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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이슈 로봇이 온다

[박지훈 기자의 非상장기업 원석 찾기] 비트코퍼레이션 | 로봇이 커피 건네며 윙크 감성 있는 무인카페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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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자체적으로 주문받고, 음료를 제조하고 서빙까지 한다. 잠을 잘 필요 없는 로봇의 활약으로 카페는 24시간 돌아간다. 로봇은 커피를 고객에게 건네주며 윙크를 건넨다. 2050년 미래 카페의 모습이 아니다. 로봇카페 비트(b;eat)는 로봇바리스타가 24시간 근무해 상주 인력 없이 주문부터 결제, 제조, 픽업 등의 전 과정이 무인으로 이뤄지는 미래형 카페를 운영한다.

비트코퍼레이션(b;eat corp·이하 비트)은 무인 로봇카페 플랫폼 비트를 개발해 판매하는 로보틱스 기반 푸드테크 기업이다. 2016년 다날 내 TFT로 시작된 비트는 2021년에 다날에서 분사해 별도의 법인으로 독립했다. 2021년 3월 출시된 b;eat 3.0부터는 매장 관리를 포함한 운영 역시 대부분 무인화로 전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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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카페 비트의 로봇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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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로봇카페에 감성 한 스푼
비트의 큰 성장 동력은 저가 커피 시장과 무인화 트렌드의 확산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커피 시장은 한계에 이른 침투율에도 불구하고 더 저렴한 커피를 자주 찾는 소비자들로 인해, 저가 브랜드 위주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저가 경쟁을 위한 방편으로 키오스크 및 무인 점포로 운영하는 매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인건비로 인해 2015년 이후 국내 키오스크 시장은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2023년 최저임금은 2022년 대비 5% 상승한 9620원으로 직원 1명 고용 시 월급 201만580원(주 40시간, 주휴수당 포함)이다. 이에 반해 국내 키오스크 구매 비용은 200만~500만원 수준이다. 키오스크를 임대할 경우, 36개월 기준 월 2만~20만원 수준으로 AS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및 관리업무까지 받을 수 있다.

김평모 DB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용을 절감하고자 하는 중소형 프랜차이즈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증가로 2021년 기준 국내 민간 분야에 설치된 키오스크 수는 2만6574대로 2019년 8587대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라며 “특히 요식업 및 생활편의 분야에서는 4.1배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키오스크를 넘어 무인 점포도 확산하는 추세다. 인건비 증가와 로봇 및 각종 센서 등 무인화 관련 비용이 하락함에 따라 무인 편의점, 무인 아이스크림, 무인 카페 등 다양한 업종에서 무인 점포가 증가하고 있다. 비트는 이러한 무인 카페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공급한다. 최대 강점은 높은 커피 품질을 유인 카페 대비 저렴한 비용에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비트 관계자는 “타 브랜드가 원가를 공개하지 않아 직접적인 비교가 어려울 수 있으나 비트 점포는 최고 수준의 고품질 원두를 사용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유명 카페 프랜차이즈 커피 한 잔 가격은 4000원대부터 시작하는 데 반해 비트는 2000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비트의 월 임대료는 50개월 할부 기준 대표적인 저가 브랜드사 인건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라며 “특히 플랫폼 및 비트바이저를 통한 효율적인 관리로 변동비를 포함한 월 비용 지출 면에서 유인 점포 대비 50% 이상 절감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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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의 점포가 유인 카페 대비 낮은 비용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소프트웨어의 힘이라 할 수 있다. b;eat 3.0에 최초 적용된 I-MAD 플랫폼은 매장에 설치된 라이다(LiDAR) 및 카메라를 통해 방문자 수 및 체류 시간을 파악하고, 이물질을 감지하는 등 매장 관리 역시 무인으로 제어할 수 있다. 원활한 매장 관리를 위해 각 매장의 청소 및 재료 보충 등을 담당하는 비트바이저가 효율적으로 매장을 관리할 수 있는 비트바이저 툴을 제공한다.

