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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오페라의 유령’은 한국어로, 조승우는 ‘유령’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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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8일까지 부산, 7월 14일부터 서울 공연

22년전 제작사 실수로 ‘불합격’ 조승우

“배우 2막에 선물처럼 다가온 작품”

1톤 샹들리에·의상 220벌…‘명불허전’

경향신문

지난 1일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유령’ 역의 조승우(오른쪽)와 ‘크리스틴’ 역의 손지수가 연기하고 있다. 에스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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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13년 만에 한국어로 돌아왔다. 이 작품은 뮤지컬 거장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대표 걸작으로 손꼽힌다. 오페라극장 지하에 숨은 광기의 천재 ‘유령’, 오페라 주역을 꿈꾸는 신인 가수 ‘크리스틴’, 용감한 귀족 청년 ‘라울’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이다. 기자가 지난 1일 오후 2시 부산 남구 드림씨어터에서 관람한 공연은 ‘유령’ 역에 조승우, ‘크리스틴’ 역에 손지수가 출연했다.

조승우가 연기한 ‘유령’ 역은 극을 주도하기 때문에 출중한 노래와 연기 실력은 물론 객석을 휘어잡는 존재감이 있어야 한다. 조승우는 위압적인 카리스마보다는 고독하고 애절한 면모가 강조된 ‘유령’이었다. 가면을 써서 얼굴이 절반밖에 보이지 않는데도 분노에서 슬픔으로 옮겨가는 감정 연기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두 손을 떨고 바닥을 기면서 사랑을 호소하는 마지막 장면에선 눈물을 닦는 관객이 많았다. 노래할 때는 특유의 허스키한 가성이 매력적이었지만 감정이 격해진 일부 장면에선 음정이 흔들리기도 했다.

조승우는 <오페라의 유령>과 끊어졌던 인연을 22년 만에 맺었다. 조승우가 2001년 한국어 초연을 앞두고 ‘라울’ 역 오디션을 치렀지만 당시 제작사 신입사원의 실수로 불합격 통보를 받고선 영화에 출연한 일화는 유명하다. 조승우는 제작사 에스앤코를 통해 “세상 일과, 배우와, 작품 간의 연이라는 것은 참 모르겠구나 싶다. 배우로서 2막을 향해 도약해야 할 때 마치 선물처럼 다가온 작품”이라고 전했다.

손지수는 처음 뮤지컬에 도전했다. 앞서 많은 오페라 무대에 섰던 성악가답게 ‘생각해줘요(Think of me)’ ‘바람은 그것뿐(All I Ask of You)’ ‘그 밤의 노래(The Music of the Night)’ 등의 인기 넘버에서 청아한 음색과 시원한 고음을 뽐냈다. 가장 유명한 넘버인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은 초연 배우인 전설적 가수 세라 브라이트먼에 맞춰 작곡돼 E6(4옥타브 미)까지 치솟는다. 배우가 회차마다 계속 완창하면 성대가 손상될 수 있어 통상 최고음 부분은 녹음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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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가면무도회 장면. 에스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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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라울’ 역의 송원근과 ‘크리스틴’ 역의 손지수가 노래 ‘생각해봐요’를 부르고 있다. 에스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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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의 거대하고 화려한 무대 연출은 ‘명불허전’이라 할 만하다. 이번 한국어 공연은 1986년 초연 당시 무대 디자이너 고 마리아 비욘슨의 오리지널 디자인을 재현했다. 오페라극장 무대부터 지하 미궁까지 대규모 장면 전환이 많아 무대 장치 설치에만 8주가 걸렸다. ‘유령’이 ‘크리스틴’을 나룻배에 태워 물길을 건널 때 일렁이는 촛불들은 판타지 영화를 보는 듯하다. 가면무도회(마스커레이드) 장면은 비욘슨이 남긴 아름다운 의상들의 ‘잔칫상’이다. 의상의 색감은 한국 정서에 따라 새로 맞췄다. 배우 47명이 입는 의상은 모두 220벌, ‘크리스틴’ 역이 갈아입는 의상은 11벌에 달한다.

객석 위로 아슬아슬하게 떨어졌다가 무대 쪽으로 날아가는 1t짜리 샹들리에는 팬들이 비명을 지르며 열광하는 상징적 연출이다. 부산 공연은 드림씨어터가 2019년 4월 개관하면서 가능했다. 전체 1727석, 층고 27m, 배턴(봉) 85개를 보유한 뮤지컬 전용 대형 극장이다. 드림씨어터 관계자는 “부산에 대형 뮤지컬을 받아낼 수 있는 극장이 없었지만 이제 어떤 공연이든 무대에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어 공연은 2001년과 2009년에 이어 세 번째다. 부산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한국어 가사는 2009년 공연 때 번역을 토대로 더 자연스러운 구어체 번역을 완성했다. 프로듀서인 신동원 에스앤코 대표는 “이전에는 오리지널 창작진이 번역에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가사가 한국 정서에 어색했지만 이번 공연은 창작진과 유연하게 소통해 관객이 가사를 듣고 이해하기 편하다”고 말했다. 다만 여러 인물이 동시에 각자 노래를 부를 때면 소리가 뒤엉켜 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정상급 출연진을 자랑하는 만큼 티켓 가격은 국내 뮤지컬 역대 최고가다. ‘유령’ 역에는 조승우·김주택·전동석·최재림(서울 공연만), ‘크리스틴’ 역에는 손지수·송은혜, ‘라울’ 역에는 송원근·황건하가 출연한다.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6월18일까지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오는 7월14일부터 11월17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VIP석 19만원, R석 16만원, S석 13만원, A석 9만원, B석 7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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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을 마친 배우들이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에스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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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부산 공연 포스터. 에스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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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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