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법 마산지원[사진 다음로드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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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제강 대표이사가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까지 됐다. 지난해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 원청 대표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대재해법 관련 최고경영자(CEO)들의 유죄 선고가 잇따르면서 경영계는 “경영 불확실성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1부(강지웅 부장판사)는 26일 중대재해법 위반(산업재해 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국제강 대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법정에서 구속됐다. 아울러 한국제강 법인엔 벌금 1억원을 부과하고, 하청업체 대표에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내려졌다.
한국제강 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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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처벌 전력, 엄중한 처벌 불가피”
지난해 3월 한국제강 협력업체 소속 60대 노동자는 공장에서 설비 보수를 하던 중 무게 1.2톤짜리 방열판에 깔려 사망했다. 검찰은 A씨 등이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업무수행 평가 기준 마련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아 해당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판단했다. 지난 2월 결심공판에선 A씨에게 징역 2년, 법인에 벌금 1억5000만원을 각각 구형했다.
중대재해법 관련 판결은 ‘1호 사건’인 온유파트너스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온유파트너스 대표이사는 지난해 5월 경기 고양시 요양병원 증축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하청 노동자 추락 사고로 기소돼 지난 18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가 선고된 온유파트너스 사건과 달리 한국제강 사건은 법정 구속까지 이뤄진 데엔 A씨의 ‘다수의 동종 전과’가 결정적이었다. A씨는 2010년 검찰청-고용노동부 합동 점검에서 안전조치의무위반 사실이 적발된 것을 시작으로 총 네 차례의 벌금형 처벌을 받았다. 특히 중대재해법 시행 이전인 2021년 5월에도 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기소됐고, 올 초 대법원에서 벌금 1000만원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보면 A씨의 죄책은 상당히 무거우므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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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경종 울리는 계기” vs 경영계 “불확실성 확대”
중대재해법에 대한 첫 실형 선고에 노동계는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법률사무소 해우의 권영국 변호사는 이날 마산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선고는 굉장히 진일보하고 원청 대표의 처벌 수위를 일정 부분 상향시켰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논평을 통해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재해였음에도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준수하지 않아 노동자가 죽었고, 이에 대해 사법부가 엄중한 심판을 내린 것”이라며 “중대재해 예방의 중요성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에선 오히려 “최저 형량인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며 양형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인천국제공항 4단계 건설 현장에 안전모와 장갑이 놓여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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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중대재해법으로 CEO들이 연이어 유죄 판결을 받는 데 대해 경영계는 깊은 우려를 내비쳤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안전보건본부장은 “현장의 안전보건 조치 여부를 직접 관리·감독할 수 없는 대표이사에게 단지 경영책임자라는 신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더 엄격한 형벌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매우 가혹한 처사”라며 “원청도 하청근로자의 안전확보를 위해 일정 부분 책임이 있겠으나, 고용계약 관계 및 지휘·감독 권한이 없는 원청에게 더 엄한 형량을 선고한 것은 형벌체계의 균형성과 정당성을 상실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조사팀장도 “원청은 하청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할 수 없어 안전보건에 관한 의무를 모두 준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데, 최근 판결로 원청에 대한 책임이 가중됨으로써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중대재해법률과 시행령을 명확히 해 법 예측 가능성을 높여 산업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CEO 처벌 강화만으로 중대재해가 효과적으로 줄어들지에 대한 회의론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실제로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난해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산재 사고 사망자는 874명으로, 2021년(828명)보다 오히려 46명 늘었다. 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 범위를 어디까지 봐야 하는지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원청이나 경영자를 처벌한다고 해서 현장에서 벌어지는 산재가 줄어들 수 없다고 본다”며 “벌칙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산안법을 통해 어떻게 산재를 미리 예방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상현·고석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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