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토트넘이 터무니 없는 행태 취하고 있다는 말이 딱 맞다.
10년간 경기력은 물론이고 마케팅 등 상업적 가치를 어마어마하게 증대한 손흥민이 계약 문제로 끙끙 앓고 있다. 토트넘에서 계속 뛰고 싶은 마음이 1순위지만 구단이 협상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 거액 제의를 뿌리치며 토트넘에 헌신했지만 돌아오는 소식은 반갑지 않다. 토트넘이 손흥민의 현재 계약을 1년 연장, 2026년에 방출하거나 내년 여름 이적료 받고 팔아치울 것이라는 소식만 계속 나오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해 여름 사우디아라비아 구단의 4년 총액 2400억원 제안을 뿌리친 적이 있었다. 큰 돈을 공중에 날려버린 셈이 됐다.
토트넘은 손흥민에 냉정하다. 영국 매체 '기브 미 스포츠'는 지난 23일(한국시간) "토트넘은 손흥민의 계약을 2026년까지 연장하는 옵션에 대해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손흥민은 지난 2021년 여름 토트넘과 2025년 6월까지 유효한 새 계약을 맺었다. 토트넘과 체결한 3번째 계약이었다. 이 문서에 계약기간을 2026년 6월까지 1년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계약기간 1년 남은 시간부터 구단과 선수가 재계약에 돌입한다. 이 쯤이면 결론이 날 법도 한데 아무 소식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매체는 손흥민이 원하는 다년 계약이 아니라 토트넘의 시간끌기라고 볼 수 있는 1년 연장 옵션 행사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기브미 스포츠'는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의 발언을 빌어 이 같은 보도를 내놨다. 로마노는 "토트넘이 연장 옵션을 행사해 손흥민을 2026년 6월까지 클럽에 남겨둘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이는 10월 이후 클럽 내부 분위기"라고 했다. 로마노의 말에 따르면 이미 1년 연장이 내부적으론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것 아닌가란 생각을 들게 한다.
물론 다른 의견도 있다. 구단이 1년 연장 옵션을 일방적으로 행사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손흥민 동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적지 않게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유력지 '더 타임스'는 손흥민의 기량이 예전 같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팔아야 할 시기라고 역설했다.
토트넘이 손흥민을 다른 팀에 내주더라도 이적료를 받고 보낼 것이라고 판단했다.
더 타임스는 "지난 4시즌 동안 손흥민의 경기당 득점은 0.69에서 0.31, 0.52, 0.46으로 감소했다"라며 "슈팅 전환율도 27%에서 12%, 20%, 17%로 떨어지고 있다"고 밝힌 타임스는 "통계 외에도 손흥민의 경기력에서 이러한 변화가 돋보인다. 이번 시즌 손흥민은 덜 선명하고, 덜 관여했으며, 이전보다 다리가 조금 미친듯이 자주 휘청거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더 타임스 주장이 무조건 맞다고 할 순 없다. 손흥민이 이번 시즌 두 차례나 허벅지 부상으로 재활센터를 들락날락하는 와중에도 프리미어리그 5골 6도움, 리그컵과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까지 합치면 7골 7도움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측면 공격수치고 패스 능력이 계속 향상되는 상황이다. 축구통계매체 '데이터MB'에 따르면 손흥민의 이번 시즌 키패스(페널티지역 침투 패스)는 유럽 5대리그 전체 선수들 중 3위다. 매체는 손흥민이 부상으로 쉰 경기가 있기 때문에 90분 단위로 환산하면 5대 빅리그 키패스 1위라고 주장했다.
이런 능력을 빅클럽이 모를 수가 없다.
손흥민은 최근 여러 빅클럽 러브콜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시즌에도 부상으로 악전고투하는 와중에 프리미어리그 5골 6도움을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공격포인트를 쌓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키패스 능력이 발전해 플레이메이커 자질까지 선보이는 중이다.
손흥민은 가장 최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적설에 휩싸였다. 라리가 선두를 달리는 팀이다.
