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방지 등 견제 기능 확보해야
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과 분리 등
정부 영향력 축소 방안 고민할 때
KT의 지배구조 문제가 수술대에 오른 가운데 정치권 등의 외풍을 막기 위해서는 KT 이사회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관건이란 분석이다.
이를 위해선 대주주를 포함 소비자·시민(국민) 대표 등이 이사회에 참여해 낙하산 방지, 경영진 견제 기능 등을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 민영화된 기업의 경영권과 진정으로 '헤어질 결심'을 하지 않는 이상 '백약이 무효'라는 회의론도 여전하다.
■'견제' 가능한 이사회로 외풍 차단
2일 업계에 따르면 KT 비상경영위원회 산하 '뉴 거버넌스(New Governance) 구축 TF(TF)'는 향후 외부 전문가 선임을 통해 대표·사외이사 선임 절차, 이사회 역할 등 전반적인 지배구조 개선에 돌입한다. 지난 3월 31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통신업과 관련 없는 비전문가의 '낙하산 인사'를 완강히 반대하고 있는데다, 국민연금공단, 현대차그룹, 신한은행 등 주요 주주들의 시선도 쏠려있는 만큼 TF도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일부 기업이 지배구조 투명성 및 주주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한 '사외이사 주주추천제' 등 이사회 구조에 주주 의견을 효율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대안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 등 '외부 비전문가 낙하산'에 반대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은 대표이사 선임 절차 직전 일정기간 동안 행정기관에 근무한 이들은 배제하는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회를 정치권 또는 정권에 연결될 수 있는 인사들로 꾸리는 행태로 정권 교체기 마다 견제 기능이 의심받으면서 매번 흔들리는 상황"이라며 "대주주를 포함해 소비자·시민(국민) 대표 등이 이사회에 참여한다면 '낙하산' 방지뿐 아니라 경영진 견제 기능과 이사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다만 특정 분야 인사를 배제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내부 카르텔' 형성을 북돋고, 이사회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KT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대주주와 소액주주 등 주주 의견을 반영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가진 이사회가 구성되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면서도 "법률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이들은 배제해야 하겠지만, 특정인·분야가 안된다는 인식은 KT 내부인들 위주로 이사회가 꾸려지는 등과 같은 또 다른 문제를 나을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치권의 결심
하지만 국민연금공단을 통한 통제권을 지닌 정부가 KT와 같은 소유분산기업과의 '연결고리'를 끊지 않는다면 어떤 제도도 효과가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사회 구성과 경영권에 간섭하는 관행을 정치권과 정부가 스스로 지양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설명이다. 국민연금이 대주주로 있는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을뿐 아니라 관련 규제나 제도를 우회할 수 있는 여러가지 장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KT는 형식적으로 민영화된 기업이기 때문에 이사 선임권 등을 민간에 이양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국민연금이라는 대주주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기금운용본부를 국민연금으로부터 분리해 정부의 영향력을 줄이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 또는 기금운영본부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상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치권이 스스로 경영권과 분리할 결단을 내리지 않는 이상 주주 추천제와 같은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백약이 무효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KT는 향후 새로운 사외이사 및 대표이사를 각각 선임하기 위한 임시 주총을 최소 두차례 개최한다. TF는 사외·대표이사 선임 절차, 이사회 구성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하는 가운데, 정관 변경 여부는 최소 새로운 이사회가 꾸려진 이후에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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