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발생률 높지만 사망률 낮아
효율적 의료체계와 의료인 헌신 덕
2040년 의료비 작년비 2배 ↑전망
조규홍 장관 “보상체계 등 개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 다섯째)이 지난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차 의료보장혁신포럼’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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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3년 넘게 인류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아직 진행형이다. 아워 월드 인 테이터에 따르면 한국은 3월 29일 기준으로 인구 100만명당 59만3901명이 코로나에 감염돼 세계 12위 발생률을 기록했다. 주요 국가로 보면 오스트리아-프랑스에 이어 3위이다. 반면 사망률은 인구 100만명당 660명으로 낮은 순으로 98위이다. 세계 평균(인구 100만명당 864명)보다 상당히 낮다. 많이 걸렸지만, 사망자는 그리 많지 않다는 뜻이다.
정재훈(예방의학) 가천대 의대 교수는 4일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의료보장혁신포럼’에서 “영국 전문가와 토론했더니 영국은 초기에 많은 데이터, 인력에도 불하고 초기 확산 저지에 실패했고, 한국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통제 가능한 범위에 들어올 때까지 치명률을 잘 저지했고, 그 이후에도 잘 대응했다고 하더라. 한국이 코로나 대응에 실패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한국의 사회적 역량과 의료보장 시스템이 잘 갖춰진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2015년 메르스의 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감염병 진단·치료 시스템을 구축했고, 상급종합병원~동네의원, 보건소~지자체 의료원 등이 분업화돼 각자의 역할을 했다. 의료인과 보건소·지자체 공무원, 질병청·복지부 등의 중앙부처 공무원이 헌신했다. 박애병원·혜민병원 등 16곳이 병원을 통째로 내놨고, 남양주 현대병원 등이 병원의 대부분을 코로나 진료에 내놨다. 세계적인 자랑거리인 전 국민 건강보험이 뒷받침했다.
이번 제51회 보건의 날 슬로건은 ‘모두가 건강한 나라, 행복한 대한민국’이다. 건강안전망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 보건의료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돋움했다. 기대수명은 83.5세(2021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0.5세)보다 높다. 회피 가능한 사망률이나 영아 사망률도 낮다. 피터 샌즈 글로벌펀드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샌즈 총장은 “한국은 전 세계와 공유할 좋은 얘깃거리를 갖고 있다. 코로나 대응에 기술을 활용하고 앱으로 모니터링하는 등 디지털 혁신이 뭔지 보여줬다”며 “대국민 소통과 감염병 정책이 좋았고, 의료 접근에 있어서 공정성이 확보된, 전 국민이 의료접근이 가능한 나라”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른 나라는 의료 접근의 불공평이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글로벌펀드는 세계 최대의 국제보건지원기구이다.
하지만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곳곳에서 취약성이 드러났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4일 포럼 인사말에서 “우리 보건의료체계가 복합적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의료의 상업화 경향 속에 수도권·대형병원 쏠림 등에 따라 필수의료 공급 부족, 지역 간 의료격차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 노인 의료비가 급증하고 생산인구 감소로 인해 수입 기반이 약화해 건보 지속가능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소아과 전공의 부족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개혁이 절실하다. 조 장관은 “이 두 분야에 인력이 활동할 수 있도록 인력 양성·공급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대병원 중심으로 필수 의료 전달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리해서 전국 어디서나 골든타임 내 필수의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상의료비는 2000년 25조원에서 지난해 200조원으로 폭증했다. 2040년엔 400조원으로 두 배로 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 분석자료). 조 장관은 “지불제도 다변화, 수가 결정체계 합리화, 혁신적 의료기술에 대한 새로운 보상체계 마련, 비급여 적정 관리, 실손보험 구조 개선 등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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