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처벌 감수하고 귀국…5·18 사죄 약속 지켜
전두환 일가 추가 사죄·추징금 검찰 수사 향배 주목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천정인 기자 =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 일가 비리를 폭로한 손자 전우원(27) 씨가 31일 5·18 유가족과 피해자에게 사과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그의 사과가 전두환 일가의 추가 사과를 끌어내거나 미납 추징금을 환수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 5·18 사죄까지 험난했던 여정
전씨는 뉴욕에 체류하던 이달 13일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가족들의 비자금 의혹, 자신과 주변인들의 마약 투약 사실 등을 폭로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이 과정에서 "할아버지는 학살자라고 생각한다. 나라를 지킨 영웅이 아니라 범죄자일 뿐이다"고 밝히며 12·12 군사반란과 5·18 유혈 진압 등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때부터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사죄 의사를 밝힌 전씨는 지난 26일 SNS에 귀국 항공편 예매 내용을 올리며 광주 방문을 예고했다.
특히 5·18 기념재단 측에 SNS 메시지를 보내 "사죄하고 싶다.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재단 측은 "사죄하러 온다면 돕겠다"고 답했다.
전씨는 15시간 넘는 비행 끝에 인천공항에 도착했지만,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면서 광주 방문 대신 철창신세를 져야 했다.
전씨는 경찰 조사를 마치고 38시간 만에 석방됐다.
강행군에 극심한 피로를 호소한 그는 광주 한 호텔에서 하루 동안 마음을 가다듬으며 5·18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준비했고, 31일 공식적인 만남이 성사됐다.
◇ 무릎 꿇은 사죄에 '전환점' 기대
전 씨는 31일 광주 서구 5·18 기념문화센터에서 5·18 단체 회원을 만나 전두환 일가 중 처음으로 여러 차례 고개를 숙이고 사죄했다.
그는 "전우원 씨의 광주 방문이 5·18 진상규명과 국민화합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의 바람"이라며 "다른 (전두환 씨) 가족들도 이제는 용기를 내야 할 때"라고 양심고백을 촉구했다.
5·18 기념재단 조진태 상임이사도 "할아버지가 생전에 저지른 만행에 대해 손자가 직접 사죄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웠다"며 "역사는 결국 시간이 흐르며 정당한 평가가 내려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상 규명 이후에는 사죄와 용서, 화해와 상생으로 가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우원 씨 사죄가 하나의 계기,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전두환 일가 추가 사과 난망…미납추징금 환수 과제
전 씨의 폭로와 사과가 다른 후손 등 일가들의 양심고백과 반성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염원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전 씨가 개인적으로 밝힌 바에 따르면 일가와 고립돼 독자적인 행동을 한 만큼 자신의 단발적인 사죄로서 그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추가 환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추징금 2천205억원 중 867억원의 미납금에 대한 환수 입법에 대한 여론이 환기될 수는 있다.
형사소송법상 미납 추징금 집행은 당사자가 사망하면 절차가 중단되는 탓에 대법원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별채 압류 처분 행정소송에서 "추징을 집행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런 상황에서 미납금을 추징할 유일한 방법은 '추가 입법'이지만 국회의 벽을 넘기는 쉽지 않다.
2020년 6월 더불어민주당 유기홍 의원은 전두환 사망 후라도 미납 추징금을 환수할 수 있는 '전두환 재산추징 3법'을 대표로 발의했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여론이 환기돼 법이 통과되더라도 소급 입법이 가능하냐는 논란은 불가피하다.
또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지난 20일 서울중앙지검에 전두환씨의 아내 이순자씨와 아들 재국·재용·재만 씨, 딸 효선 씨, 손자·손녀 등과 함께 성명불상 70여명을 고발한 것도 실제 수사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해당 시민단체는 전씨 일가가 막대한 불법 자금을 세탁해 은닉한 뒤 이를 원천으로 각종 사업을 벌이고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했다는 손자의 폭로를 수사해 달라고 했는데, 검찰은 사건을 배당해 검토에 나섰다.
