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장관 정치적 책임 요구한 우린 어땠나"
"선동 앞장선 정치인 중단해야 팬덤 정치 해소"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소방관 출신인 초선 오영환(35·경기 의정부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 곁을 지키는 소방관으로 돌아가겠다"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을 때 궁금한 게 있었다. 불 끄고 사람 구하는 일을 천직으로 여긴 이가 갈등에 불을 지피고 상대를 때릴수록 환호받는 한국 정치의 한복판에서 무얼 느꼈는지. 오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 정치에는 상대를 무너뜨리고 악마화하는 데 앞장서는 의원일수록 '스타 정치인'이 되는 문화가 있다"고 했다. 이를 부추기는 적대적 정치의 원인으로 야당에 '입법 독주' 프레임을 씌운 여권의 책임을 거론했다. 동시에 "민주당도 총선에서 위임받은 권한을 국민을 위해 행사했는지, 책임져야 할 때 책임을 졌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반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여야 초선 의원들이 정치 쇄신보다 '각 진영의 대표 공격수' 활동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많다.
"진영 간 극단적 갈등 속에서 일부 적극적인 지지자들은 국회의원에게 갈등의 중재자나 해결사보다는 상대를 무너뜨리고 악마화하는 데 앞장서 주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스타 정치인이 되는 문화 탓에 이에 편승하려는 의원들도 나타나고 있다. 지지자를 탓하기보다는 타협의 정치를 만들기 위한 정치권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당 주류에 충성함으로써 공천을 받으려는 것 아닌가.
"초선에게만 국한된 모습은 아니다. 자리에만 집착하는 문제는 초선, 다선의 문제가 아니라 소명의식과 책임감이 부족한 정치인의 자화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국민들이 정치 경력이 짧은 사람들을 뽑아 주신 이유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정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난 3년간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을 다했는지 반성하고 있다."
2021년 4·7 재보궐 선거 참패 이틀 뒤인 9일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5명이 국회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이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한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고 밝혔다. 이후 강성 지지층은 이들을 내부 총질하는 '초선 5적'으로 규정하고 문자 폭탄 등을 가했다. 왼쪽부터 장철민·장경태·오영환 의원, 수화통역사, 이소영·전용기 의원.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021년 4·7 재보선 패배 후 오 의원 등 초선의원 5명이 내로남불 등을 사과했다가 강성 지지층의 반발을 불렀다. 이후 초선들의 소신 표명이 잦아든 건 아닌가.
"(문자폭탄은) 예상했던 일이었다. 다만 5명 중 한 명이 당시 선택을 후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초선들이 백기를 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게 안타깝다. 국민의 질타에 대한 반성은 필요했었고 후회도 없다. 지금도 같은 마음으로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강성 지지층 반발에 침묵했다는 평가는) 인정할 수 없다."
-적대적 정치가 왜 이렇게 심해졌나.
-현 정부·여당의 책임이 더 크다는 건가.
"그렇다. 극단적 대결은 결국 현 정권의 '입법 독주', '정부 발목 잡기' 프레임 부각을 통한 내년 총선 승리 전략에서 비롯한 것이다. 갈등 해소를 위해 권력을 쥔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새 정부의 정부조직법 개정 등 기본적 협력조차 하지 않는다고 민주당을 비판하는데.
13일 국회 맞은편에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는 민주당의 쇄신 부족 탓 아닌가.
"(2020년 총선에서) 주어진 권한을 정말 국민을 위해 행사했는지, 책임을 져야 할 때 충분히 책임을 졌는지 반드시 돌아봐야 한다. 우리 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법적 책임뿐 아니라 정치적 책임을 요구해 왔다. 민주당도 그렇게 책임을 졌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민주당은 어떻게 변해야 하나.
"현재 검찰의 엄혹한 수사 정국에서 민주당은 위축돼 있다. 그럴수록 국민 앞에 당당해야 한다. 사실 관계가 (재판에서) 전부 밝혀지면 그때 가서야 어떤 결정을 내리기보다 국민적 비판이 있는 사안이라면 사실관계가 밝혀지기 전이라도 먼저 사과하고 책임지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는 않다. 필요한 순간이 오면 언제든 말할 것이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출마 이유에 대해 소방관으로서 직업적 사명에 대한 연장선상으로 국회로 나왔는데, 입법 성과를 냈음에도 동료들의 순직이 이어지면서 심적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내 갈등이나 지지자들의 공격 때문에 불출마했다는 억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고영권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민주당 내 강성 팬덤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인정하지 않고 적으로 규정해 비난하는 정치인들이 만든 문제다. 선동에 앞장서는 정치인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중단해야 강성 팬덤도 해결할 수 있다. 그분들만 악으로 규정할 일은 아니다."
-당 안팎의 이 같은 적대적 정치가 불출마에 영향을 줬나.
-세 살인 딸을 둔 맞벌이 가정인데 국회의원으로서 일·가정 양립이 어땠나.
"부모님이 육아에 도움을 주셔서 그나마 가능했지만 국회의원은 평범한 가정생활이 불가능한 직업이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주말도 없이 지역 활동, 의정 활동, 회의 준비 등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해야 하는 정치는 개인과 가정을 내려놓아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특히 가족을 정치에 동원하는 폐해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혼자 뛰다 보니 더 바빴다. 다만 이 역시 불출마 이유는 아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