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서도 경기 광주·전북 완주 등 곳곳서 유사 사고 이어져
음주사고 한 해 1만5천건 안팎…"윤창호법 '위헌' 따른 보완 필요"
(경기 광주=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지난달 대전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배승아(9) 양 사고의 충격이 여전한 가운데 음주 교통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4일 경기 광주에서는 음주 역주행 차량이 낸 사고로 피해 차량 운전자가 숨졌고, 사흘 전인 1일 전북 완주에서는 대낮 음주 차량에 받힌 보행자가 사망하는 등 이달 들어서만도 무고한 시민 2명이 음주운전 차량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헌법재판소에서 세 차례에 걸쳐 위헌 판단이 내려진 '윤창호법'에 대한 보완 및 '음주운전 방지 장치' 도입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배승아 양 참변' 얼마나 됐다고…꼬리 무는 음주사고
지난달 8일 오후 2시 20분께 대전시 서구 둔산동 탄방중 인근 교차로 스쿨존 내에서 전직 공무원 방모(66) 씨가 만취 상태로 몰던 승용차가 제한 속도(시속 30㎞)보다 빠른 시속 42㎞로 도로 경계석을 넘어 인도로 돌진하는 사고가 났다.
대낮 스쿨존 내에서 길을 걷던 9살 어린이가 음주 차량에 치여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분이 일었다.
그러나 음주 운전 사망사고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4시 6분 전북 완주군 봉동읍의 도로에서 20대 A씨가 술에 취해 운전하다가 40대 부부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A씨 역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흘 후인 4일 0시 50분께 경기 광주시 역동의 한 아파트 앞 왕복 4차로 도로에서 만취한 40대 B씨가 몰던 승용차가 역주행하다가 마주 오던 택시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택시 운전기사가 숨지고, 조수석에 탑승한 승객은 중상을 입었다.
배승아 양 사고의 충격이 여전한 가운데 이달 들어서만 연달아 2건의 음주 사망사고가 난 것이다.
◇ 음주 교통사고 한해 1만5천여건…폐해 심각
하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음주 사망사고 사례와 관련 통계를 보면, 음주운전 근절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2019년 22만9천600건(사망자 3천349명), 2020년 20만9천664건(3천81명), 2021년 20만3천130건(2천916명)이었다.
이 중 음주 교통사고는 2019년 1만5천708건(사망자 295명), 2020년 1만7천247건(287명), 2021년 1만4천894건(206명) 등 한 해 1만5천건 안팎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 해 2만5천건 상당의 음주 교통사고가 났던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사고 건수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음주 운전 차량에 의한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매년 7~9%에 달한다는 것은 음주운전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 "윤창호법 보완책 필요…음주운전 방지 장치도 필요"
2018년 법조인을 꿈꾸던 22세 청년 윤창호 씨가 음주운전 차량에 받혀 숨지는 사고가 나자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운전이나 음주 측정 거부를 2회 이상 한 사람에 대해 가중 처벌을 하는 내용의 '윤창호법'이 시행됐지만, 헌법재판소는 2021년 11월과 지난해 5월, 8월 등 세 차례에 걸쳐 해당 법률 조항에 대해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위헌 판단을 내렸다.
헌재는 "가중 요건이 되는 과거 음주운전 행위와 처벌 대상이 되는 재범 사이에 시간적 제한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위헌 판단을 했다. 이전 범죄를 이유로 아무런 시간적 제한 없이 무제한 이후 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예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국회는 올해 1월 문제가 된 '윤창호법' 조항, 즉 구 도로교통법 148조의 2에 관해 음주운전으로 벌금형 이상을 확정 선고받고 10년 이내에 재범하는 경우 가중 처벌하는 내용으로 법률을 일부 개정하는 등 보완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정 도로교통법은 음주운전 10년 이내 재범자가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으로 운전한 경우 2년 이상 6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등의 규정을 두고 있다"며 "여기에 그치지 말고 법률을 더욱 구체화해 면허정지나 취소에 관해서도 촘촘한 규정을 만들어 위헌 판단이 난 '윤창호법'을 면밀히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음주운전은 습관에 가깝다. 예를 들어 소주 반병을 마시고 운전해 안전하게 귀가한 경험은 가진 사람이 '이 정도는 괜찮다'는 자기 확신을 갖게 돼 계속 반복 범행하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음주운전 방지 장치' 도입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음주운전 방지 장치'는 차량에 설치된 음주측정기를 통해 일정 기준 이상의 알코올 농도가 측정되면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는 장치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배승아 양 사고를 계기로 '음주운전 방지 장치'를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나선 상태이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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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기 광주에서는 음주 역주행 차량이 낸 사고로 피해 차량 운전자가 숨졌고, 사흘 전인 1일 전북 완주에서는 대낮 음주 차량에 받힌 보행자가 사망하는 등 이달 들어서만도 무고한 시민 2명이 음주운전 차량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헌법재판소에서 세 차례에 걸쳐 위헌 판단이 내려진 '윤창호법'에 대한 보완 및 '음주운전 방지 장치' 도입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승아 양 추모하는 시민들 |
◇ '배승아 양 참변' 얼마나 됐다고…꼬리 무는 음주사고
지난달 8일 오후 2시 20분께 대전시 서구 둔산동 탄방중 인근 교차로 스쿨존 내에서 전직 공무원 방모(66) 씨가 만취 상태로 몰던 승용차가 제한 속도(시속 30㎞)보다 빠른 시속 42㎞로 도로 경계석을 넘어 인도로 돌진하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길을 걷던 배양이 숨지고, 함께 있던 9~10세 어린이 3명이 다쳤다.
