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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이슈 미술의 세계

오로라 연상 탐스러운 장미… 생명·치유의 메시지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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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개인전 ‘장미 한 송이’

작가 이수경은 도자기 파편을 금박으로 재조합하는 독창적 방식의 ‘번역된 도자기’ 연작으로 유명하다.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드로잉, 퍼포먼스 등 광범위한 예술 스펙트럼을 선보이면서 다종교 다문화 등에서 차용한 이질적 요소를 하나의 작품 안에 혼종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를 인정해 2017년 제57회 베니스 비엔날레는 그를 본전시 초청 작가로 불러들였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 영국 박물관, 홍콩 M+미술관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5월21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가나아트 나인원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 ‘장미 한 송이(Une Rose)’는 작가가 근래 천착하고 있는 장미 모티프의 신작 회화, ‘오! 장미여’ 연작을 집중 조명하는 자리다.

세계일보

‘오 장미여 22-0-3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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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전생 역행 그림’의 배경에 지나지 않았던 장미 자체에 집중한 회화로, 여기서 장미는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설화(說話)가 가능한 무의식의 세계로 이끄는 모티프다. 오로라를 연상케 하는 신비로운 추상 화면에 탐스럽게 피어난 장미는 전생과 이생, 의식과 무의식, 추상과 구상의 경계에 놓여 있다.

더 나아가 작가는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아름답고 요염한 여인에 비견되거나 사계절 내내 피는 꽃이라는 이유로 ‘사계장춘(四季長春)’의 길상적 의미를 지녀온 장미가 해당 연작에 더욱 풍부한 서사를 더할 것이라 말한다. 사계장춘은 “일년 내내 봄과 같이 따뜻하고 편하게 지내라”는 축복의 의미인데, 이로부터 해당 연작이 ‘금’이 가서 쓸모없어져 버린 도자기를 ‘금(金)’으로 이어 붙여 예술적으로 재번역한다는 데서 ‘재생’과 ‘치유’를 찾았던 ‘번역된 도자기’ 연작과 같이 심리적 회복과 발원의 의미가 담겨 있음을 알게 된다.

김신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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