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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납치→감금→살해→매장… ‘강남코인’ 살인 6시간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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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미행, 도구까지 준비… 수십억 가상화폐 노린 ‘계획살인’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파트단지 근처에서 발생한 여성 납치·살인 사건은 피해자의 재산을 노렸던 범죄로 밝혀졌다. 피의자들은 대포폰과 현금만 사용하고, 경찰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도보로 이동하는 등 치밀하게 살인을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일 “피의자 3명 중 1명으로부터 금전을 노린 범행이라는 진술을 확보하고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범행 2~3개월 전 부터 40대 피해자 A씨를 미행하고 범행도구를 준비해왔다. 범행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4시쯤부터 피의자 B씨와 C씨는 피해자 사무실 근처에서 대기하다가, 오후 7시쯤 퇴근하는 피해자를 집까지 미행해 따라갔다. 이후 피해자 집 근처에서 기다리다가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 조사에서 피의자 B씨는 “피해자 코인을 빼앗을 목적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피의자 진술에 따르면, D씨는 자신이 지목한 피해 여성의 납치와 살해를 C씨에게 의뢰했고, C는 B가 가진 채무를 탕감해주겠다는 취지로 말하며 B씨를 범행에 가담시켰다고 한다. B씨는 본인이 “3600만원 정도의 채무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해자가 가진 정확한 코인 금액 등은 수사 중”이라고 했다.

오후 11시 46분 쯤 A씨를 납치한 이들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출발해 서울 톨게이트를 거쳐, 경기 용인시를 거쳐 대전시 대덕구로 이동한 후 범행에 사용한 차량을 버리고 렌터카로 갈아탔다. 이후 이들은 청주 상당구 근처로 이동했고, 이후 각각 택시를 타고 경기 성남시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포폰과 현금만 사용했고, 옷을 구입해 갈아입었으며, 도보로 이동하거나 택시를 수 차례 갈아타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은 이들이 A씨를 대전 대청댐 근처에 암매장한 시점은 납치 이후 약 6시간만인 30일 오전 6시쯤으로 보고있다. 또 피의자들이 범행에 이용한 차량에서 혈흔과 고무망치, 케이블타이, 청테이프, 주사기 등이 발견됐으며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삽 등을 버리는 모습이 CCTV에 촬영됐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경찰 조사에 따르면 피의자 B(30)씨는 무직이었고 C(36)씨는 주류회사 직원, D(35)씨는 법률사무소에서 근무 중이었다. C씨와 D씨는 대학 동창이며 B씨와 C씨는 배달대행을 하면서 알게된 사이다. B씨와 C씨가 직접 납치 살해 후 암매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D씨는 피해자를 범행대상으로 지목 후 범행 도구 등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29일 오후 11시 46분쯤 강남구 역삼동 한 아파트 앞에서 40대 여성 A씨가 남성 2명에게 납치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목격자와 CCTV 등에 따르면 A씨가 아파트에서 나오자 한 남성이 A씨 위로 올라타 그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았고, 이후 또 다른 남성이 등장해 “살려달라” 소리치던 A씨의 머리카락을 잡은 채 쪽문을 향해 20~30m를 끌고갔다는 것이다. A씨를 끌고간 이들은 길가에 세워져 있는 회색 승용차에 A씨를 강제로 태웠다.

경찰은 이들에게서 납치 이후 A씨를 1시간 40분 동안 감금한 뒤 살해했고, 대전 대청댐 인근 땅에 시신을 파묻는 방식으로 유기했다는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술에 따라 시신을 수색하던 경찰은 대청댐 근처 야산에서 실제 시신 한 구를 발견하고 그가 A씨라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고속도로 CCTV 등을 토대로 이들의 행적을 추적하다 31일 오전 10시 45분쯤 경기 성남 수인분당선 모란역 내 물품 보관함 근처에서 피의자 한 명을 붙잡았다. 그리고 오후 1시 15분쯤에는 또 다른 1명을 성남시에서 추가로 붙잡았다. 이들을 수사한 끝에 공범이 한 명 더 있다는 진술을 받아 마지막 피의자를 이날 오후 5시 40분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검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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