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공격 사건 배후 두고 러시아-미국 공방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크렘린궁 지붕 근처에서 비행 물체가 폭발하는 모습./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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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렘린궁 드론(무인기) 공격 사건의 배후를 두고 러시아와 미국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는 드론 공격의 배후로 미국을 지목했고, 미국은 러시아의 거짓말이라며 강력히 부인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이번 사건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리는 이런 테러 공격에 대한 결정이 우크라이나가 아닌 미국에서 내려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실행할 뿐"이라며 "미국이 종종 우크라이나의 공격 대상과 수단을 결정하는 것을 안다. 미국은 우리가 이를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건을 부인하려는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시도는 정말 우스꽝스럽다"고 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이같은 주장을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명백하고 뻔뻔한 거짓말"이라며 "우리는 이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했다.
이어 '크렘린궁 피격 관련 러시아 측과 소통했느냐'는 질의에 그는 "우리가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어 미국이 이번 사건을 공식 조사하고 있지는 않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아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커비 조정관은 CNN·MSNBC와 인터뷰에서도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국경 밖 공격을 장려하거나 허용하지 않는다"며 "크렘린궁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 불투명하고, 미국은 여전히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렘린궁이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지난 2일 밤 크렘린궁을 겨냥한 드론 공격 시도가 있었다. 러시아군은 전자전 체계를 사용해 드론 2대를 무력화했고, 부상자나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대통령 관저인 크렘린궁이 직접적인 공격 대상이 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모스크바 외곽의 노보오가리요포 관사에 머물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가 드론을 보내 러시아 대통령을 암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계획된 테러 행위"라며 "러시아는 언제 어디서나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보복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도 공격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핀란드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우리 마을과 도시를 방어할 뿐 푸틴이나 모스크바를 공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크렘린궁 드론 공격이 러시아에 의해 "연출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봄 공세에 앞서 대규모 테러를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이번 사건으로 러시아 내에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대통령인 "젤렌스키를 제거"할 것을 촉구했다. 러시아 두마 의장이자 푸틴의 동맹인 뱌체슬라프 볼로딘은 "우크라이나 테러 정권을 막고 파괴할 수 있는 무기 사용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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