대낮 스쿨존 내에서 길을 걷던 9살 어린이가 음주 차량에 치여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분이 일었다.
그러나 음주 운전 사망사고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4시 6분 전북 완주군 봉동읍의 도로에서 20대 A씨가 술에 취해 운전하다가 40대 부부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사고를 당한 부부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아내는 사망했고, 남편은 크게 다쳐 치료받고 있다.
A씨 역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흘 후인 4일 0시 50분께 경기 광주시 역동의 한 아파트 앞 왕복 4차로 도로에서 만취한 40대 B씨가 몰던 승용차가 역주행하다가 마주 오던 택시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택시 운전기사가 숨지고, 조수석에 탑승한 승객은 중상을 입었다.
B씨는 음주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검문하려 하자 그대로 차를 몰고 도망가는 과정에서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배승아 양 사고의 충격이 여전한 가운데 이달 들어서만 연달아 2건의 음주 사망사고가 난 것이다.
경기광주 사고현장 |
◇ 음주 교통사고 한해 1만5천여건…폐해 심각
우리 사회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참변이 일어날 때마다 처벌 강화 방안을 새로 만드는 등 법과 제도 정비를 거듭해왔다.
하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음주 사망사고 사례와 관련 통계를 보면, 음주운전 근절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2019년 22만9천600건(사망자 3천349명), 2020년 20만9천664건(3천81명), 2021년 20만3천130건(2천916명)이었다.
이 중 음주 교통사고는 2019년 1만5천708건(사망자 295명), 2020년 1만7천247건(287명), 2021년 1만4천894건(206명) 등 한 해 1만5천건 안팎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 해 2만5천건 상당의 음주 교통사고가 났던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사고 건수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음주 운전 차량에 의한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매년 7~9%에 달한다는 것은 음주운전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자회견 하는 윤창호 군의 친구들 |
◇ "윤창호법 보완책 필요…음주운전 방지 장치도 필요"
2018년 법조인을 꿈꾸던 22세 청년 윤창호 씨가 음주운전 차량에 받혀 숨지는 사고가 나자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운전이나 음주 측정 거부를 2회 이상 한 사람에 대해 가중 처벌을 하는 내용의 '윤창호법'이 시행됐지만, 헌법재판소는 2021년 11월과 지난해 5월, 8월 등 세 차례에 걸쳐 해당 법률 조항에 대해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위헌 판단을 내렸다.
헌재는 "가중 요건이 되는 과거 음주운전 행위와 처벌 대상이 되는 재범 사이에 시간적 제한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위헌 판단을 했다. 이전 범죄를 이유로 아무런 시간적 제한 없이 무제한 이후 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예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국회는 올해 1월 문제가 된 '윤창호법' 조항, 즉 구 도로교통법 148조의 2에 관해 음주운전으로 벌금형 이상을 확정 선고받고 10년 이내에 재범하는 경우 가중 처벌하는 내용으로 법률을 일부 개정하는 등 보완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정 도로교통법은 음주운전 10년 이내 재범자가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으로 운전한 경우 2년 이상 6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등의 규정을 두고 있다"며 "여기에 그치지 말고 법률을 더욱 구체화해 면허정지나 취소에 관해서도 촘촘한 규정을 만들어 위헌 판단이 난 '윤창호법'을 면밀히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음주운전은 습관에 가깝다. 예를 들어 소주 반병을 마시고 운전해 안전하게 귀가한 경험은 가진 사람이 '이 정도는 괜찮다'는 자기 확신을 갖게 돼 계속 반복 범행하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음주운전 방지 장치' 도입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음주운전 방지 장치'는 차량에 설치된 음주측정기를 통해 일정 기준 이상의 알코올 농도가 측정되면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는 장치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배승아 양 사고를 계기로 '음주운전 방지 장치'를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나선 상태이다.
음주운전 방지장치 체험하는 김기현 대표 |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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