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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여성 억압' 탈레반, 이젠 여성 대상 라디오 방송국도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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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에 음악 틀어 규정 위반"
"방송국 폐쇄는 과한 조치" 방송 재개 요청
한국일보

2021년 8월 18일 탈레반이 재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중서부 헤라트의 한 학교 교실에서 히잡을 쓴 여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당시 탈레반은 히잡을 쓰면 여성도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다고 약속했지만 1년여 만에 약속을 깨고, 여학생의 등교를 금지했다. 수헤라트=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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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집권세력 탈레반이 여성 대상 라디오 방송국마저 폐쇄시켰다. 2021년 8월 미군이 철수하자마자 다시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은 연일 여성 억압 강도를 높이고 있다.

1일(현지시간) 아프간 톨로뉴스에 따르면 아프간 북동부 바다크샨주(州)의 '여성의 목소리' 라디오 방송국이 지난달 말 문을 닫았다. 여성 청취자를 겨냥한 이 방송국은 약 10년 전 설립됐으며 직원 대부분도 여성이다.

모에주딘 아흐마디 바다크샨주 공보·문화국장은 "이 방송국이 라마단 시기에 음악을 틀었다"며 "추후 고지가 있을 때까지 방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보·문화국의 또다른 관리는 "규정 위반과 관련해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방송국 측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그래서 결국 폐쇄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 방송국의 나지아 소로시 대표는 "직원이 실수로 라마단 때 음악을 틀었다"고 설명했다. 이슬람 금식 성월인 라마단은 지난달 하순부터 시작됐으며 무슬림들은 30일간 세속적인 욕망을 절제하고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데 집중한다. 이 기간 일출부터 일몰까지 식사는 물론 물이나 음료수도 마셔서는 안 되고 흡연도 금지된다. 거짓말, 험담 같은 불경스러운 언사도 피해야 한다.

그럼에도 탈레반 당국이 음악 방송을 이유로 방송국을 잠정 폐쇄한 것은 과한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언론인 모히브 사이디는 미디어 업계에서는 실수가 발생하곤 한다며 "고의가 아니었기에 당국은 해당 방송국의 활동 재개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프간에서는 2021년 8월 탈레반의 재집권 이후 여성 인권이 심각하게 유린되고 있다. 여성들은 현재 공원이나 놀이공원, 체육관, 공중목욕탕 출입도 금지된 상태다. 이들에게는 얼굴까지 모두 가리는 의상 착용이 의무화됐고, 남자 친척 없이 홀로 여행도 할 수 없다. 특히 중·고등학교 여학생에 대한 교육이 허가되지 않은 가운데 지난해 12월에는 이슬람 복장 규정 위반을 이유로 여성의 대학 입학까지 금지됐다. 이어 탈레반은 여성의 비정부기구(NGO) 활동까지 제한한 상태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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