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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헤럴드포럼] 초저출산은 국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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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정부는 2월 28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개최해 새 정부 첫 저출산종합대책을 마련했다. 2016년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이 직접 주재했다. 저출산 파고의 심각성을 인식해 신속히 대처하겠다는 정부의 단호한 의지로 보인다.




주요 대책으로는 생후 24개월 미만 아동 입원진료비 무료, 난임시술비 지원, 아이돌봄 시간제·보육 서비스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신혼부부 주택 구입 특례대출 기준 완화 등 주거 부담 완화대책도 포함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가 육아를 책임지겠다며 “과감한 대책을 마련하고 필요한 재정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절벽이 한국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이다. 총인구도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섰다. 급속한 고령화로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생산가능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정학전문가 피터 자이한은 지구촌의 많은 나라가 인구구조 붕괴에 직면해 있으며 이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탈세계화 시대의 승자와 패자가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초저출산 현상으로 대한민국의 성장 잠재력과 지속 가능성이 크게 도전받고 있다. 1.3명대의 출산율을 보이는 경쟁국인 일본보다 저출산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강도 높고 지속적인 대책이 정권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

난임시술비 지원은 가장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평가된다. 신생아 10명 중 1명이 난임시술을 통해 태어난다. 그간 꾸준히 제기됐던 육아휴직 급여 상한이 조정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생활비 부담 때문에 활발한 제도 이용이 제한됐다. 재정 부담 등의 이유로 대책에 포함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데 차제에 제도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결혼과 출산의 상관성을 주목해야 한다. 정상적인 결혼이 정상적인 임신·출산으로 이어진다. 서울대 이철희 교수 연구에 따르면 정상적으로 결혼한 부부의 경우 평균 2명 이상을 낳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혼인 건수가 19만건으로 줄어들었다. 2015년 63.5만건에서 2019년 53.8만건으로 줄어들었고 이후 가파른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초혼 평균 연령도 남성 33.7세, 여성 31.2세로 상승했다. 만혼은 불가불 저출산으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 일본의 경우를 봐도 만혼화가 저출산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1인 가구의 증가, 수도권으로의 청년층 유입, 경쟁 심화 등 사회경제적 요인이 만혼화와 비혼화를 부추긴다. 긴 안목을 가지고 종합적인 인구대책을 마련해야 되는 까닭이다.

지방의 인구 감소와 출산 부진에 정책의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많은 시군이 엄청난 출산장려금을 집행하지만 정책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젊은 가임 여성에게 인기 없는 지방정부는 외면받게 된다. 지방생활이 지루하다는 관념이 타파돼야 지방 정주와 출산율 회복이 가능하다. 도시와 지방을 이어주는 관계인구 창출도 중요하다. 지방의 디지털 소외 문제도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자칫하면 ‘도시 대한민국’과 ‘농촌 대한민국’이라는 두 개의 나라로 갈라질 수 있다.

이민 문호 개방이 불가피한 선택이 됐다. 생산 현장의 고령화, 생산인구 격감, 제조업 해외 이전이 지나치게 가파르다. 주요 선진국은 일본을 제외하고는 이민을 통해 경제성장을 견인했다. 일본조차 최근 들어 국내시장을 개방하고 있다. 선진국은 독일 16.2%, 미국 13.5%, 영국 14%, 프랑스 13.3%로 높은 이민자비율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2.6%에 불과하다. 인구절벽대책을 실기하면 2020년대 후반 실질 성장이 멈출 수 있다. 초저출산은 국난(國亂)이다. 비상한 각오로 대처하지 못하면 선진 대한민국호가 좌초하게 된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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