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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미술의 세계

중국 진출했던 조각가 김선구, 8년 만에 개인전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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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김선구(64)가 경기 파주시 이랜드갤러리 헤이리에서 8년 만에 개인전 ‘응축된 순간들’을 열었다. 김선구는 2000년대 중국 미술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을 때, 중국 컬렉터의 취향에 맞는 조각으로 인기를 끌었다. 2006년 중국 상하이아트페어에서 말조각 ‘질주’를 출품해 ‘올해의 조각’으로 선정됐고, 2007년에는 중국 닝보미술관, 상하이 쉬훼이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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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작품 ‘우보만리’ 앞에서 김선구 작가.  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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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 개막한 14일 갤러리에서 만난 작가는 2000년대에 “달리는 호랑이의 등에 올라탔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그의 작품은 달리는 말 위에 기사가 타고 있는 모습 등 남성적이고 역동적인 특징이 두드러진다. 당시 시장을 개방하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개최하는 등 자신감 넘쳤던 중국의 분위기와 맞아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주된 컬렉터는 중국에 외국 자본이 투자해 만들어진 ‘합작회사’의 대표들이었다. 작가는 “당시 중국 부자들은 명대(明代) 문화재를 수십억에 사고, 장대천 그림을 며칠을 쫓아다녀 십수억을 주고 샀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했다”며 “내 작품은 수 억 정도이니 저렴한 편이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열 살짜리 딸의 생일 선물을 산다며 내 작품을 사간 적도 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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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작품 ‘여왕의 의자’ 옆에서 김선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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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중국에 자본이 넘쳐났던 시절 한국 갤러리들의 진출도 활발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과 2016년 사드 배치 논란이었다. 작가는 “시진핑이 집권하고 부정부패를 방지한다며 사회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며 “이후 사드 배치 논란으로 중국에서 주문이 딱 끊겼다”고 말했다. 이후 다시 교류가 시작될 무렵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또 다시 길이 막혔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품 20여 점은 그리스 신화의 인물을 형상화하거나, 종교적 의미를 담은 것들로 최근 제작한 것들이다. 중국에서 선보이기 어려운 주제이기도 한데, 작가는 이에 대해 “의뢰를 받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었던 작품을 이제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30일까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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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구 조각가가 경기 파주시 이랜드갤러리 헤이리에서 열고 있는 개인전 ‘응축된 순간들’ 전시 모습. 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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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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