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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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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고용시장 과열 식었지만 유가 상승…Fed ‘금리 셈법’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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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높은 물가 상승률 원인 중 하나였던 고용시장 과열이 다소 냉각될 기미가 보이고 있다. 고용지표의 선행 지표 격인 구인 건수가 예상보다 줄어들어서다. 시장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사이클’을 끝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산유국의 감산 소식에 상승세로 방향을 튼 국제유가가 골칫거리다.

4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2월 미국 기업의 구인(사람 채용을 원하는) 건수는 993만 건으로 1월(1056만 건)보다 63만 건 줄었다. 월간 기준 구인 건수가 1000만 건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1년 5월 이후 21개월 만에 처음이다. 특히 2월 구인 건수는 시장 예상치(1040만 건)와 비교해도 적었다. 다만 실업자 한 명당 구인 건수 배율은 2월 1.7명으로 과거 평균(1.2명)보다는 여전히 높았다. 아직도 구직자 대비 일자리 수가 더 많다는 뜻이다.

중앙일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구인 건수 하락은 물가 상승률 둔화에 청신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은 외국인 노동자 감소, 퇴직자 증가 등으로 노동력이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기업의 채용 규모(구인 건수)가 일자리를 구하는 노동자 수(구직 건수)를 훨씬 웃도는 현상이 이어졌다.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생산량은 줄고 임금이 오르는 등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됐다. 특히 파월 Fed 의장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주요 지표로 보겠다고 했던 ‘수퍼 코어 CPI(주거비 제외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도 구인 증가에 따른 임금 상승에 큰 영향 받는다. 이 때문에 구인 건수 하락은 물가 오름세가 다소 둔화할 수 있다는 지표로 읽힌다.

시장은 Fed가 5월부터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날 시카고선물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다음 달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50%를 넘는다.

하지만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 감산 조치가 불확실성을 키운다. 6월부터 본격 시작하는 ‘드라이빙 시즌’과 하반기 중국 ‘리오프닝’ 효과로 인한 수요 증가가 겹치면 국제유가 상승이 추세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서다. 고용시장 냉각에도 불구하고 Fed가 긴축 완화 정책으로 쉽게 선회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산유국의 감산이 유가에 미치는 효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과거 경기 침체 시에 OPEC+는 하루 약 400~500만 배럴의 감산을 단행했는데, 그와 비교하면 최근의 감산 규모(하루 366만 배럴)는 그렇게 크지 않아서다.

다소 잠잠해졌지만,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같은 은행 위기가 언제든 다시 촉발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금융 불안에 경기 침체 우려까지 커지면서, 대표적 안전 자산인 금값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금시장에서 1g당 금 가격은 장중 한때 8만5020원까지 오르며, KRX 금시장 거래를 시작한 2014년 3월 24일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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