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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달리는 고속열차에서 '열공'하는 英 찰스 3세 모습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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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베를린→함부르크 ICE 타고 이동

기차에서 행사 일정표 등 숙지한 듯

영국 국왕 찰스 3세가 달리는 열차 객실에서 자료를 열심히 탐독하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 별세 후 ‘군주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소탈하고 서민적인 국왕의 모습을 선보이려는 고민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31일(현지시간) 독일 국빈방문 마지막 날을 맞아 찰스 3세와 부인 커밀라 왕비는 수도 베를린에서 경제 중심지 함부르크로 이동했다. 전용기를 탈 수도 있었겠지만, 찰스 3세 부부는 독일이 자랑하는 고속열차(ICE·이체에)에 몸을 실었다. ICE를 타고 베를린에서 함부르크까지 가면 약 2시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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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국왕 찰스 3세가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함부르크까지 고속열차로 이동하며 객실에서 자료를 열심히 읽는 모습. 영국 왕실 공식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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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세자 시절 열렬한 환경운동가였고 지금도 기후변화 대응에 관심이 많은 찰스 3세로선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동참하는 차원에서 대중교통, 곧 ICE를 택했을 수 있다. 영국 BBC 방송도 “국왕 부부가 기차로 여행했다”고 보도하며 이 점을 부각했다.

영국 왕실이 촬영해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짧은 동영상을 보면 찰스 3세는 열차 안에서 서류를 열심히 읽고 있다. 앞으로 방문할 함부르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소개, 함부르크에서 소화해야 할 일정, 각종 행사에서 전달할 메시지 등을 담은 자료집으로 추정된다.

이날 함부르크에서 찰스 3세 부부는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부부와 성 니콜라이 기념관을 둘러보고 헌화했다. 원래 교회였던 이 건물은 제2차 세계대전 도중인 1943년 7월 함부르크를 겨냥한 영국과 미국 공군의 대대적 공습 당시 무너져 지금은 잔해만 남아 있다. 영·미 공군기들의 가차없는 폭격으로 약 4만명이 숨졌고 대부분은 민간인이었다. 인명피해는 물론 도시 시설의 파괴 정도가 워낙 심해 훗날 영국에선 함부르크를 ‘독일의 히로시마’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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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를 방문한 영국 국왕 찰스 3세가 비를 피하기 위해 직접 우산을 든 채 환영 나온 소녀에게서 꽃을 건네받고 있다. 함부르크=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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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는 기념사를 통해 “국가와 국가를 가르는 증오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20세기 두 차례 세계대전 때 모두 적으로 싸운 영국과 독일이 이제 과거를 잊고 진정한 동반자로 거듭나야 한다는 화해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영국 국가원수로서는 처음 독일 연방하원에서 행한 연설 내용과 같은 맥락이다. 찰스 3세는 의회 연설의 절반가량을 독일어로 소화하는 등 유창한 독일어 실력을 과시했는데, 함부르크행 열차 안에서 한 것처럼 사전에 철저히 공부하고 또 준비한 결과로 풀이된다.

찰스 3세는 환영을 하러 나온 독일 시민들과 격의 없이 인사를 나누고 손도 붙잡는 등 소탈하고 서민적인 태도를 보였다. 찰스 3세가 지난해 즉위 후 외국을 국빈방문한 것은 이번 독일이 처음인데, 국가원수로서 외교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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