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2월 미국 기업의 구인(사람 채용을 원하는) 건수는 993만 건으로 1월(1056만 건)보다 63만 건 줄었다. 월간 기준 구인 건수가 1000만 건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1년 5월 이후 21개월 만에 처음이다. 특히 2월 구인 건수는 시장 예상치(1040만 건)와 비교해도 적었다. 다만 실업자 한 명당 구인 건수 배율은 2월 1.7명으로 과거 평균(1.2명)보다는 여전히 높았다. 아직도 구직자 대비 일자리 수가 더 많다는 뜻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구인 건수 하락은 물가 상승률 둔화에 청신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은 외국인 노동자 감소, 퇴직자 증가 등으로 노동력이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기업의 채용 규모(구인 건수)가 일자리를 구하는 노동자 수(구직 건수)를 훨씬 웃도는 현상이 이어졌다.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생산량은 줄고 임금이 오르는 등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됐다. 특히 파월 Fed 의장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주요 지표로 보겠다고 했던 ‘수퍼 코어 CPI(주거비 제외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도 구인 증가에 따른 임금 상승에 큰 영향 받는다. 이 때문에 구인 건수 하락은 물가 오름세가 다소 둔화할 수 있다는 지표로 읽힌다.
시장은 Fed가 5월부터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날 시카고선물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다음 달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50%를 넘는다.
하지만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 감산 조치가 불확실성을 키운다. 6월부터 본격 시작하는 ‘드라이빙 시즌’과 하반기 중국 ‘리오프닝’ 효과로 인한 수요 증가가 겹치면 국제유가 상승이 추세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서다. 고용시장 냉각에도 불구하고 Fed가 긴축 완화 정책으로 쉽게 선회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산유국의 감산이 유가에 미치는 효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과거 경기 침체 시에 OPEC+는 하루 약 400~500만 배럴의 감산을 단행했는데, 그와 비교하면 최근의 감산 규모(하루 366만 배럴)는 그렇게 크지 않아서다.
다소 잠잠해졌지만,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같은 은행 위기가 언제든 다시 촉발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금융 불안에 경기 침체 우려까지 커지면서, 대표적 안전 자산인 금값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금시장에서 1g당 금 가격은 장중 한때 8만5020원까지 오르며, KRX 금시장 거래를 시작한 2014년 3월 24일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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