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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삼림파괴 주식회사④]목재펠릿 공장 분진 심각, 실내까지 침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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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림파괴는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이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ICIJ 주관으로 전 세계 39개 언론사, 140여 명의 언론인들과 함께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는 삼림파괴 문제를 취재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수개월간 진행한 국제협업 프로젝트 ‘삼림파괴 주식회사’(Deforestation Inc.)의 결과물을 세계 각국 언론사와 함께 차례로 보도한다. -편집자 주

[삼림파괴 주식회사①]멀쩡한 나무로 목재 펠릿...친환경의 비밀

[삼림파괴 주식회사②] 바이오 연료 만든다며 동남아 환경 파괴..공급망 추적

[삼림파괴 주식회사③]한국정부, 해외서 환경파괴 대기업에 특혜 금융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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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호 씨가 뉴스타파 취재진과 인터뷰 하고 있다.
오재호 씨는 지난해 11월 공기 좋은 곳을 찾아 전라북도 남원의 한 마을로 이사했다.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어린 자녀 둘과 아내와 함께였다. 새 집을 짓고 설레는 마음으로 입주했다.

새집 인근에 목재펠릿을 만드는 공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공장에서 수시로 톱밥 분진이 나와 집 안까지 들어온다는 것은 이사 후에야 알았다. 베란다에는 청소를 안 하면 톱밥 분진이 쉴 새 없이 쌓여 손으로 퍼담을 수 있는 정도였다. 물청소를 해도 톱밥 분진 흔적이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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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씨 집 화장실 세면대에서 묻어 나온 톱밥 분진.
화장실 창문을 통해서도 분진이 날아들었다. 어느 날 화장실 세면대를 보니 톱밥 분진이 보였다. 휴지로 닦아보니 더 선명하게 보였다.

집이 지저분해지는 것은 둘째 문제였다. 오 씨의 어린 자녀들이 아프기 시작했다. 오씨는 아이들이 감기를 달고 살고, 심지어는 눈병까지 걸렸다고 말했다. 병원에 가니 각막에 상처가 났다고 했다. 오 씨의 아내도 기침과 가래 증상이 끊이지 않았다.

목재펠릿 분진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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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남원. 에코에너지원 공장
목재펠릿 톱밥 분진을 내뿜은 공장은 주식회사 에코에너지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오 씨 가족 외에도 공장 인근 마을 주민과 같은 산업단지에 입주한 이웃 업체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목재펠릿은 나무를 파쇄, 건조, 성형해 만드는 신재생에너지 연료다.

에코에너지원은 목재펠릿 제조 및 바이오매스 무역·유통 회사다. 이 공장은 2021년 말부터 공장을 가동했다.

목재펠릿은 제조 공정상 나무를 선별한 뒤 파쇄하는 작업이 가장 먼저 이뤄진다. 이 공장은 목재 파쇄 작업에 ‘이동식 야외 파쇄기’를 사용했다. 공장 내부가 아닌 공장 마당에서 이동식 파쇄기를 이용해 나뭇가지 등을 분쇄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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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 파쇄기를 통해 나무가 뿌옇게 분쇄돼 나오고 있다. (촬영 3월 22일)
뉴스타파가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을 보면 이 파쇄기를 통해 나무가 분쇄돼 나오면서 뿌옇게 분진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기 중에 그대로 분진이 배출되다 보니 바람이 불면 분진이 공장 바깥으로 날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웃 업체의 피해
공장에서 나오는 분진은 사방으로 날아갔다. 오 씨 집만 덮친 게 아니었다. 같은 산업단지에 입주해있는 다른 업체 사업장에도 여기저기 톱밥 분진이 쌓였다.