영국 더하드태클은 21일 "손흥민은 지금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으로 올라섰다"며 "토트넘과 손흥민의 협상이 교착 상태다. 이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손흥민이 결심한다면 라리가에서 활약할 기회를 줄 수 있다"고 했다.
바르셀로나 이적설도 계속 불거졌다.
스페인 엘 나시오날은 21일 "한지 플리크 바르셀나 감독이 두 명의 선수에 대한 자유계약 영입을 요청했다"며 "한 명은 키미히, 다른 한 명은 놀랍게도 손흥민"이라고 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외에 독일 최강 바이에른 뮌헨, 스페인 거함 레알 마드리드, 프랑스 최강 PSG, 튀르키예 1강 갈라타사라이 이적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손흥민을 3-4-2-1 포메이션에서 '2'에 해당하는 더블 플레이메이커로 활용하겠다는 계획까지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윙어 아닌 플레이메이커로 쓰겠다는 의미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다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뮌헨 모두 지금은 손흥민의 무료 이적 영입을 계획하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손흥민 나이가 내년에 33살이기 때문에 다른 구단들이 거액의 이적료를 지불할 이유는 없다.
거꾸로 말하면 토트넘이 '악마의 협상가'로 불리는 다니엘 레비 CEO 경영 스타일대로 옵션 활성화 뒤 거액의 이적료를 부르면 손흥민은 이동할 가능성이 사라진다.
토트넘은 2015년 레버쿠젠에 400억원을 주고 손흥민을 데려와 경기력 측면은 물론 아시아 마케팅으로 엄청난 수입을 쌓았다. 최악의 경우, 손흥민을 2026년까지 데리고 있다가 방출해도 절대 손해가 아니다.
다만 토트넘의 이런 행태에 최근 들어 비판이 속출하고 있다.
이미 지난 10월 미국의 세계적인 경제 매체 포브스가 토트넘의 손흥민 거취 다루는 것을 꼬집은 적이 있다.
포브스는 "토트넘 홋스퍼의 문제는 손흥민이 떠나거나 은퇴한 후에도 한국인들로부터 이 정도의 지지를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라고 '팩트 저격'을 한 뒤 "토트넘에서 보낸 10년은 아시아 팬들과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했다. 그래나 이것이 지금 팬들이 자신의 자녀들에게 지구 반대편에 있는 클럽을 따르도록 격려하는 것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라고 했다.
아울러 "토트넘 홋스퍼의 한국 내 인기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든,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클럽이 대륙의 슈퍼스타 손흥민의 확고한 충성심이 없었다면 글로벌 팬 설문 조사에서 상위 10위 안에 들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입단하기 전만 해도 런던 연고의 덩치가 있는 구단이지만 아스널, 첼시 등 두 구단과는 비교가 되질 않았다. 손흥민이 오고, 케인과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등 20대 초반 젊은 선수들이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지금의 새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한 공헌도, 지금도 정상권을 오르내리는 손흥민의 면모는 토트넘의 차가운 계산 앞에 사라지고 있다.
25일 토트넘 매체 '토트넘 홋스퍼 뉴스'에서 토트넘 옛 스카우트 브라이언 킹은 "손흥민 거취 문제는 3~4개월 전에 해결됐어야 했는데 말도 안 된다. 손흥민은 토트넘에 자신의 축구 경력을 바친 선수다. 토트넘에 들어온 이후 지금까지 손흥민보다 더 나은 선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최근 손흥민 플레이를 보면 그의 마음이 여전히 토트넘에 100% 있는지 의문이다. 내가 손흥민이었다면 분명히 억울했을 것이다. 손흥민이 지금 행복한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손흥민만 골치 아픈 상황이 됐다. 2026년에 34살로 FA 신분을 얻어 시장에 나가기엔 나이가 많기 때문이다. 내년에 FA로 이적하는 것이 최상이지만 토트넘이 그렇게 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확신할 수 없다.
중동 구단의 수천억원 제의를 토트넘에 대한 헌신, 자신의 명예를 들어 뿌리친 것만 아깝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 SNS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