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정위 손 들어줘… 7년 소송 마침표
모뎀칩세트 표준특허 인정받고도
“차별없이 특허 제공” 약속 안 지켜
삼성·인텔 등 라이선스계약 강제
대법 “독점 남용… 시정명령 적법”
공정위 “반경쟁적 구조 제동 의미”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3일 퀄컴과 그 자회사(퀄컴 테크놀로지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CDMA 테크놀로지 아시아퍼시픽 피티이 리미티드)가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해달라”며 청구한 사건에서 공정위의 처분이 정당하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철퇴 맞은 퀄컴 다국적 통신업체 퀄컴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1조300억원 과징금 부과 처분이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13일 나왔다. 공정위는 “시장 구조를 독점화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환영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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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2016년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퀄컴과 그 자회사 2곳에 역대 최대 규모인 1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들이 본사의 특허권 사업과 다른 2개 회사의 모뎀칩세트 사업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강제하는 등의 ‘갑질’과 ‘특허권 독식’을 했다는 이유였다.
모뎀칩세트는 휴대전화의 음성이나 데이터 정보를 이동통신 표준에 따라 정보를 가공해 신호로 바꾸고 다시 원래의 정보로 복원하는 이동통신기술의 핵심적인 부품이다. 퀄컴은 모뎀칩세트 제조에 대한 표준필수특허(SEP)를 갖고 있는데, 이는 다른 사업자에게도 이 표준을 차별·제한 없이 제공하겠다는 프랜드(FRAND) 확약을 통해 얻은 것이다.
공정위는 그러나 퀄컴이 이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퀄컴은 삼성·인텔 등 칩세트사가 계약 체결을 요구하면 이를 거부하거나 판매처를 제한하는 등 실질적인 특허권 사용을 제한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퀄컴이 칩세트를 공급받는 휴대전화 제조사에는 라이선스 계약을 함께 맺도록 강제했다. 시장 지배적인 지위를 이용해 제조사에 필수적이지 않은 특허권 계약을 요구하거나, 휴대전화 판매가격의 일정 비율을 ‘실시료’ 명목으로 받기도 했다.
공정위의 처분에 불복한 퀄컴은 2017년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서울고법은 퀄컴이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봤다. 서울고법은 2019년 퀄컴에 대한 공정위 명령 10건 중 8건이 적법하고 과징금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 비춰 칩세트사에 타당성 없는 조건을 제시하고,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등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점이 인정된다”면서 “거래상 우위를 남용해 휴대전화 제조사에 불이익한 거래를 강제하고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 점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퀄컴이 이에 불복하며 상고했지만, 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퀄컴의 부당 행위에 대해 “모뎀칩세트 시장에서 경쟁 모뎀칩세트 제조사를 배제하고 원고들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유지·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의 의미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타당성 없는 조건 제시 행위’, ‘불이익 강제 행위’ 등이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어렵게 하는 행위로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을 재확인 및 구체화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날 “공정위 과징금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단을 받게 됐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는 “비록 라이선스 계약 내용 자체에 대한 위법성은 인정받지 못했으나,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FRAND 의무를 인지하면서도 표준필수특허 시장 및 모뎀칩세트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확장하기 위해 반경쟁적 사업 구조를 구축해 경쟁을 제한하고 시장 구조를 독점화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공정위가 퀄컴에 부과한 1조311억원의 과징금은 역대 최대 규모다. 공정위는 2009년에도 퀄컴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해 2732억원(역대 8위)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종민 기자, 세종=이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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