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 성수기 앞두고 입장료 인상
식사 포함 삼겹살 4인분 10만원 훌쩍
항공료·숙박비 크게 올라 여행도 포기
고금리·고물가에 안 입고 안 먹는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13일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서 시민들이 쇼핑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이후 우리 국민의 소비가 5% 안팎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대표적인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 지수(계절조정)는 지난 1월 기준 103.9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109.4와 비교하면 5.03% 하락한 수치다. 2023.3.13 ryousanta@yna.co.kr/2023-03-13 14:44:33/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40대 가장인 A씨는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으로 확인한 카드승인내역에 깜짝 놀랐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에 지출한 금액만 150만원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자녀 두 명 어린이날 선물에 당일 놀이공원 방문, 기념일 이틀 외식비 지출만 100만원을 썼다. 어버이날 양가 부모님께 30만원씩 용돈을 드린 것까지 합하면 5월 들어서만 200만원 넘게 지출한 셈이다. 매월 상환하는 아파트 대출이자에 각종 보험료, 식비와 관리비 등을 포함하면 한 달 월급이 빠듯하다.
#. 30대 초반의 미혼인 B씨는 어린이날 초등학생 조카 두 명의 선물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 방문해 20만원가량을 지출했다. 초등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대형 변신 로봇 한 개를 사는 데 7만원을 썼고 고학년 조카에게 선물한 아동화는 8만원대였다. 부모님과 스승의날 선물까지 추가 구매할 경우 그의 5월은 적자가 불가피하다.
가정의 달인 5월에 가계 부담이 커졌다. 올해는 완구부터 꽃 등 가정의 달 전통 선물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엔데믹 여파로 항공권과 숙박비까지 치솟았다. 5월의 3분의 1을 지난 시점이지만 이미 지출이 가계 수입의 절반을 넘어섰다.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에 스승의 날, 부부의 날까지 기념일이 겹치는 시기라 가정의 달이 아니라 ‘잔인한 5월’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관련기사 3면>
9일 롯데멤버스에 따르면, 20~60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어버이날 선물 예산은 평균 33만6000원으로 조사됐다. 결혼한 가정일 경우, 양가 부모 용돈에 평균 67만원가량이 든다. 어린이날 평균 선물 예산은 12만4800원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으로 오른 것은 완구나 건강기능식품 등 선물 뿐만이 아니다. 항공권과 숙박료 인상의 대안으로 떠오른 놀이공원의 입장료까지 크게 올랐다. 에버랜드는 지난 3월 연간이용권과 1일 이용권(종일권)을 최고 15.4% 인상했다(본지 2월 2일자 5면 참조). 어린이날을 포함한 극성수기 자유이용권 가격은 6만4000원에서 6만8000원(어린이 5만8000원)에 달한다. 4인 가족 방문 시 입장권 가격만 20만원대 중반에 육박한다.
기념일 가족 식사도 부담스럽기만 하다. 지난해 외식 물가 상승률(7.7%)은 1992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7.6%를 기록했는데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햄버거(17.1%)·피자(12.2%)·돈가스(9.9%) 물가가 급등했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꼽히는 삼겹살의 3월 기준 서울 지역 1인분(200g) 가격이 1만9236원으로 1년 전보다 12.1% 올랐다. 4인 가족이 서울 시내 음식점에서 삼겹살 4인분과 식사를 곁들이면 10만원은 기본이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14개월 만에 3%대로 둔화했지만, 먹거리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여전하다. 그동안 누적됐던 원가 부담이 서서히 외식 등 개인서비스에 반영되면서 체감 물가가 나아지지 않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그동안 식품·외식기업들이 원가 인상에도 가격 인상을 자제해왔지만,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외식 수요가 급증하면서 인상 요인이 딱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아주경제=김봉철 기자 nicebong@ajunews.com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