해당 수사도 결국 전우원 씨 폭로보다 한 발 더 나은 증거를 제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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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사과가 전두환 일가의 추가 사과를 끌어내거나 미납 추징금을 환수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마수대 향하는 전우원 |
◇ 5·18 사죄까지 험난했던 여정
전씨는 뉴욕에 체류하던 이달 13일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가족들의 비자금 의혹, 자신과 주변인들의 마약 투약 사실 등을 폭로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이 과정에서 "할아버지는 학살자라고 생각한다. 나라를 지킨 영웅이 아니라 범죄자일 뿐이다"고 밝히며 12·12 군사반란과 5·18 유혈 진압 등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때부터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사죄 의사를 밝힌 전씨는 지난 26일 SNS에 귀국 항공편 예매 내용을 올리며 광주 방문을 예고했다.
그는 "도착한 이후 바로 광주로 가겠다"며 "5·18 기념문화센터에 들러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과 이 사건으로 정신적 피해를 본 모든 분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5·18 기념재단 측에 SNS 메시지를 보내 "사죄하고 싶다.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재단 측은 "사죄하러 온다면 돕겠다"고 답했다.
전씨는 15시간 넘는 비행 끝에 인천공항에 도착했지만,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면서 광주 방문 대신 철창신세를 져야 했다.
전씨는 경찰 조사를 마치고 38시간 만에 석방됐다.
그는 동행 취재하기로 한 SBS 제작진의 차를 타고 곧바로 광주로 향했다.
강행군에 극심한 피로를 호소한 그는 광주 한 호텔에서 하루 동안 마음을 가다듬으며 5·18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준비했고, 31일 공식적인 만남이 성사됐다.
고 문재학 열사 묘역 참배하는 전우원 씨 |
◇ 무릎 꿇은 사죄에 '전환점' 기대
전 씨는 31일 광주 서구 5·18 기념문화센터에서 5·18 단체 회원을 만나 전두환 일가 중 처음으로 여러 차례 고개를 숙이고 사죄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정성국 5·18 공로자회장은 전 씨에게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광주를 방문한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며 격려했다.
그는 "전우원 씨의 광주 방문이 5·18 진상규명과 국민화합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의 바람"이라며 "다른 (전두환 씨) 가족들도 이제는 용기를 내야 할 때"라고 양심고백을 촉구했다.
5·18 기념재단 조진태 상임이사도 "할아버지가 생전에 저지른 만행에 대해 손자가 직접 사죄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웠다"며 "역사는 결국 시간이 흐르며 정당한 평가가 내려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상 규명 이후에는 사죄와 용서, 화해와 상생으로 가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우원 씨 사죄가 하나의 계기,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명자 전 오월어머니집 관장 역시 "오늘 사죄에 그치지 않고 5·18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다른 양심고백이 나올 수 있도록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5·18 헬기사격 부정한 전두환, 다시 법정에(PG) |
◇ 전두환 일가 추가 사과 난망…미납추징금 환수 과제
전 씨의 폭로와 사과가 다른 후손 등 일가들의 양심고백과 반성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염원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전 씨가 개인적으로 밝힌 바에 따르면 일가와 고립돼 독자적인 행동을 한 만큼 자신의 단발적인 사죄로서 그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추가 환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추징금 2천205억원 중 867억원의 미납금에 대한 환수 입법에 대한 여론이 환기될 수는 있다.
형사소송법상 미납 추징금 집행은 당사자가 사망하면 절차가 중단되는 탓에 대법원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별채 압류 처분 행정소송에서 "추징을 집행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런 상황에서 미납금을 추징할 유일한 방법은 '추가 입법'이지만 국회의 벽을 넘기는 쉽지 않다.
2020년 6월 더불어민주당 유기홍 의원은 전두환 사망 후라도 미납 추징금을 환수할 수 있는 '전두환 재산추징 3법'을 대표로 발의했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여론이 환기돼 법이 통과되더라도 소급 입법이 가능하냐는 논란은 불가피하다.
또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지난 20일 서울중앙지검에 전두환씨의 아내 이순자씨와 아들 재국·재용·재만 씨, 딸 효선 씨, 손자·손녀 등과 함께 성명불상 70여명을 고발한 것도 실제 수사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해당 시민단체는 전씨 일가가 막대한 불법 자금을 세탁해 은닉한 뒤 이를 원천으로 각종 사업을 벌이고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했다는 손자의 폭로를 수사해 달라고 했는데, 검찰은 사건을 배당해 검토에 나섰다.
해당 수사도 결국 전우원 씨 폭로보다 한 발 더 나은 증거를 제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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