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출산 자락 월남마을에 지난 17일 유채꽃이 피었다. 월출산 남쪽 자락인 이곳은 걷기에 제격이다. 강현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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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월출산은 요즘 유채꽃이 한창이다. 유채꽃은 전남 강진과 영암의 산자락을 따라 피어있다. 해발 809m 천황봉 아랫마을인 강진 성전면 녹차 밭은 광활한 초록 물결이 일렁였다. 절기상 곡우를 사흘 앞둔 지난 17일 찾은 월출산 차나무에는 참새 혓바닥만한 잎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녹차 중 최고로 치는 ‘세작’을 이 찻잎으로 만든다. 곡우 전 수확하는 차는 맛과 향이 탁월하다.
강진군이 봄기운 가득한 월출산 자락에서 소풍을 즐길 수 있는 생태 걷기여행 ‘이가월기’(이야기가 가득한 월출산 기행)를 내놨다. 이가월기는 성전면 월출산 아랫마을의 녹차 밭과 대나무 숲, 한옥마을, 다산 정약용(1762~1836)이 반했던 ‘비밀의 숲’을 찬찬히 걷는 프로그램이다.
걷기여행은 경포대 주차장에서 시작하는 2개 코스로, 1시간30분이면 힘들이지 않고도 월출산을 느낄 수 있다. 이규점 강진군문화관광해설사는 “월출산은 설악산·주왕산과 함께 국내 3대 ‘바위산’ 중 하나로 꼽히는데 북쪽 영암은 암벽이 많고 남쪽 강진은 상대적으로 완만하다”면서 “산을 오르지 않는 걷기여행으로는 남쪽 자락이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출산 남쪽 자락에 조성된 녹차 밭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이곳에는 1980년대부터 조성된 10만평의 차 밭이 있다. 강진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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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지에 우뚝 솟은 월출산은 맑은 안개가 자주 피고 큰 일교차로 차나무가 자라기 적당하다. 1000년 전 고려 시대에 세워진 월남사 터에서는 돌로 만든 차 맷돌이 발굴되기도 했다. 1980년대부터 국내 한 식품기업이 월출산 자락에 조성하기 시작한 차 밭은 10만평(33.3㏊)에 이른다.
차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가다 보면 ‘비밀의 숲’에 닿는다. 월출산 옥판봉 아래 계곡에 숨은 ‘백운동 원림(白雲洞 園林)’이다. 백운동은 ‘계곡물이 다시 안개가 되어 구름으로 올라가는 마을’ 이라는 뜻이다.
조선 선비 이담로(1627∼1701)는 이 곳에 들어와 집과 정원을 만들어 은거했다. 동백나무와 대나무·단풍나무·바위 등에 둘러싸인 정원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 집 앞마당으로 끌어들인 계곡물은 다시 내보내고 정자에 앉으면 옥판봉 바위가 산수화처럼 펼쳐진다.
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출산 자락에 있는 ‘백운동 원림’. 사유지인 이곳은 2010년부터 일반인들에게 개방됐다. 강진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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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했던 정약용은 1812년 백운동 원림을 다녀간 뒤 아름다움 경치에 반해 제자에게 ‘백운동도’를 그리도록 했다. 이 그림에 백운동 원림에서 만날 수 있는 12가지 풍경을 시로 남기기도 했다.
사유지였던 탓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백운동 원림은 2010년 이담로 후손들이 강진군의 부탁을 받고 개방을 결정하면서 일반인 출입이 허락됐다. 2019년에는 문화재청이 이곳을 명승으로 지정했다.
이담로의 12대 후손으로 백운동을 지키고 있는 이승현씨(63)는 “외부 사람을 들이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여년 남짓인데 요즘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면서 “(백운동 원림은)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삶의 풍파에서도 좌절하거나 낙담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선대께서)지은 곳”이라고 했다.
강진군은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월출산 자락에서 ‘월출산 봄 소풍 가는 날’을 연다. 강진원 강진군수는 “백운동 원림과 녹차 밭 등 강진 월출산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풍경이 가득하다”면서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생태탐방 여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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