식품 업체를 운영하는 정풍식 씨는 “처음에는 (분진에 대해) 잘 몰랐다. 그런데 직원들이 아침마다 물청소를 하길래 ‘뭐하냐’ 물으니 ‘저쪽(에코에너지원)에서 톱밥이 이렇게 날려서 아침마다 청소를 안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때부터 문제를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 씨가 운영하는 사업장 지붕에는 태양광 설비도 설치돼있다. 그런데 어느 날 지인이 “태양광 설비를 좀 닦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 말을 듣고 사다리를 타고 지붕으로 올라가 태양광 설비를 보니 먼지가 뿌옇게 앉아있었다. 자세히 보니 이 역시 톱밥 분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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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 사업장 지붕 위 태양광 설비에 쌓인 톱밥 분진.
분진은 정 씨의 호흡기 건강에도 영향을 미쳤다. 정 씨는 “한 달째 코가 헐어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웃 업체 관계자들은 톱밥 분진이 이동식 야외 파쇄기 때문 만이 아니라 공장의 굴뚝에서도 배출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에코에너지원 공장과 길 하나를 두고 붙어있는 곳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는 박종열 씨는 “배기 시설을 통해서 뿜어내는 분진이 호흡기 쪽으로 들어가는 것이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잘 모르고 환기를 많이 시켰는데 톱밥 분진이 심하게 날리는 것을 안 뒤로는 창문을 한 번도 못 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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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에너지원 공장 지붕에도 톱밥 분진이 보인다.
취재진이 드론을 통해 에코에너지원 공장 지붕을 촬영한 사진을 보면, 공장 지붕 배출구 주위로 톱밥 분진 흔적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허술한 법망
주민들과 인근 업체 대표들은 남원시청에 피해를 호소했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남원시청은 에코에너지원 공장의 분진 배출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법 조항을 찾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분진은 대기 오염 물질이다. 대기환경보전법은 입자상 물질, 먼지 등도 대기오염물질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적 정의에 따르면 입자상 물질은 “물질이 파쇄·선별·퇴적·이적될 때, 그 밖에 기계적으로 처리되거나 연소·합성·분해될 때 발생하는 고체상 또는 액체상의 미세한 물질”이다. 먼지는 “대기 중에 떠다니거나 흩날려 내려오는 입자상 물질”을 의미한다.

따라서 원론적으로는 대기환경보전법이 규정하고 있는 대기오염물질과 에코에너지원이 배출하는 분진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그런데 법조문을 자세히 따져보면 막상 적용할 수 있는 법 조항이 마땅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기환경보전법은 굴뚝 같은 배출구가 아닌, 대기 중에 직접 분진이 배출되는 경우를 ‘비산 먼지’라고 규정하고 이를 별도 조항으로 관리한다. 비산먼지 관련 조항인 대기환경보전법 제43조에 따라 ‘배출구 없이 대기 중에 대기오염물질을 직접 배출하는 공정 및 설비 등의 시설을 설치 운영하려는 자’는 환경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에코에너지원의 목재펠릿 공장은 비산먼지 관련 사업장이라고 신고를 하지 않았다.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기환경보전법은 별도의 시행규칙을 통해 ‘비산배출 신고 업종’을 정하고 있었다. 신고 대상 업종으로는 시멘트 제조업, 석회 제조업, 콘크리트 제품 제조업, 금속 주조업 등이 있었지만 ‘목재펠릿 제조업’은 없었다. 이렇게 에코에너지원 공장은 비산배출 관련 법 조항 적용에서 제외됐다.

굴뚝으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을 관리하는 조항도 대기환경보전법에 있다. 주민과 인근 업체 대표들의 말처럼 공장 배출구로도 톱밥 분진이 나온다면 법에서 정하고 있는 '배출 허용 기준'을 초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에코에너지원 공장의 굴뚝에서 나오는 대기오염 물질은 허용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다.

에코에너지원 공장은 대기오염 물질 배출 여부를 ‘자가 측정’ 했다. 대기환경보전법은 특정 업종에 대해서는 배출구에 대기 오염 물질을 자동으로 측정할 수 있는, 이른바 ‘자동 측정 기기’를 부착하도록 의무화 하고 있다. 석유제품 제조시설, 기초유기화합물 제조시설 등이다. 이렇게 자동 측정 기기가 부착되면 굴뚝에서 나오는 대기오염 물질 배출 정보가 상시 기록된다.

그런데 목재펠릿 제조업은 ‘자동 측정 기기’ 의무 부착 대상이 아니다. 이런 경우 대기환경보전법은 사업자가 대기오염 물질 배출 정도를 ‘자가측정’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업주가 직접 측정하거나 측정대행업자에게 측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자가 측정은 오염 정보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자동 측정’ 방식과는 달리 배출구에 따라 많으면 주에 1회, 적으면 6개월에 1회 측정한다. 에코에너지원은 배출구 별로 많으면 2주에 1회, 혹은 6개월에 1회 측정하게 되어있다.

