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3.04.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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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채택한 공동성명은 미국 주도 아래 다수 서방 국가와 일본 등에 의해 진행되던 대중국 압박 전선에 한국이 참여할 가능성을 높였다는 의미가 부여된다.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대만 해협에서부터 반도체 공급망, 남중국해까지 한국이 그동안 취해온 '전략적 모호성'을 폐기했다는 인상을 중국에 심어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공동성명은 '인도-태평양에서 한미동맹'을 언급한 부분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와 파트너십을 발전시키는 한국의 이니셔티브를 평가한다고 기술했다. 또 오커스(AUKUS, 호주·영국·미국 안보 동맹)와 관련, 윤 대통령이 미국을 지지한다고도 했다.
지리적으로 나토와 관련이 없는 한국은 지난해 나토가 마드리드 정상회담에 한국을 초청하고 중국을 '도전'으로 명시했다. 중국은 나토가 인도-태평양 평화를 해친다고 반발하며 한국과 나토 밀착을 경계해왔다. 오커스도 태평양에서 중국의 확장을 저지하기 위한 모임인 만큼 중국의 반발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대만 문제 묘사하면서는 "역내 안보와 번영의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외신과 인터뷰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를 말한 것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중국과 더 큰 갈등을 감수하면서라도 미국과 밀착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밝힌 것이다.
남중국해 문제도 그렇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 매립지역의 군사화 및 강압적 행위를 포함하여 인도-태평양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했다"고 표현했다.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말이다. 중국은 베트남, 필리핀 등 남중국해 연안 국가들의 근해마저 자신들의 바다라고 주장하며 인공섬을 만들면서 갈등을 키우고 있다. 중국은 2014년 이후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를 중심으로 인공섬을 만들고 이곳들을 해상 군사기지로 개발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90%를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지만 2016년 상설중재재판소(PCA)는 유엔해양법협약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그런데도 중국은 기존 주장을 꺾지 않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도 빠지지 않았다. 공동성명은 "국가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양 정상은 양국의 해외투자심사 및 수출통제 당국 간 협력 심화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 요청으로 일본과 네덜란드가 동참한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한국이 참여할 가능성을 시사한 부분이다.
익명의 한중 관계 전문가는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매우 파격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이 취해온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 완벽하게 미국의 입장을 옹호하는 일본의 길을 걷겠다는 선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동성명 어디에도 중국을 언급하지 않은 만큼 중국이 대놓고 반발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며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은밀한 보복과 함께 두 나라 사이 격랑이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s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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