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기부터 내려오는 유서 깊은 페체르스크 수도원은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주요 근거지로, 수도원의 상당 부분을 모스크바 총대주교구 산하의 우크라이나 정교회(Ukrainian Orthodox Church: UOC)가 사용해 왔다.
페체르스크 수도원 밖에서 기도하는 UOC 교인들 |
파블로 대주교의 핵심 혐의는 러시아의 무력 침공을 정당화했다는 것이다.
그가 소속된 UOC를 관장하는 모스크바 총대교구는 러시아 정교회의 리더십을 인정한다. 러시아정교회는 러시아 정부와 강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한다고 WP는 설명했다.
UOC는 러시아 정교회로부터 독립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수도원 성직자들과 러시아 간의 관계를 의심해온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지난 1일 원장의 거주지를 수색하기도 했다.
SBU는 성명을 내고 "성직자의 제복이 목적의 순수성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며 "적들이 선전·선동과 분열을 위해 교회를 활용하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파블로 대주교는 이날 법원에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며 침략을 편들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WP는 수도원 원장에 대한 이번 가택연금은 전쟁 이후 종교에까지 심화한 갈등 상황과 정교회의 균열 정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내 정교회는 지난 2019년 이후 모스크바 총대주교구 산하의 UOC와 키이우 총대주교구 산하의 우크라이나 정교회(Orthodox Church of Ukraine: OCU)로 나뉘어졌다.
우크라이나에 탈러시아·친서방 정권이 들어선 뒤 종교적으로도 러시아에서 독립하려 하는 OCU가 모스크바 총대주교구 관할에서 벗어나면서 서로 반목하는 2개의 정교회가 생겨난 것이다.
우크라이나 법원에 출석한 페체르스크 수도원 원장 파블로 대주교 |
OCU 대변인은 "UOC는 수도원에 러시아 이념 전파를 위한 둥지를 만들었다"며 "우리는 스스로를 보호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정교회는 기독교 종파 중 하나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구소련 지역과 유럽을 중심으로 약 2억6천만명의 신자를 두고 있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달 페체르스크 수도원 성직자들에게 퇴거명령을 내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이 수도원 부지의 소유권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있다.
이와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종교적인 독립을 성취하기 위해 성직자와 수도사의 퇴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전쟁 과정에서 많은 우크라이나 국민은 UOC를 떠나 OCU에 합류했다.
그러나 퇴거명령에 반대하는 교인들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전쟁을 핑계로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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