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휘발유값이 L당 1695원이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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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는 데다 물가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해서다. 다만 세수 부족 상황을 고려해 인하 폭을 다소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동행 기자단 간담회에서 유류세 조정 여부를 이번 주 중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국제유가가 높을 때 국민 부담 완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탄력세율을 적용해 유류세 인하 조치를 했다. 이달 말까지 적용하기로 해 (그 전에)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제유가와 국내 재정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국제유가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민생 부담을 다시 진지하게 고려하며 당과 긴밀히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기재부는 2021년 11월부터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시행해왔다. 지난해 4월까지는 20%를 깎아줬고, 물가 부담이 커지자 같은 해 7월엔 인하 폭을 37%로 확대했다. 같은 해 12월 휘발유 인하율을 다시 25%로 축소했지만, 경유 인하율은 37%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유류세는 휘발유가 L당 820원(인하 전)에서 615원(25% 인하)으로 205원, 경유가 581원에서 369원(37% 인하)으로 212원 각각 낮다.
기재부 안팎에선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되, 인하 폭을 소폭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인하 폭을 15~20% 수준까지 일괄적으로 낮추거나, 경유 인하 폭을 휘발유와 맞추는 식이다. 이런 안이 나온 배경은 올해 세수 결손이 최소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2019년 이후 4년 만에 세수 결손인 데다 법인세 등 세수 여건이 좋지 않아 부동산 공정시장가액 비율 인상(60%→80%)과 함께 유류세 인하 환원 조치가 거론됐다.
하지만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인하 폭을 유지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최근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다음 달부터 하루 116만 배럴씩 추가로 감산한 뒤로 국제유가가 반등하기 시작했다. 국제유가는 2~3주 시차를 두고 주유소 기름값에 반영된다. 16일 현재 L당 1732.67원인 서울 기준 휘발유 소비자 가격이 유류세 인하 환원과 맞물릴 경우 L당 2000원이 넘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물가 부담도 정부가 유류세 인하 연장에 무게를 싣는 이유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2%로 둔화시킨 ‘일등공신’은 1년 전보다 14.2% 하락한 석유류 가격이었다. 국제유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유류세마저 환원할 경우 가까스로 틀어막은 물가가 튈 수 있다. 최근 전기·가스요금 인상 요인에도 불구하고 인상 결정을 보류한 것처럼 유류세 인하 연장도 물가 대책의 연장선이란 얘기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유류세는 물가의 ‘바로미터’로 여길 만큼 소비자가 민감하게 여긴다”며 “정부가 유류세 환원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와 물가 부담을 두고 ‘계산기’를 두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OPEC+의 감산 결정으로 유가가 불안해졌다. 에너지 수급을 관리하고 취약계층 대책을 마련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그동안 “물가, 국제유가, 세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류세 환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한 기재부가 세수보다 국제유가와 물가에 가중치를 둔 배경이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유류세를 환원할 경우 지난해 법인세·종부세 감세 조치에 따른 세수 부족을 서민 증세로 막는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류세 인하 연장 효과가 정부 기대만큼 있을지는 미지수다. 2008년 유류세를 인하했을 당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까지 급등하면서 기름값이 오히려 올랐다. 유류세 인하 혜택이 대형차를 갖거나 차를 여러 대 가진 고소득층에 집중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류세 인하 연장으로 ‘세수 펑크’에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 기재부는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세제 정책을 총괄하는 세제실에는 “효과 있는 세수 확보 대책을 마련하라”, 예산 대책을 마련하는 예산실에는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을 중심으로 한 세출 절감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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