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 |
(카이로·서울=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이도연 기자 = 유럽연합(EU) 외교단이 이스라엘 정부 내 극우 인사 참여에 반발, 현지에서 9일(현지시간) 개최할 예정이던 '유럽의 날' 행사를 전격 취소했다고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이 이날 보도했다.
이스라엘 주재 EU 외교단은 전날 성명을 통해 "아쉽게도 올해 외교 리셉션 행사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유럽연합이 지향하는 가치에 반하는 견해를 가진 사람에게 연설 기회를 제공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외교단은 이스라엘 대중을 위한 문화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외교단이 '유럽연합의 가치에 반하는 견해를 가진 사람'이라고 지칭한 이는 이스라엘 집권 연정 내 대표적인 극우 인사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극우 정당 연합인 독실한 시오니즘의 약진 이끈 벤-그비르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재집권을 도왔고, 그 대가로 경찰조직을 관할하는 장관직을 차지했다.
반아랍, 반팔레스타인 성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 온 그는 취임 초기인 올해 초 이슬람의 3대 성지인 동예루살렘 알아크사 사원을 전격 방문해 논란을 일으키는 등 극우 행보를 이어왔다.
또 최근에는 경찰조직과 별개로 치안유지 활동을 하게 될 국가 경호대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야당과 국제사회는 이 조직이 이스라엘 극우파의 친위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EU와 주요 회원국들이 극우 성향이 아닌 다른 장관을 이스라엘 정부 대표로 보내달라고 요청했으나 벤-그비르 장관은 자신이 참석할 것을 고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벤-그비르 장관은 자신의 행사 참석을 대놓고 거부한 유럽연합 외교단의 결정에 발끈했다.
그는 "민주주의와 다원주의의 가치를 대변한다는 유럽연합이 요령 없이 침묵을 강요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진정한 친구 사이라면 어떻게 비판하고 그 비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스라엘 정부와 영웅적인 이스라엘군, 이스라엘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 것은 영광이자 특권"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을 통해 유럽연합은 극우세력을 품은 채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는 네타냐후 연정에 대한 외교적 불편함을 표출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해 이스라엘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이스라엘 초강경 우파 연정이 들어선 뒤 주이스라엘 EU 국가 대사들은 벤-그비르 장관과 역시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과의 만남을 거절해왔다.
이번 행사 취소는 이스라엘이 지난 7일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거주지에 있는 학교를 임의로 철거한 데 대해 EU가 "경악했다"며 "국제법상 불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데 이은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 건물이 허가받지 않고 불법으로 지어졌다는 철거 사유를 들었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이나 이들을 돕는 지원단체들은 서안 지구에서 건축 허가를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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