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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후

법원, 중대재해처벌법 원청 대표 첫 구속…반복된 산재에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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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안전조치 의무 위반 거듭 적발…법원 "엄중한 처벌 불가피"

노동계 "노동자 생명·안전 수호한 날"…항후 관련 재판 처벌 수위 관심

연합뉴스

창원지법 마산지원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창원=연합뉴스) 이준영 기자 = 지난해 1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전국에서 처음으로 원청 대표가 관련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지난 6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국 첫 선고에서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나왔지만, 이번에는 실형이 선고되면서 향후 예정된 다른 사건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1부(강지웅 부장판사)는 26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한국제강 법인은 벌금 1억원, 하청업체 대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40시간을 선고받았다.

이는 같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지난 6일 전국 첫 판결을 받은 온유 파트너스 사례와 대비된다.

당시 재판부는 온유 파트너스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법인에는 벌금 3천만원을 선고하며 "피고인이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했고, 유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법이 정한 안전 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밝힌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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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위반 1호 판결 선고
(고양=연합뉴스) 지난 6일 경기도 고양시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중대재해법 위반(산업재해 치사) 혐의로 기소된 온유파트너스 회사 대표(가운데)가 선고를 받은 뒤 법정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대표이사 첫 구속…왜 처벌 강했나

지난해 3월 16일 경남 함안군의 한국제강에서는 작업 중이던 60대 B씨가 1.2t 무게의 방열판을 들어 올리다 섬유 벨트가 끊어지면서 방열판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철근 전문생산업체인 한국제강은 경남 함안군에 본사를 둔 중견기업으로, 상시근로자가 300명이 넘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상시근로자 50인 이상) 대상이다.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돼 있다.

A씨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제강의 대표이사로서 경영책임자 겸 안전보건총괄책임자를 맡고 있다.

이날 법원에서 A씨에게 법정 구속이라는 실형이 선고된 것은 그동안 한국제강에서 산업재해가 빈번했던 점이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한국제강은 2010년 검찰청과 고용노동부 합동 점검에서 안전조치 의무 위반 사실이 적발돼 2011년 벌금형을 받는 등 여러 차례 동종 전과를 기록했다.

2021년 5월에는 한국제강 사업장에서 40대 C씨가 고철을 싣고 내리던 화물차에 부딪혀 숨지기도 했다.

이 사고로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A씨는 지난 2월 항소심에서 벌금 1천만원으로 감형됐다.

특히 이 사망사고로 재판을 받던 중인 지난해 3월 이번 사건인 사망사고가 또 발생했고 이를 계기로 실시된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감독에서 안전조치 의무 위반 사실이 거듭 적발됐다.

재판부도 이날 한국제강에서 산업재해가 빈번히 발생했음에도 A씨가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이번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수년에 걸쳐 안전조치 의무 위반 사실이 여러 차례 적발되고 사망사고까지 발생한 것은 종사자의 안전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음이 드러난 것임에도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은 1년의 시행 유예기간이 있었고 이 기간에도 사망사고가 발생해 다른 사업장에 비해 안전 조치 필요성이 더욱 요구됐던 점 등을 고려하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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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1년, 달라진 것은...
(서울=연합뉴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지난 1월 25일 서울 강남구 대한건설협회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노동계 "판결 환영"…다른 재판 처벌 수위도 관심

노동계는 이날 법원 선고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오늘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유를 보여준 날이자 사법부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수호한 날로 기록될 것이다"며 "원청 사업주에 대해 법원이 책임을 엄격히 물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오늘 판결이 우리 사회 노동자를 보호하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대해 대표이사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으면서 같은 혐의로 기소된 사건들의 처벌 수위도 관심을 끈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은 총 14건이다. 이 중 한국제강과 온유 파트너스 사건은 1심 선고가 났다.

당장 26일 오후에는 창원지법에서 두성산업 대표이사에 대한 8번째 공판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 2월 두성산업에서는 직원 16명이 유해 물질인 트리클로로메테인에 의한 독성간염 피해를 봤다.

두성산업 대표이사는 트리클로로메테인을 취급하면서도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는 등 안전 보건 조처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지난해 6월 기소됐다.

전문가들은 이날 한국제강 대표이사에 대한 법원의 엄중한 처벌은 그 자체로는 물론 향후 사건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권영국 변호사(법률사무소 해우)는 "법원이 그동안 원청 대표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해 온 것에 비춰볼 때 이날 선고는 굉장히 진일보하고 원청 대표의 처벌 수위를 일정 부분 상향시켰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현재 두성산업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이 돼 있는 만큼 재판부의 인용 여부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또 앞으로 검찰의 구형량은 물론 법원의 처벌 수위도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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