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추가 제공·동맹 강화로 미국에 기운 필리핀의 저울추
필리핀, 美 인도·태평양 전략에 어떤 형태로든 '가세' 예상
中, 친강 외교부장 보내 필리핀 견제…경제보복 가능성 부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이 필리핀의 대미 밀착 행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작년 9월 취임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이하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최근 미국과의 협력을 급속히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중 성향을 보였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과는 확연히 다르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방미 중인 마르코스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중국의 영향력 확대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은 남중국해를 포함한 필리핀 방어 공약을 철통같이 지키고 있으며, 필리핀 군 현대화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양국의 더 강력한 관계 구축을 위한 결심을 전달하겠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발전과 평화를 위해 오랜 동맹 관계를 재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1951년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던 양국이 마르코스 대통령의 아버지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1965∼1986년 재임)의 장기 독재와 친중 두테르테 대통령 시절의 '불화'를 딛고 동맹 부활을 알린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최근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에 더해 동맹국인 한국·일본과의 협력 강화로 '중국 옥죄기'의 강도를 높여왔다는 점에서 필리핀이 어떤 형태로든 인도·태평양 전략에 어떤 형태로든 '가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남중국해서 만난 필리핀과 중국의 해안경비정 |
미 고위 당국자는 마르코스 대통령의 방미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동맹·파트너와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관여 측면에서 매우 중대한 시기에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한다"며 "마르코스 대통령 방문하는 동안 이는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전임 두테르테 대통령 시절 흔들렸던 미국·필리핀 동맹 기조를 바로잡는 데 역점을 둬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두테르테 전 대통령 때 중국 쪽에 기울었던 저울추를 미국 쪽으로 옮기는 데 주력했다.
실제 필리핀은 지난 2월 군사기지 4곳의 사용권을 미국에 추가로 제공하고, 지난달 11일 미국과 합동 군사훈련을 하는 등 미국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필리핀에 군사기지를 추가로 확보한 미국은 대만과 남중국해에 긴급 상황 발생 때 이전보다 더 신속히 대응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선 안쪽 90%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는 중국에 대해 필리핀과 공동 대응할 여지가 커졌다.
남중국해의 90%가 자국 해역이라는 중국의 주장은 2016년 국제상설재판소(PCA)에서 기각됐다. 그런데도 중국이 영유권 주장을 계속해오는 탓에 필리핀과의 갈등도 적지 않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2월 6일 남중국해의 필리핀 해역인 세컨드 토머스 암초 지역에서 식량과 군용물자 보급 작업을 지원하던 필리핀 선박을 향해 중국 함정이 레이저를 투사해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됐다.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있는 세컨드 토머스 암초 해역에는 필리핀 군 병력과 군함이 배치돼 있으나, 중국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아 왔다.
지난달 22일에도 이 암초 일대에서 중국 해안 경비정 2척이 이곳에서 순찰하던 필리핀 해안 경비정을 위협하는 일이 발생했다.
급기야 미 국무부는 같은 달 29일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해안 경비정과 마찰을 빚은 중국 정부에 필리핀을 공격하면 미국이 방어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가 10일 대만포위 훈련 관련해 공개한 군함 전개 모습 |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도 필리핀에 추가 건설된 미군 기지들의 효과가 크다.
대만 비상사태 시 필리핀 주둔 미군의 신속한 투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이유로 중국이 사실상 대만 침공을 염두에 둔 대만 봉쇄 군사훈련을 시작하자 바이든 행정부는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와 항모 강습단을 대만 남쪽의 필리핀해에 대기시킨 바 있다.
중국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중국의 친강 외교부장은 미국과 필리핀의 연례 합동 군사훈련인 '발리카탄'이 진행되던 지난달 22일 필리핀을 방문해 양국 외교장관 회담을 했다.
그의 방문은 남중국해 갈등을 공조로 해결하려는 대화가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의도는 미국과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필리핀에 대한 견제였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실제 친 부장은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는 "필리핀이 역사의 대세를 정확하게 파악하라. 중국의 주권, 안전, 영토 보전을 존중하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듣기에 따라선 '경고성' 발언이라는 점에서 주목됐다.
이제 외신은 중국이 '변심 중인' 필리핀에 경제 제재를 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필리핀의 주요 수출품인 농산물 수입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방법으로 필리핀 경제를 압박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최근 남중국해의 시사군도(파라셀 군도) 내 융싱섬(우디섬)에 훠궈(중국식 샤브샤브) 식당까지 개설하는 등 점유권 주장을 부쩍 강화하고 있어 조만간 국제사회와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남중국해 파라셀군도 |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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