이 외에도 AI 기반 재고 파악 및 발주 프로세스를 통해 자동화해 점주가 매장 운영에 들이는 노력을 최소화하고 있다. 시간대별 판매량, 주문현황, 앱 구매자 수, 방문자 수 등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장 운영을 최적화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를 단골 및 30일 지난 고객 대상 푸시 알림을 주는 등 마케팅에도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8월부터는 비페이(bepay) 서비스를 출시해 카드를 등록하면 간편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비트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 앱 주문율은 60%를 넘어섰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로봇카페 비트는 지난해부터 귀엽고 친근한 느낌을 주는 다양한 표정들을 로봇 바리스타에 추가해 다소 딱딱한 로봇 매장에 감성을 입혀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업데이트 전에도 이미 비트는 손님들에게 커피를 내어주면서 스크린으로 윙크, 하트 눈빛 등을 보여주며 많은 호응을 받아왔다. 이에 더해 비트는 업데이트를 통해 미소, 인사, 장난스러운 눈빛, 두리번거림 등 귀여운 표정들뿐 아니라 슬픔, 궁금함, 설렘, 열일모드 등 더 다양한 감정 표현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면 커피 주문이 동시에 여러 잔 들어오면 눈에 불꽃을 켜고 ‘열일모드’로 돌변한다. 간혹 손님이 커피를 너무 오래 찾아가지 않으면 슬픈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식어버린 커피를 혼자 외롭게 정리한다. 방문객이 주문도 안 하고 서성이면 물음표를 그리며 궁금함을 표현한다. 혼자 있어 심심할 때면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핀다. 손님이 주문한 커피가 완성되면 설렌다는 듯이 눈을 반짝이며 내어주기도 한다. 기술적으로는 표정뿐 아니라 로봇 관절을 이용해 더 다양한 동작도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휴먼터치 기능 강화에 역량을 쏟는 이유는 소비자들에게 친근감을 주는 경험을 제공해 여타의 무인 카페 대비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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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숍인숍·아파트 등 다양한 경로로 침투
로봇카페 비트는 서울, 경기, 대전, 제주 등 전국 각지의 오피스 및 주거 상권에 빠르게 진입해 B2C 영역을 확대해오고 있다. 비트는 이러한 B2C 카페는 물론이고 숍인숍, 고속버스 휴게소, 쇼핑몰, 기업 사옥, 아파트커뮤니티, 대학교 등 다양한 곳에 진출하고 있다. 현대차 및 야놀자 등 기업들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B2B 매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는 ‘숍인숍’ 상권에서의 커피 판매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며 전체 성장을 이끌었다. 숍인숍은 식당, 마트, 가전제품 점포 등 카페가 아닌 다른 업종의 영업장에 비트가 입점한 매장들을 말한다. 지난해 숍인숍 비트의 커피 판매 매출은 전년 대비 2배가 넘는 약 104% 증가하며 두드러진 성장을 기록했다.

로봇카페 비트가 자체 매출 집계 시스템을 통해 2022년 한 해 커피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본 결과, 숍인숍 상권을 중심으로 성장을 이뤄 전국 비트의 커피 판매 매출은 전년 대비 5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비트 상권 중 매출 비중 순위는 ‘오피스 카페’라 불리는 기업 상권이 약 19%로 1위, 이어 테마파크나 관광시설 등의 리조트 상권이 약 18%로 2위, 이미 존재하는 매장 내에 비트가 입점하는 형태의 숍인숍 상권이 약 13%로 3위다.

진출하는 업종도 다양하다. 지난해 로봇카페 비트는 민물장어 전문식당 장수천, 광주 백년대게, 홈플러스 대전탄방점 등에 입점했다. 방문객들은 식사한 후나 장을 본 후 비트에서 편리하게 맛있는 커피를 구매할 수 있다.

