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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데스크 칼럼] 세계 1위도 못한 배민의 ‘4200억’ 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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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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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0억원.’

독일 딜리버리히어로 소유의 국내 1위 음식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이 지난해 낸 이익이다.

수년 간의 적자 속에서 대규모 흑자를 낸 만큼 사내 분위기는 상당히 고무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도 그럴것이 전세계 음식배달업체 가운데 배민의 흑자는 거의 유일하다.

1일 기준 시가총액 약 150조원(9000억홍콩달러)에 달하는 세계 1위 배달플랫폼 ‘메이투안 디엔핑(Meituan Dianping)’은 최근 3년간(2020~2022년) 매해 수천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미국 1위 음식배달 업체인 도어대쉬(DoorDash)와 우버이츠, 한국의 경쟁사인 요기요와 쿠팡이츠도 적자다.

유럽 최대 배달업체 중 하나인 저스트잇 테이크어웨이가 지난해 약 216억원의 수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지만, 여기엔 라틴아메리카 배달 플랫폼 아이푸드(iFood)의 지분 매각 효과가 컸다. 또 수익규모로 따지면 배민의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배민의 4200억 흑자는 여러모로 놀랍다. 회사측이 지난해 실적이 급격히 좋아진 이유로 꼽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은 전세계적으로 동일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유는 두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전세계 음식배달 회사가 배워야 할 정도로 배민의 경영능력이 뛰어나거나, 아니면 자영업자의 수수료를 올려 이득을 더 많이 가져간 것이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유는 명확해진다. 배민의 이익이 늘어난 결정적인 이유는 ‘서비스 매출’이었다.

작년말 기준 배민의 서비스 매출은 2조4234억원으로 전년(1조5743억원)보다 약 1.5배(8500억원) 늘었다. 이는 자영업자로부터 받은 수수료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는 의미다.

B마트가 포함된 상품 매출도 5123억원으로 20% 가량 증가하긴 했으나 수수료 매출 증가율에는 못 미쳤다.

반면 금융비용을 비롯한 영업비용은 전년보다 4400억원 가량 늘었다. 종업원 급여와 판촉비·임차료·교육훈련비 등을 줄이는 등 ‘운영의 묘’를 발휘했지만 외주용역비·관리비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배민은 지난해 4월 단건배달 서비스 ‘배민1′에 대한 프로모션을 중단하고 배달비를 인상했다. 이후 기본형·절약형·통합형 등 3가지 방식의 수수료 체계를 도입했다. 6.8%, 15%, 27%로 수수료가 높아지고 6000원의 배달비가 별도 부과되는 식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광고 상품으로 자영업자들에게 수수료를 부과했다. 음식 카테고리 최상단에 가게를 노출해주는 오픈리스트(중개이용료 6.8%)와 원하는 지역에 깃발을 꽂으면 반경 2㎞의 소비자에게 지역 상호가 노출되는 울트라콜(깃발 1개당 월 8만8000원) 등이다.

수수료가 오르다보니 이를 소비자에 전가하기 위해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이중 가격제’를 운영하는 곳도 생겼다. 지난달 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 시내 34개 음식점 중 20곳(59%)이 배달 가격과 매장 가격이 달랐다.

“평생 직장은 없다, 최고가 되어 떠나라”는 사훈처럼 배민은 자유로운 기업문화와 상생(相牲)이라는 가치에 중점을 두고 성장해 왔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된 후 이러한 배민만의 철학도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

창업자인 김봉진 의장(8.35%)의 지분매각 제한(Lock-up·4년) 시점도 올해 연말이면 끝난다. 김 의장과의 지분 스왑(Swap)으로 배민 지분 100%를 소유하게 될 딜리버리히어로. 이후의 배민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유윤정 생활경제부장]

유윤정 생활경제부장(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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