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쇼크·'기강해이' 속 시도당 연석회의 소집…정운천, 도당·당협위원장 사퇴
'일벌백계' 윤리위 구성 속도…취임 한달 지지율 하락 지속에 '온화→강경' 선회
판사 출신 특유의 '온화한 카리스마'가 돋보였던 김 대표지만 최근 부쩍 당내 상황에 목소리를 높이면서 작심 발언을 쏟아내는 모습이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전열 재정비가 필요한 상황에서 최고위원들과 당 소속 광역단체장들까지 잇단 '헛발질'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는 새 지도부 출범 직후 치러진 4·5 재보선에서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텃밭' 울산의 기초의원은 물론이고 내심 기대했던 전주을 국회의원 선거까지 완패한 데 대한 충격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9일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대표는 대선·지방선거 연승 이후 1년 가까이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르지 않으면서 느슨해진 지역 조직부터 다잡아야 당이 본격적인 총선 체제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전주을 선거 지원에 나섰던 김 대표는 최근 사석에서 "시·도당 조직이 완전히 망가졌다, 이대로는 총선 못 치른다"며 시도당 조직의 전면 쇄신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회의 대화하는 김기현 |
김 대표는 오는 12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취임 후 첫 전국 시도당 위원장 연석회의를 소집한다. 이 자리에서도 조직 쇄신과 기강 확립을 위한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전주을 재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도당위원장직을 내려놓게 된 정운천 의원(비례대표) 사례가 일종의 시그널이 되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도당위원장직 뿐만 아니라 최근 전주을 당협위원장직 사퇴서를 제출했으며, 국민의힘은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를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아울러 상반기 중에 전국의 당원협의회를 대상으로 당무감사를 준비 중이다. 총선을 앞두고 당의 '세포조직'인 당협을 정비하고 당무감사 결과를 총선 공천의 평가 지표로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당무감사 실시 자체는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의원들이나 총선 출마 준비자들 입장에선 공천과 직결돼 상당한 공포감을 조성할 수 있다.
김 대표는 한편에선 당정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칠 '내부 리스크' 차단에도 고삐를 바짝 당길 태세다.
김 대표는 앞서 연달아 설화에 휘말린 김재원·조수진·태영호 최고위원을 공개 경고한 데 이어, 김진태 강원지사가 산불 상황에서 골프 연습을 하고 술자리를 가졌다는 보도와 관련해 진상조사를 지시하고 사안의 경중에 따라 책임을 묻는 조치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 사안은 공석인 윤리위원장 인선이 마무리되는 대로 구체적인 징계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당 관계자는 윤리위원장 인선과 관련,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당연히 외부 인사를 우선 검토하고 있다"며 "총선 국면에서 '벌점'을 매기는 게 부담이 적지 않은 자리인 만큼 김 대표의 '일벌백계' 기조를 이해하고 시의적절한 결정을 단행할 수 있는 도덕성과 배포를 겸비한 인물로 신중히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리더십이 '온화'에서 '강경'으로 급속히 바뀐 것을 두고 다른 해석도 나온다.
친윤계 전폭적 지원으로 당 대표가 됐다는 '리더십 한계'를 절감하고서 김 대표 스스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김 대표가 '당 핵심 관계자'를 인용해 당 공천심사제도에 관한 보도가 나온 것을 두고 기자들 앞에서 "헛소리 떠든 놈", "어디다 대고 함부로 작문하나" 등으로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게 김 대표 주변 인사들의 전언이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전당대회 내내 김 대표가 강조했던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인선도 사실상 친윤계 등쌀에 사장된 것 아니냐"라며 "이제 김 대표도 자신만의 '매운맛'을 보여줘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minar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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