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금융당국이 일방적인 은행 점포 폐쇄에 제동을 건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용객이 적은 구도심 점포 활용에 대한 더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구도심 점포 일부를 어린이집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그중 하나다. 저출생 문제 등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해결에 금융권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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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지점 수는 약 4980개로, 2018년(5734개)보다 750개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및 6대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에서만 약 300개가량 지점이 문을 닫은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 점포 축소는 지역민의 금융 접근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금융경제연구소가 지난 2월 내놓은 ‘은행 영업점 축소 파급효과 분석과 은행권 대앙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별로 은행 지점 수가 1% 늘어날수록 지역내총생산(GRDP)은 0.3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가 은행 점포 축소 속도조절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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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시중은행을 찾은 고객들이 줄을 서있다. 김광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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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융권에선 단순히 점포 축소에 제동을 걸기보다는 기존의 점포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이용객이 적은 은행 점포 건물에 어린이집 등 지역민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구도심 점포들이 활용 가능성이 큰 곳으로 꼽힌다. 건물이 은행 소유인 경우가 많은 데다 지방에 비해 비대면 서비스를 활용하는 청년층 비율이 높고, 밀집된 인구 대비 점포 수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헤럴드경제가 최근 5년치 지역별 인구 및 국내 은행 점포 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 및 6대 광역시의 은행 지점당 인구수 평균은 1만111명으로, 이를 제외한 4개 권역(강원·경상·전라·충청) 평균(1만5371명)과 비교해 5000명이 적은 수준이었다. 비대면에 익숙한 청년층 비율이 높은 도시 지역에서 되레 인구 대비 은행 접근성이 좋게 나타난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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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시중은행의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김광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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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관계자는 “구도심의 경우 은행들이 점포와 함께 작은 규모의 부동산을 소유한 경우가 많은데 여유공간을 통해 지역민이 활용할 수 있는 쉼터 등을 만드는 움직임이 간혹 있었다”며 “은행이 소유한 건물 공간을 개발해 지역 공헌에 활용한다면 주민들의 반응도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제도적 문제도 일정 부분 해소된 상태다. 2014년까지만 해도 은행 보유의 건물을 임대할 때 직접 사용 면적이 50%를 넘지 못하는 규제가 있었다. 그러나 2015년 은행업 감독규정이 개정되며, 은행의 임대 가능 부동산 면적이 기존 1배에서 9배로 완화됐다. 10층짜리 건물의 경우 1개층만 점포로 활용하면 나머지 9개층을 여타 목적으로 쓸 수 있다는 얘기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비대면 시대에 수익과 관계없이 무작정 점포 축소를 막는 움직임도 바람직하다고는 볼 수 없다”며 “차라리 점포 규모를 축소하더라도 여유공간을 어린이집 등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면 최근 문제가 되는 저출산 및 인구감소 현상에도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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