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안보상황 감안해야…한국의 '관여 확대'·신뢰성 변수
갈수록 고도화·노골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제공하는 수준이나 유사한 정도로 '한반도 확장억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장억제 관련 별도의 공동성명'이 발표될 것이라고 전하면서 "성명은 한국과 한국민에게 약속한 확장억제와 관련해 미국을 신뢰할 수 있다는 매우 명확하고 입증할 수 있는 신호를 보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내에서 이른바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성에 우려하는 기류가 있다는 것을 의식한 미국의 행동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날 것임을 확인해주는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나토식 핵공유'의 특징은 작전기획과 의사결정은 미국이 담당하고, 동맹국들은 핵무기 배치 시설을 제공하고 투발 임무 일부를 담당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미국은 현재 나토 5개 회원국(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터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운영하고 있다.
나토의 핵 공동기획은 '핵 기획그룹(NPG: Nuclear Planning Group)'이 수행하는데, NPG는 '핵 정책기획'을 주관하고, 정례협의체를 운용하면서 핵무기 안전 및 보안, 핵무기 통제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의사결정은 비핵보유국에게도 발언권을 부여하여 '암묵적 동의(Silent Consent)' 방식의 만장일치제를 채택하고 있다. 나토의 군사조직인 유럽동맹군최고사령부(SHAPE)가 실질적인 작전기획을 담당하는데 SHAPE의 사령관은 미군 4성 장군이다.
결국 나토식 핵공유는 미국 핵무기의 역내 배치, 나토 국가 항공기를 이용한 미 핵무기 투사, NPG를 통한 핵 공유 전략과 운용 정책 논의 등이 골자다.
한미 양국 국방장관은 지난해 11월 안보협의회의(SCM)를 개최했다. 당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미국이나 동맹국 및 우방국들에 대한 비전략핵(전술핵)을 포함한 어떠한 핵공격도 용납할 수 없으며, 이는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국은 특히 맞춤형 억제전략(TDS)의 진전을 평가했는데 '맞춤형 억제전략'이란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한 한미동맹 차원에서의 공식적인 대응책을 뜻한다.
SCM의 성명 발표 이후 나토의 NPG와 유사한 방식의 새로운 논의가 한미 양국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공간적 범위를 넓혀 아시아 핵기획그룹(ANPG)이라는 새로운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래픽] 대북 확장억제 강화 검토 방안 무엇이 있나 |
그러나 나토와 한반도 상황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우선 나토 지역에는 미국의 전술핵이 배치돼있지만 한반도에는 전술핵이 없다는 차이를 감안해야 한다. 그리고 유럽과 동아시아의 정세 등도 차이가 있다.
이에 따라 한미정상회담에서 기존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가 강화되더라도 한국의 관여가 확대 또는 격상되는 쪽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며, 이런 내용을 굳이 나토식 핵공유 등과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전직 고위외교관은 "엄밀하게 말해서 미국이 나토 회원국들과 '핵공유'를 한다고는 하지만 핵무기를 사용하는 최종 결정권은 전적으로 미국 대통령에 귀속된다"면서 "미국의 확장억제는 해당 지역의 특색에 맞는 효율성이 중요하며,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의 강화방안이 나온 뒤 한국민이 느끼는 신뢰성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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