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클라스 최승재 변호사. 김정연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등이 공부를 잘하는 걸로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다만 다른 애들 책을 뺏고 공부를 방해하며 1등을 유지하면 안된다는 거예요.”
법무법인 클라스 최승재(52·연수원 29기) 변호사는 지난 13일 대법원에서 확정된 ‘퀄컴 과징금 사건’을 이렇게 요약했다. 그는 퀄컴에 대한 과징금·시정명령 취소 소송에서 ‘1조원 과징금’을 지켜낸 인물이다. 2017년 1월 퀄컴이 공정거래위원회 결정에 반발해 소송전에 돌입한 지 6년 3개월만에 결론이 난 사건이다.
━
삼성·애플 경험으로…퀄컴 이긴 변호사
최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기술‧지식재산권 부분 논리를 만들었다. 19일 사무실에서 만난 최 변호사는 “1등이라고 해서 갑질할 권한까지 주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퀄컴의 행태를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학폭 가해자에 빗대기도 했다. 표준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퀄컴이 이 표준기술을 인질 삼아 시장의 다른 경쟁자들을 억제하고 있다는 해석이었다.
그는 대형 로펌으로 꾸려진 공정위 대리인단에 막바지에 합류했다. 2008년 쓴 논문 ‘특허권 남용의 경쟁법적 규율’을 읽은 공정위 담당자가 직접 부탁했다고 한다. 퀄컴 일을 맡고 있던 미국 변호사도 ‘합류할 생각 없느냐’고 연락이 왔지만 공정위를 택했다. “이번엔 우리나라 쪽을 맡고 싶어서”라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과거 마이크로소프트 사내변호사로 6년간 일했고, 삼성-애플 소송에서는 애플 쪽에 서서 이긴 적도 있다.
━
“퀄컴, 특허·지식재산권을 공정거래법과 뒤섞어 주장”
퀄컴-공정위 사건은 특허‧지식재산권‧국제법‧공정거래법이 얽힌 데다 IT 기술까지 섞여 까다로운 사건이었다. 최 변호사는 처음 공정위 의결서를 읽어보고는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퀄컴 측은 특허를 앞세워 공정거래법과 뒤섞는 주장을 폈다. 그 논지를 분리해서 깨기 위해 기존에 없던 논리를 세우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2심이 진행되는 3년동안 이가 내려앉아, 40대에 임플란트를 3개나 했을 정도였다.
2심이 진행되는 중에는 다른 사건을 거의 맡지 못했다. 퀄컴 쪽에서 로펌 세 곳, 변호사 수십명이 달라붙은 데 비해 공정위 쪽은 10명이 채 안되는 인원이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2019년 2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공정위의 일부 시정조치는 취소했지만 과징금 총액 1조300억원은 유지됐다. 최 변호사는 “퀄컴의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인정해 큰 틀에서 퀄컴이 잘못했다고 인정해준 것”이라면서도 “소송을 이어오는 동안 인텔·LG 등이 사라지고 삼성의 ‘엑시노스’도 약화된 상태라 시장의 자정능력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퀄컴의 대항마가 아예 없는 상황이 되면 앞으로 더한 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라며 ”돈이 좀 안되더라도 투자를 끊지 말아야 장기적으로 ‘슈퍼 을’이 되지 않을것”이라고 말했다.
━
공대 꿈꿨던 소년, IT 외길 변호사…30년만에 ‘중간결산’
최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삼성에 입사했다. 당시로서는 드문 선택이었지만 그는 ‘특허소송이 제일 많은 곳’을 찾아간 거라고 했다. 삼성그룹 통합공채로 입사해서도 가장 규모가 큰 삼성전자가 아닌 삼성SDI를 택했다. 삼성전자에는 변호사가 너무 많아서 국내 변호사가 특허 일을 맡지 못하는데, SDI는 국내 변호사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릴땐 공학자를 꿈꿨다. 그러나 학교의 권유로 문과를 택했고, 경제적 이유로 법대가 아닌 독어교육과엘 갔다. 법학을 복수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국제법을 전공하던 중, 복도에 누가 버리고 간 ‘특허법’ 책을 발견하고는 눈이 번쩍 뜨였다. 국제법 석사, 공정거래법·지식재산권법 박사, 경북대 교수로 지식재산권‧특허‧금융을 가르치고 대법원 재판연구관도 두 번 했다. 최 변호사에게 이번 사건은 “그때 그때 재밌는 걸 하고 살았는데, 그간 해온 모든 게 압축된 중간결산”같은 소송이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