열 정부 1년 노동개혁 성과와 향후 과제 세미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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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 결과... 야당 심판론도 절반 육박
그러나 거대야당에 대한 심판 정서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법독주, 당대표 사법리스크, 팬덤정치, 돈봉투 사건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 비율은 47.8%로 적지 않았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46.4%, 모름·무응답은 5.7%였다. 연령별로는 50~59세(51.7%)와 60세 이상(58.0%)에서 야당 심판론이 더 높았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라 지역에서 39.7%로 나와 민주당의 텃밭에서도 야당 심판 주장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찍었던 사람 중 야당 심판론에 공감한 비율은 30.9%였다. 현 상태로는 민주당이 2020년 총선 압승(180석)의 영광을 재현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국회에서 민주연구원 주최로 열린 윤석열정부 1년 평가 연속토론회 '무너진 1년, 견뎌낸 사람들'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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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론 반사이익은 정부·여당이 유리... 동시 심판론자 잡아야 총선 승리
양 진영에 대한 심판론이 충돌하는 가운데, 현재로선 정부·여당이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야당 심판론자 가운데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찍겠다는 답변은 68.6%였다. 반면 정부·여당 심판론자 중 민주당에 표를 주겠다는 답변은 이보다 낮은 59.4%에 그쳤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연구위원은 "현 정부 심판이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 중 민주당에 마음을 주지 않고 있는 비중이 상당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더더욱 정권 심판론의 반사이익에만 기대기 어려운 이유다.
‘정부·여당 심판론=야당 지지’의 전통적인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 것은 여야 모두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유권자가 많아서다. 실제로 응답자 중 여야 동시 심판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23.8%에 달해 정부·여당 심판론(29.5%)과 야당 심판론(24.0%)에 못지않았다. 정 위원은 "누가 먼저 여야 동시 심판론자의 표심을 잡느냐가 선거 승패를 가를 것"이라며 "이런 동시 심판론자는 중도층이 관심 있는 의제에 집중하고, 더 겸손한 쪽에 표를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이번 여론조사는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4, 6일 양일간 실시했다.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활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4.7%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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