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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물가와 GDP

밥상물가 고공행진, 식품기업만 배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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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압박에도 식료품 가격 인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식품기업 3곳 중 2곳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밀가루·대두 등 원재료 및 에너지 비용이 증가했지만 식품기업이 제품 가격을 인상해 비용 증가분을 상쇄하면서 영업이익이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글로벌 인플레이션 충격을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매일경제가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주요 15개 식품 관련 상장기업의 올해 1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분석한 결과, 15개 기업 가운데 10개 기업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기업 3곳 가운데 2곳은 영업이익이 더 늘어난 것이다.

15개 식품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도 올해 1분기 5.5%로 지난해 1분기(6.1%)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원재료 가격 인상으로 식품기업은 적자 위기에 놓였다고 아우성을 쳤지만, 제품 가격을 인상하며 대다수 기업이 인플레이션 충격을 피해 간 셈이다. 식품회사의 영업이익이 오히려 늘어난 것은 식료품 제조에 쓰이는 주요 원재료 가격이 작년 하반기 이후 안정세를 찾으면서 판매 가격 인상에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가 올해 1분기부터 본격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곡물 수입가 싸져도 과자·라면값 그대로 영업익 20% 올라

실제로 식품 원료 가격 인상 부담에서 핵심으로 꼽혔던 밀 선물 가격은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지난달 27일 기준 부셸(27.2㎏)당 6.15달러로 1년 전(10.8달러) 대비 43%나 하락했다. 현재 밀 가격은 러시아가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기 전보다도 낮다. 옥수수(-23.1%)와 대두(-17.4%) 등 다른 주요 곡물 가격도 1년 전보다 20%가량 내렸다. 식품회사는 밀·옥수수·대두 등 원재료를 보통 3~6개월치를 미리 확보해 놓는데, 작년 상반기 가격이 급등했을 때 매입한 원재료 대부분은 작년 말까지 대부분 소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식품회사가 판매 가격을 올린 이유였던 원재료 가격 상승이 진정된 만큼 이제 적극적으로 가격 인하를 시행하는 것이 소비자와 상생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요 기업별로 살펴보면 빙그레의 영업이익이 작년 1분기 16억원에서 올해 1분기 27억원으로 70%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투게더·메로나 등 아이스크림과 바나나맛우유 등 주력 제품 가격을 지난해 10~20% 인상한 것이 실적 개선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농심과 삼양식품 등 주요 라면 제조기업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최대 3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들은 지난해 8~9월 일제히 라면 가격을 10% 안팎 올린 데다, 해외 매출이 꾸준히 늘면서 달러 강세와 맞물려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2월 주력 제품인 '동원참치 라이트스탠다드 135g' 가격을 2650원에서 2880원으로 8.7% 인상한 동원F&B도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2월부터 크림빵, 단팥크림빵, 소보로빵 등의 가격을 평균 12.9% 인상한 SPC삼립도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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