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는 이날 5·18 단체장들과 함께 광주 북구의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전 전 대통령 일가 구성원이 5‧18 묘역을 참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31일 오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별관을 찾아 5·18 유가족인 오월어머니회 회원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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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는 방명록에 “저라는 어둠을 빛으로 밝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아버지는 여기에 묻혀계신 모든 분들이십니다”라고 적었다.
이는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가 과거 “남편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아버지”라고 두둔했던 발언과 대비된다. 이씨는 2019년 인터넷 매체 ‘뉴스타운’과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 아버지가 누구인가. 나는 우리 남편이라고 생각한다”며 “(전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단임제를 이뤄서 지금 대통령은 5년 이상 더 있으려고 생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이 1987년 직선제와 민주화를 요구하는 6월 항쟁이 거세지자 대통령 직선제와 단임제를 골자로 하는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의 6·29 선언을 수용한 것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해당 발언이 보도된 후 5‧18 유족들은 전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여는 등 항의했다. 2021년 이씨가 전 전 대통령 발인식에서 사죄의 뜻을 전했을 때도 유족들은 “자신의 남편을 ‘민주주의 아버지’라고 칭송한 이씨가 과연 사죄할 자격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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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유족들은 이날 전씨의 사죄에 눈물을 흘리며 “용기 내줘서 고맙다. 두려운 마음으로 왔을 텐데 이 결정을 하기까지 고통이 컸을까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시민군 고(故)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여사는 아들의 묘역 앞으로 전씨를 안내하며 “재학아, 전두환 손자가 와서 사과한단다”라고 울먹였다.
누리꾼들 역시 전씨의 진심 어린 사과와 유족들의 위로가 감동적이라는 반응이다. 한 누리꾼은 “사과할 용기와 용서할 용기가 각자 대단하다”며 “역사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고 썼다. 광주에 살고 있다는 다른 이는 “말 한마디가 사람을 죽이기도, 위로하기도 한다”며 “쉽지 않은 행보 자체에 큰 울림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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