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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비데에 숨기고 만년필 위장…‘몰카 공화국’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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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장치 나날이 진화, 관련 범죄도 기승

세계일보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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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장치가 나날이 진화하면서 관련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크기 면에선 초소형카메라를 이용한 범행이 적잖이 발생하고 있고, 일상생활 용품과 구분이 어려운 위장 카메라까지 이용되고 있는 모양새다.

1일 뉴시스와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카메라 등 이용 촬영 성범죄는 6212건 발생했다. 하루 17건꼴이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건강검진센터에서는 여자 화장실 비데에서 불법 카메라가 발견됐는데, 특정 회사 제품이 카메라 설치가 용이한 점을 노린 범행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 피의자 40대 남성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구속송치돼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는 드라이버로 화장실 비데를 해체하고 카메라를 숨긴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규모는 수백명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해 9월엔 모 대학병원에서 탈의실을 이용하려던 간호사가 만년필처럼 생긴 물건을 발견하고 카메라임을 확인해 경찰에 신고한 일도 있었다.

탈의실에 위장형 카메라를 설치해 옷을 갈아입는 동료 간호사들을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간호사는 지난해 말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실제 온·오프라인 상에서는 초소형 카메라를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상당수는 통상적인 카메라 형태를 띠고 있기 보다는 시계, 볼펜, 차키, 안경, 라이터, USB, 보조배터리 등 생활용품에 가까운 모습이다. 크기가 손톱 보다도 작아 육안으로 구분이 어렵고, 2~3만원대부터 수십만원에 이르는 고가 제품까지 가격대도 다양하다.

별도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누구나 구매할 수 있어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에 초소형 카메라 유통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초소형 카메라는 대부분 용도를 갖고 사용되므로 총포·화약류 관리하듯 판매자로 하여금 구매자 인적사항, 용도, 목적 정도는 기재하도록 의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 교수는 "구매 자체가 까다로워지니까 심리적 억제 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나중에 일이 생겼을 때 추적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유통망을 확인하고, 초소형 카메라가 필요한지 여부를 확인해서 필요한 사람에게만 팔겠다는 생각은 굉장히 좋은 생각"이라며 "다만,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수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는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9월 '위장형 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위장형 카메라의 제조·수입·수출·판매 및 소지에 대한 등록제를 도입하고 이력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도록 했다.

앞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1년 3월 발의한 '변형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상정됐으나 현재 계류 중이다.

카메라 유통 규제보다는 불법촬영 범죄자들에 대한 교화가 우선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범죄에 악용된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며 "그런 맥락이라면 범행에 사용될 수 있는 주방용품의 유통도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훔쳐보는 근본 원인, 즉 왜곡된 성 의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재범 비율이 높은 만큼 교도소에서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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