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보호" 폴란드·헝가리 이어 슬로바키아도 합류…불가리아도 '만지작'
우크라니아와 곡물 |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각국 농업 보호를 이유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을 한시적으로 금지하겠다는 회원국들의 잇단 '돌발 행동'에 해법을 고심하고 있다.
EU로선 이런 기류가 우크라이나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자칫 'EU 단일대오 균열'로 이어질 가능성도 차단해야 하는 이중 난관에 봉착했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우크라이나산 곡물 유입 급증으로 피해를 본 회원국을 위한 2차 지원 패키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EU 집행위는 지난달 20일 폴란드·불가리아·루마니아 등 3개국이 피해 농가를 지원할 수 있도록 EU 예산에서 5천630만 유로(약 812억원)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약 열흘 만에 EU 27개국 동의를 거쳐 첫 지원 패키지가 확정됐다.
이후 한 달이 채 지나지도 않은 시점에 EU 차원의 피해지원금 추가 투입을 검토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안의 민감성과 중대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EU에 밀려드는 우크라이나산 농식품으로 인한 각국의 시장 가격 폭락과 그로 인한 농가 피해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불거진 현안이다.
전쟁 이전 세계 최대 농산물 수출국 중 하나였던 우크라이나는 작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주요 수출길인 흑해 항구가 사실상 봉쇄되자 기존 농식품 수출물량의 상당 부분을 접경국인 폴란드 등 EU 회원국을 경유하는 우회로로 돌렸다.
여기에 EU는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주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 지원 사격에 나섰다.
그러나 당초 EU를 경유해 개발도상국 등 제3국으로 곡물이 원활히 공급되게 하자는 취지와 달리 물량 상당수가 동·중부 유럽 시장에 쌓이기 시작했다.
특히 폴란드의 경우 올해 총선을 앞두고 있어 지속되는 농업계 항의 시위가 현 집권당 지지율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여기에 집행위가 올해 6월로 종료될 예정이던 면세 혜택을 내년 6월까지 1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해당 국가들의 불만이 고조됐다.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앞장섰던 폴란드가 가장 먼저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우크라이나산 농식품 수입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역설적인 상황도 이런 배경에서다.
현재까지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3개국이 한시적 수입 금지 결정을 잇달아 발표했고, 반복적으로 농가 피해를 호소해온 불가리아도 유사한 조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U 집행위는 "무역정책은 EU의 독점 권한"이라며 "개별 회원국의 일방적인 행동은 용인될 수 없다"며 연일 경고했다.
다만 EU 규정 위반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일방적 행동'에 대한 대응 방안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려는 분위기가 읽힌다.
우크라이나 현안에서 단일대오를 강조해온 만큼 폴란드 등을 자극할 수 있는 강경 노선으로 대응할 경우 '집안싸움'으로 비칠 수 있다.
집행위 대변인은 이날 수입 금지를 강행할 경우 EU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대응을 묻는 거듭된 질의에 "아직 그런 상황을 추측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폴란드 등 해당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은 (규정 위반국에 대한) 제재 여부가 아니고, 우크라이나 및 EU 양쪽 모두의 이익을 위해 EU 규정에 근거한 해결책을 찾는 것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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