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치킨가게.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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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정부가 식품·외식업체를 연달아 만나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업체들은 일단 정부의 주문에 가격 인상을 머뭇거리고 있지만, 이 같은 입장이 오래가긴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1일 양주필 식품산업정책관 주재로 커피, 햄버거, 치킨 등 21개 외식업체 및 기관 대상 물가안정 간담회를 열고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2월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3개 식품업체 경영진과 만난 데 이은 ‘물가 안정화 방안’ 후속 조치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강력하게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고, 업계에선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외식물가 상승률은 7.4%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4.2%를 웃돌았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 9%로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2021년 6월 이후 22개월 연속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앞지르고 있다.
일단 식품업계 상대로는 정부 입김이 어느 정도 통했다. 생수 출고가를 5% 올리려던 풀무원은 가격 동결을 결정했다. CJ제일제당은 고추장, 조미료, 면류 등 편의점 제품 가격을 10% 안팎으로 올리려던 계획을 접었다.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도 아이스크림·과자 가격 인상 계획을 미뤘다. 오뚜기는 ‘진짜쫄면’ 봉지면 편의점 판매 가격을 오히려 10.5% 내렸다.
주류업계도 “당분간 인상 안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8일부터 주정값이 평균 9.8% 올랐는데도 정부가 술값을 예의주시하자, 업체들은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다. 일각에선 가격을 올리는 대신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움직임도 나타났다. 최근 오비맥주는 가격은 유지한 채 375㎖이던 카스 묶음팩 제품 용량을 5㎖ 줄였다.
외식업계에서도 식품업계만큼의 인상 자제 움직임이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최근 밀가루, 식용유, 원두 등 주요 식재료 가격이 낮아지고 있는 점을 들어 외식업계를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임대료, 인건비, 부자재값 등이 올라 쉽지 않다고 맞선다. 교촌치킨이 이달 초부터 주요 메뉴를 3000원씩 인상하는 등 이미 많은 업체들이 정부의 물가 상승 억제 기조 아래서도 가격을 올린 상태다.
가맹점주 대다수가 소상공인인 특성상 가격 동결이 쉽지 않다는 게 프랜차이즈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은 부담 비용이 늘어난 점주들이 본사에 요청해 이뤄지는 게 대부분”이라며 “인상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은 하겠지만 이런 사정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수익 감소를 감수하면서 버틸 여력이 되지만, 프랜차이즈 업체 중 97%가 중소기업이어서 동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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