‘오피스 카페’에서 비트의 침투율도 높은 편이다. 전년 대비 커피 판매 매출 증가율 약 24%를 기록한 오피스 카페는 대부분 임직원 복지 차원에서 무료 또는 매우 저렴하게 커피를 제공하고 있어 매출 대비 판매량은 타 상권 대비 높다. 원격 수업을 듣던 학생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오면서 비트의 대학교 상권 매출도 전년 대비 약 76% 올랐다. 지난해 강원대 도서관, 중앙대 도서관 등에 비트가 신규 입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승현 비트코퍼레이션 세일즈마케팅 본부장은 “처음에는 로봇 바리스타를 낯설어하던 이용자들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주문하며 비트에 ‘로며들’고 있다”라며 “비트의 안정성이 입증된 동시에 로봇에 익숙해진 트렌드, 그리고 엔데믹까지 맞물려 커피 판매 매출 성장을 달성했으며 새해에는 더 많은 사람이 비트에 ‘로며들’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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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는 커피 제조와 서빙 시 다양한 표정을 연출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다.


한편 비트는 지난 2월 8일 국내 1위 아파트 스마트워크 앱 서비스 업체인 아파트너와 업무 제휴 MOU를 체결하고 전국 아파트 커뮤니티 카페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로봇카페 비트와 아파트너는 업무 제휴 협약에 따라 전국 100개 이상의 랜드마크 아파트에 비트 입점을 추진하고, 다양하고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전국 아파트커뮤니티 선진화에 나서 입주민들의 복지 향상에 노력하기로 했다.

아파트너는 아파트 관리 앱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로, 신축 대단지 아파트들 가운데 70% 이상이 아파트너를 이용하고 있다. 공지, 민원·하자 접수, 아파트 주요 일정 관리, 커뮤니티 시설 예약 등 다양하고 편리한 서비스들을 전국 프리미엄 아파트 단지 및 고급 주상복합 170만 세대에 제공한다.

최근 프리미엄 아파트들 사이에서 입주민들을 위한 복지 강화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서비스 로봇 도입 수요가 높아졌다. 로봇카페 비트 내부 매출 집계 시스템으로 추출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아파트 상권에서의 비트 커피 판매량은 전년 대비 약 60% 이상 증가했다. 비트는 최근 천안 불당호반써밋, 광양 센트럴자이, 수원권선꿈에그린 등에 로봇카페 비트가 신규 입점한 바 있다.

지성원 비트코퍼레이션 대표는 “최근 프리미엄 아파트들이 입주민 복지를 강화하는 트렌드와 로봇이 일상에 익숙해지는 이른바 ‘로며드는’ 트렌드가 맞물려 전국 아파트에 로봇카페 비트 도입이 활발해지고 있다”라며 “로봇카페 비트는 모바일 주문 앱의 편리성 및 인력 관리의 어려움이 없다는 점, 그리고 별도의 인테리어가 필요 없다는 장점 등으로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내 티하우스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으며, 여기에 아파트 관리 분야 1위 사업자인 아파트너와의 파트너십까지 더해 큰 시너지가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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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원 비트코퍼레이션 대표


‘150개 매장 300개로 늘릴 것’ 올해가 성장 원년
2021년 초 시리즈A 투자 유치를 마친 비트는 93억원(프리 밸류 기준 280억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했다. 이후 2022년 7월에는 유상증자를 통해 프리밸류 600억원으로, 15억원을 추가 조달하기도 했다. 비트의 매출은 크게 점포 개설 판매, 직영점 매출 그리고 물류 매출로 나뉜다. 직영점의 경우 커피 등 판매 매출이 바로 매출액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직영점의 증가는 높은 매출 성장으로 연결된다. 비트 한 관계자는 “현재 전국적으로 운영 중인 비트 매장은 약 150여 개로 내부적으로 300개까지 빠르게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매장 점포가 늘어나면 원두 등 물류 매출도 비례해서 증가한다. 비트는 올해 다양한 점포 확장을 통해 높은 매출 증가세를 노리고 있다. 김평모 연구원은 “비트는 올해 매출액 18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80%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2024년에는 매출액 355억원까지 늘어나며 고정비 감소로 흑자 전환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분석했다.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51호 (2023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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