취재진은 남원시청 환경과 관계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기자 : 예를 들어 어떤 공장이 월요일, 화요일에 분진을 많이 내뿜었어요. 그런데 대기오염 물질 측정을 수요일에 해요. 그런데 수요일엔 아무 것도 안 했어요. 그러면 깨끗하게 나올 수도 있는 거죠?
남원시청 환경과 관계자 : 그렇죠. 저희들도 야간에 엄청 많이 (공장에) 나가요. 그런데 묘하게 또 우리가 나갈 때는 (분진이) 안 나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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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의 민원이 계속 접수되자 지난해 남원시청에서는 전라북도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에코에너지원 공장 배출구를 측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때 측정한 굴뚝은 에코에너지원의 16개 굴뚝 가운데 4개에 그쳤고, 결과는 모두 배출허용 기준 ‘이하’로 나왔다.

에코에너지원은 취재진에게 보낸 해명자료에 배출 허용 기준 ‘적합’으로 측정된 대기 측정 기록부도 다수 첨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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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청이 측정한 에코에너지원의 배출구별 대기 오염물질 배출 여부. 4개 배출구가 모두 배출허용기준 이하(적합)으로 나와있다.
목재 제품 관련 법안인 '목재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목재이용법)은 목재 제품의 품질만 관리한다. 목재펠릿의 경우 목재를 재활용한다는 점에서 폐기물관리법을 적용하려고 해도 이 또한 여의치 않다.

공장 설립으로 인한 환경 영향, (대기오염 물질이) 배출되는 것 관련 조항은 저희 법에는 없어요.
- 산림청 관계자


산불 피해를 입은 목재나 간벌 목재는 원래 2차 부산물이라 폐기물관리법 적용을 받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뭐냐면 바이오매스 관련 법에 의해 목재가 원재료로 구분이 돼 버려요. 폐기물관리법이 굉장히 엄하거든요. 그런데 폐기물관리법 적용 대상이 아닌 거예요.
- 남원시청 환경과 관계자


에코에너지원 “분진, 법적 기준치 이내로 배출”
앞서 뉴스타파는 <삼림파괴 주식회사> 연속 보도에서 목재펠릿 이용을 활성화하겠다는 산림청의 계획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지적한 바 있다. 산에서 버려지는 나뭇가지 등 부산물을 사용하는 친환경 에너지라는 말과 다르게 목재펠릿 제조에는 멀쩡한 원목이 다수 사용되는데 이를 제지할 법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목재펠릿 제조 공장에서 나오는 분진 문제도 마찬가지다. 공장에서 이렇게 심한 분진이 흩날려도 주민들의 피해를 신속히 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것이다.

남원시청은 주민들의 피해 신고가 잇따르자 지난 2월 에코에너지원에 환경 개선 조치 요청 공문을 보냈다. 에코에너지원은 “2월 10일 이후 이동식 파쇄기는 중지 상태”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동식 파쇄기는 뉴스타파가 현장을 찾은 지난 3월 중순(3월 22일)에도 가동되고 있었다.

에코에너지원은 분진 배출 관련 뉴스타파의 질의에 “분진은 대기 방지 시설을 통해 법적 기준치 이내로 배출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이동식 파쇄기에 대해서는 “3월 26일부로 중단했다”고 해명했다.

에코에너지원은 “당사는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가지목)를 원료로 사용해 목재칩과 목재펠릿을 생산하는 사업장”이라며 “당사에는 배출구별 한 개씩 16개의 집진 설비와 이동식 집진 설비 3개를 포함해 총 19개의 집진 설비가 설치되어 있다”는 입장도 보내왔다.

인근 주민과 업체의 피해는 해결될 수 있을까. 에코에너지원 측은 “4월에 여과집진설비 2대를 설치할 예정이며, 추후 돔 형태의 창고를 신축해 분진 배출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남원시청 측은 “민간측정기관에 의뢰해 이 공장에서 나오는 톱밥 분진을 정확히 측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촬영 이상찬 오준식
편집 박서영
CG 정동우
디자인 이도현
웹출판 허현재

뉴스타파 강혜인 ccbb@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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