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셈법은
與 패배 땐 조기레임덕 우려
국민의힘, 3대 개혁 등 ‘과반 의석’ 전제
용산발 공천 파동 가능성 등 우려 시각
野, 최후보루 의회 사수 절실
민주, 중앙·지방 권력 모두 내어준 상황
李대표 사법리스크 등 악재 극복 부심
제22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횡단보도 인근에 여야 각당의 정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남정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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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심을 움직이는 프레임이 거야심판론이 되느냐, 정권심판론이 되느냐는 결국 대통령 지지율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 9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4∼6일 실시한 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잘하고 있다’가 31%에 그쳤다.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61%나 됐다. 이 격차는 올해 들어 대체로 계속 벌어지는 모양새다. 올 1월만 해도 ‘잘하고 있다’가 35∼37%, ‘잘못하고 있다’ 54∼57%였다.
자연스레 내년 총선 표심 또한 현재까지는 정부 지원보다는 견제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같은 기간 진행한 한국갤럽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기대 조사에서 ‘정부 견제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50%, ‘정부 지원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36%에 그쳤다. 직전 조사(2월28일∼3월1일 실시)에서 각각 44%, 42%를 기록했던 데 비해 그 격차가 더 벌어진 상황이다.
여당 입장에선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후반기로 접어드는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핵심 과제로 내세운 3대 개혁(노동·교육·연금 개혁) 또한 총선 승리가 전제돼야 원활한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21대 국회에선 다수당인 민주당에 가로막혀 윤석열정부 국정과제 입법 대부분이 좌절된 터다. 민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같은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해도 국회에선 막을 수 없었고 결국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황에 이른 탓에 국정 난맥이 심화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를 떠나서라도 내년 총선이 윤석열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이 큰 만큼 조기 레임덕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정부 여당은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총선 승리를 위해 넘어야 할 산으로 지목되는 건 ‘공천 리스크’다. 전신인 새누리당의 2016년 총선 패인으로 지목되는 공천 파동이 재연될 여건이 현재 갖춰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많다. 정치권에선 이미 대통령실 출신과 내각 차출 인사들이 대거 공천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터다. 특히 검찰 출신 인사들이 대거 총선에 출마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여의도 정치 이력이 없는 윤 대통령이 총선을 계기로 국회에 ‘자기 사람’을 심으려 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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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발 공천을 상수로 둘 경우 국민의힘 내분 촉발 여부를 결정짓는 건 결국 윤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지도가 상승세를 그릴 경우 친윤(친윤석열) 인사 공천에 따른 당내 갈등 가능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재 국민의힘에 불모지라 볼 수 있는 수도권에 친윤 신인을 투입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수도권 121석 중 국민의힘 의석 수는 19석에 불과하다.
다만 지지도가 현재처럼 하락세를 유지할 경우 친윤 신인 투입이 현역 물갈이로 비화할 수 있다. 이 경우 국민의힘이 공천 파동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 여론이 악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준석 전 대표 등 비윤(비윤석열)계 인사 공천 여부 또한 당 내홍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내년 총선에서 꼭 승리해야 할 이유가 있다. 대선과 지방선거 등 전국 단위 선거에서 2연패를 기록한 상황에서 총선까지 패할 경우 현 이재명 지도부 체제가 힘을 잃고 야권 재편론에 불이 붙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야권 재편이 시작될 경우 차기 대선 때까지 지리멸렬이 거듭될 수밖에 없다. 중앙·지방 권력을 모두 내어준 상황에서 최후의 보루인 의회 권력을 사수하기 위해서라도 총선 승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기 위해 민주당이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히는 건 바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다. 최근 당직 개편을 기점으로 잦아들긴 했지만 그간 당내에선 이 대표 사퇴가 총선 승리를 위한 필요 조건이란 의견이 계속 나왔다. 급기야 올 12월쯤 이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는 일명 ‘질서 있는 퇴진론’도 한 때 수면 위로 올라온 바 있다. 이런 목소리가 힘을 잃은 건 대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비명(비이재명)계 중심으로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이 산발적으로 나왔지만 이들이 세력화할 구심점은 사실상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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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사정 때문에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등으로 기소된 이 대표가 계속 법원에 출석하고 재판 증인이 내놓는 일부 자극적인 증언은 여전히 민주당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대장동 일당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불법 대선 경선 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1심 판결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 결과가 이 대표 본인의 재판 결과를 전망할 수 있는 기준점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들 재판 결과로 이 대표에 대한 사법리스크가 충분히 해소되지 못하고 내년 총선이 다가오는데도 민주당 지지율이 지지부진할 경우 이 대표가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고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2016년 총선에서 당시 문재인 대표가 2선으로 물러나고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꾸려 선거에 승리한 바 있다. 다만 이 대표 퇴진 이후 꾸려진 비대위 또한 사실상 이 대표 대리 체제 성격을 띨 가능성이 높은 만큼 총선 필승 전략이 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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